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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P] 데리다(Jacques Derrida, 1930-2004)

조회 수 3085 추천 수 0 2004.10.12 12:03:35


약력

9일 별세한 데리다는 1930년 파리 지성계의 핵심에서 멀리 떨어진 북 아프리카 알제리의 엘리아르에서 태어났다. 유태인 가정에서 태어났던 그는 한때 축구 선수를 꿈꾸기도 했다. 이후 파리로 이주해 1952년 명문 고등사범학교에서 철학 공부를 시작했다. 이곳에서 그는 훗날 파리 지성계를 뒤흔들었던 루이 알튀세를 만나 큰 영향을 받았다.

1956년 '후설 철학에서 생성의 문제'라는 논문으로 교수자격시험에 통과했으며 1957년부터 2년간 프랑스 군에서 복무했다. 군복무 후 대학으로 돌아온 그는 소르본 대학에서 1960년부터 1964년까지 강의했으며 1970년대 초 미국으로 건너가 존스 홉킨스, 예일 대학 등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1983년엔 국제 철학학교를 만들어 초대 교장에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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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리다를 애도하며

/ 문성원


애도란 상실을 처리하는 방식, 잊음으로써 기억에 넣는 절차, 결여에 대한 점진적 대체의 과정, 뭐, 그런 것이겠지요. 데리다가 애도에 대해서 했던 이와 유사한 말들이 있을 겁니다. 그 스스로 몇 번의 기억할 만한 애도사를 남겼지요. “알튀세르여, 계속 침묵하십시오”나 “아듀 엠마뉴엘 레비나스”와 같은 것 말입니다. ‘아듀’(Adieu)는 ‘신에게’(à dieu)라는 뜻으로 이해될 수 있다는 걸 전 데리다에게서 읽었습니다. 그가 이제 신에게로 갔군요. 아듀, 자크 데리다...저 같은 모태 유물론자(?)에게도 이 말을 할 권리는 있겠지요.

언젠가 얘기했지 싶지만, 전 데리다와 직접 대면한 적이 있습니다. 96년도 가을쯤 데리다가 교장으로 있던 국제철학학교에 그의 강의를 들으러 갔었지요. 그는 그때 ‘용서’(pardon)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화장실에서 한번 마주쳤죠. 데리다는 오줌을 누고 나오고 저는 오줌을 누러 들어가던 차였습니다. 소변기 옆 좁은 길목에서 우리는 아주 간단한 대화(?)를 나눴죠.  
"Pardon."  "Pardon."
뭐, ‘실례합니다’ 정도의 인사였습니다만, pardon을 강의하는 와중이었으니 혹 의미심장할 수도 있지 않았겠습니까.

그는 작고 단단하고 세련되어 보였습니다. 융단으로 만든 듯한 푸른 빛 웃옷에 작은 가죽가방을 어깨에 메고  한 손에는 파이프를 들고 있었지요. 백발의 멋쟁이, 약간 빤질거리기조차 하는 인상이었습니다. 요새 흔히 말하는 카리스마, 그런 건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에 제가 데리다 책을 관심 있게 뒤적거렸던 것을 보면 저도 모르게 어떤 영향이나 감화(?)를 받았는지도 모르지요. 몇 자 읽지는 못했습니다만, 데리다의 글에 대한 저의 생각은 나름의 치밀한 논리성이 있다는, 그래서 정말 ‘말이 된다’는 것입니다. 몇 번이나 얘기한 것입니다만, 들뢰즈보다 읽기 쉽다고 하는 이유가 여기 있지요.

그러나 데리다는 들뢰즈 못지 않게, 아니 들뢰즈보다 더 다작이더군요. 매년 한두 권씩의 책자를 내다시피 한 것 같아요. 얇은 책들이나마 최근까지도 그랬던 것 같군요. 아마 이제는 그렇게 하지 못하겠죠. (‘아마’는 방심할 수 없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이른바 유고 출판이라는 게 있으니까요.) 이 점을 반길 수도 있겠지만, 아쉬워할 수도 있겠지요. 데리다의 글을 매개로 해서도 현대 사회의 여러 문제들에 접근할 수 있을 정도로 그의 관심 범위는 넓었고, 또 그는 건드리는 주제마다 나름의 뛰어난 통찰을, 대가다운 통찰을 보여주었으니까요.

데리다는 스스로 생각할 때 어떤 삶을 살았을까요? 이런 질문을 그에게 했다면 그는 아마 이 질문을 ‘해체’하여 우리에게 되돌려 주었을지 모릅니다. 우리의 삶은 생의 어떤 순간에--마지막 순간을 포함해서-- 특권적으로 평가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나아가 우리의 삶의 의미라는 게 우리 삶 자체에 의해 완결되는 것이 아니라 그가 말하는 차연(différance)처럼 타인들의 삶과 연계하여 그 의미가 끝없이 연기되는 것일 수 있으니까요. 데리다에 대한 애도와 평가가 그 과정이겠지요. 그러니까 그에 대한 ‘안녕’(Adieu) 인사는 그와 새롭게 만나자는 인사인지도 모릅니다. 모름지기 신(Dieu)이란 그렇게 언제나 우리 옆에 자리하고 있는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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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크 데리다 선생의 서거에 즈음해, 이정우 원장이
그의 사상을 되돌아보는 강연을 열 예정이오니,
많은 관심 바랍니다.

제목: 코라의 시대: 플라톤과 데리다
일시: 10월 19일(화요일) 7시
장소: 철학아카데미
참가비: 없음


2004.10.12 12: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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