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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정씨와 사놓고 별로 안 좋은 음반은 좋아질때까지 들어야 했던 고등학교 시절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 일본이나 한국이나 돈 없는 음악 애호가들은 똑같다며 한참을 웃었다. 그리고 계속, 이야기는 이어졌고 우리는 이제 그렇게 무식하게 음반을 못 듣고 있어 아쉽다고 맞장구를 쳤다. 그런데 나의 아쉬움은 사실 무엇에 대한 것인지 모를 부끄러움처럼 느껴졌다. 장애에 대해 아무 거리낌없는 절름발이가 청량리 등지를 걸을때나 느낄 법한 심리적 풍경을 공유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요즘들어 돈을 벌기 시작하고 빚더미 형편이라도 쌈지돈과 카드로 다시금 음반을 사다보니 그때의 그 억울한 심정이 떠올라 놀란다. 그것은 습관으로 나타난다. 잘 산 음반과 못 산 음반을 나누고 못 산 음반을 올려놓고 듣는다. 오늘은 Air Canada Steel Band의 음반이 그곳에 놓여졌다. 싫은걸 먼저 견뎌보는 이상한 습성. 이 밴드는 스틸 드럼 튜닝을 잘 못한 데다가 믹싱도 제 멋대로여서 소프라노나 알토가 연주한 메인 테마가 들리지 않는다. 원래도 구슬픈 노래인 Yellow Bird의 메인 테마가 베이스와 들쭉날쭉해서 의도적으로 몇 개의 음을 건너뛰고 마이너 느낌으로 편곡한 것 같다.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은데 말이다.
계속 듣는다고 좋아지는 음반은 드물다. 세월이 흐를수록 더 그러한데 이 음반 역시 그럴 것 같아 돈이 좀 아깝다. 음악은 빈손으로 건네주는 선물이지만 여전히 기쁘고, 돈 아깝다는 기분 또한 여전한걸 보니 나의 그 절름발이는 틀림없이 가난한 사람인 것 같다.
그런데 요즘들어 돈을 벌기 시작하고 빚더미 형편이라도 쌈지돈과 카드로 다시금 음반을 사다보니 그때의 그 억울한 심정이 떠올라 놀란다. 그것은 습관으로 나타난다. 잘 산 음반과 못 산 음반을 나누고 못 산 음반을 올려놓고 듣는다. 오늘은 Air Canada Steel Band의 음반이 그곳에 놓여졌다. 싫은걸 먼저 견뎌보는 이상한 습성. 이 밴드는 스틸 드럼 튜닝을 잘 못한 데다가 믹싱도 제 멋대로여서 소프라노나 알토가 연주한 메인 테마가 들리지 않는다. 원래도 구슬픈 노래인 Yellow Bird의 메인 테마가 베이스와 들쭉날쭉해서 의도적으로 몇 개의 음을 건너뛰고 마이너 느낌으로 편곡한 것 같다.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은데 말이다.
계속 듣는다고 좋아지는 음반은 드물다. 세월이 흐를수록 더 그러한데 이 음반 역시 그럴 것 같아 돈이 좀 아깝다. 음악은 빈손으로 건네주는 선물이지만 여전히 기쁘고, 돈 아깝다는 기분 또한 여전한걸 보니 나의 그 절름발이는 틀림없이 가난한 사람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