낭만의 끝


늑대의 죽음 - 알프레드 드 비니

조회 수 12955 추천 수 0 2002.12.12 19:24:46
로켓 *.229.246.231
알프레드 드 비니 (1797-1863)

늑대의 죽음

           I
늑대는 다가와, 갈고리 같은 발톱을 모래 속에 푹 박은 채
두 다리를 곧추 세우고 앉았다.
이제 끝장이라고 생각했다, 기습을 당해서
퇴로는 차단되고, 모든 수단이 막혀버렸으니까.
그리고는 불타는 듯한 아가리로
제일 용감한 사냥개의 헐떡이는 목덜미를 물었고,
인간의 총알이 제 살을 꿰뚫어도
날카로운 단검들이 집게처럼 엇갈리며
깊숙한 내장 속을 파고 들어도,
목 졸린 개가 이미 먼저 죽어서
자신의 발치에 굴러 떨어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굳게 다문 그 강철 같은 턱을 풀지 않았다.
이윽고 늑대는 개를 버려 두고 우리를 쳐다본다.
옆구리엔 여전히 칼밑까지 박혀 있는 단검들 때문에
제 피로 흥건한 풀밭 위에서
늑대는 못박힌 듯 꼼짝하지 못한다.
음산한 초승달처럼 우리들의 총구가 그를 둘러쌌다.
입가에 번진 피를 핥으면서
늑대가 다시 한 번 우리를 쳐다보더니, 바닥에 다시 엎드린다.
그리고 자신이 어쩌다가 죽게 되었는지 알려고도 않은 채,
큰 눈을 감으며, 비명 소리 한 번 내지 않고,
죽어 간다.

           II
화약 없는 총 위에 이마를 얹은 채 나는 생각에 빠져 들었고,
포기하지 않고 아비 늑대를 기다렸을
암늑대와 어린 늑대들을 뒤쫓을 마음이 나지 않았다. 짐작컨대,
두 마리의 그들만 없었더라면, 아름답고 슬픈 암늑대는
결코 아비 늑대 혼자 그 큰 시련을 겪게 내버려 두지 않았으리라.
그렇지만 암늑대의 의무는 그들을 구해서
그들에게 배고픔을 견디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었다.
잠자리를 얻기 위해 인간의 앞잡이가 되어
숲과 바위의 최초의 주인들을 뒤쫓는 비굴한 짐승들,
그 짐승들과 인간이 맺은 도시의 계약에 빠져 들지 않도록
가르치는 것이었다.

           III
아, 인간이라는 거창한 이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허약한 우리 인간이 나는 수치스러웠다!
삶과 그 온갖 악으로부터 어떻게 떠나야 하는지를
너희들은 알고 있구나, 숭고한 짐승들이여!
우리가 이 세계에서 무엇이었고 또 무얼 남기는지 생각해 볼 때,
오직 침묵만이 위대하고, 나머지 모든 것은 유약함일 뿐이다.
― 아, 야생의 떠돌이여, 나는 이해한다!
네 마지막 시선은 폐부 속 깊이 나를 파고 들었다!
그 시선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할 수만 있다면, 쉼없는 사유과 노력을 통해,
그대의 영혼이 스토아적인 긍지의 드높은 경지에,
숲에서 태어났음으로 내가 단숨에 도달할 수 있었던 그 경지에 이르게 하라.
탄식하고, 눈물 흘리고, 간청하는 것은 한결 같이 비겁하다.
운명이 그대를 부른 길 위에서
길고도 어려운 그대의 임무를 정열적으로 수행하라.
그리고 나선, 나처럼, 아무 말 없이 고통을 견디며 죽으라.”



Alfred de Vigny (1797-1863)

La Mort du loup

Le Loup vient et s'assied, les deux jambes dressees,
Par leurs ongles crochus dans le sable enfoncees.
Il s'est juge perdu, puisqu'il etait surpris,
Sa retraite coupee et tous ses chemins pris,
Alors il a saisi, dans sa gueule brulante,
Du chien le plus hardi la gorge pantelante,
Et n'a pas desserre ses machoires de fer,
Malgre nos coups de feu, qui traversaient sa chair,
Et nos couteaux aigus qui, comme des tenailles,
Se croisaient en plongeant dans ses larges entrailles,
Jusqu'au dernier moment ou le chien etrangle,
Mort longtemps avant lui, sous ses pieds a roule.
Le Loup le quitte alors et puis il nous regarde.
Les couteaux lui restaient au flanc jusqu'a la garde,
Le clouaient au gazon tout baigne dans son sang;
Nos fusils l'entouraient en sinistre croissant.
Il nous regarde encore, ensuite il se recouche,
Tout en lechant le sang repandu sur sa bouche,
Et, sans daigner savoir comment il a peri,
Refermant ses grands yeux, meurt sans jeter un cri.

J'ai repose mon front sur mon fusil sans poudre,
Me prenant a penser, et n'ai pu me resoudre
A poursuivre sa Louve et ses fils qui, tous trois,
Avaient voulu l'attendre, et, comme je le crois,
Sans ses deux louveteaux, la belle et sombre veuve
Ne l'eut pas laisse seul subir la grande epreuve;
Mais son devoir etait de les sauver, afin
De pouvoir leur apprendre a bien souffrir la faim,
A ne jamais entrer dans le pacte des villes,
Que l'homme a fait avec les animaux serviles
Qui chassent devant lui, pour avoir le coucher,
Les premiers possesseurs du bois et du rocher.

Helas! ai-je pense, malgre ce grand nom d'Hommes,
Que j'ai honte de nous , debiles que nous sommes!
Comment on doit quitter la vie et tous ses maux,
C'est vous qui le savez, sublimes animaux.
A voir ce que l'on fut sur terre et ce qu'on laisse,
Seul le silence est grand; tout le reste est faiblesse.
- Ah! je t'ai bien compris, sauvage voyageur,
Et ton dernier regard m'est alle jusqu'au coeur.
Il disait: " Si tu peux, fais que ton ame arrive,
A force de rester studieuse et pensive,
Jusqu'a ce haut degre de stoique fierte
Ou, naissant dans les bois, j'ai tout d'abord monte.
Gemir, pleurer, prier est egalement lache.
Fais energiquement ta longue et lourde tache
Dans la voie ou le sort a voulu t'appeler,
Puis, apres, comme moi, souffre et meurs sans parler."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4 사상의 거처 - 김남주 [2] ㄱ ㅅㅅ 2014-09-22 1797
23 시인은 모름지기 - 김남주 ㄱ ㅅㅅ 2014-09-22 2058
22 브레히트 시 몇편 공중캠프 2013-12-20 13507
21 지울 수 없는 낙서 - 베르톨트 브레히트 공중캠프 2013-12-20 5355
20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백석 공중캠프 2013-12-18 3719
19 김중식 - 떼 go 2010-06-07 4965
18 서산대사의 선시(禪詩) go 2010-02-25 7346
17 도종환 - 점자 / 백무산 - 하나에 대하여 go 2010-02-02 5625
16 문태준 미민 2008-09-02 5664
15 Emily Dickinson [4] 맑을샘 2007-08-14 6849
14 공터의 마음_ 함민복 [1] H 2007-03-22 6908
13 [2] gi 2003-03-27 5544
12 유추의 악마 로켓 2003-02-17 7682
11 말도로르의 노래 [1] 로켓 2002-12-19 6829
10 센티멘털 쟈니 - 박인환 로켓 2002-12-16 5351
» 늑대의 죽음 - 알프레드 드 비니 로켓 2002-12-12 12955
8 눈보라,황지우 2002-12-12 5522
7 좀 쉬세요 - 백창우 [4] 시린 2002-12-12 5981
6 음악 - 이성복 2002-12-11 5901
5 이미지 - 이윤학 + 로켓의 해설 [3] 로켓 2002-12-09 6425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