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할 곳 없는 천사(free board)


크리스마스 기념...

조회 수 1465 추천 수 0 2005.12.18 14:45:16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해인 1914년의 크리스마스 무렵 플랑드르 지역에는 영국, 프랑스, 벨기에 연합군과 독일군이 전선을 형성한 채 대치하고 있었습니다.
크리스마스 이브날 밤 영국군을 비롯한 연합군은 뜻밖에도 독일군 진영에서 ‘슈틸레 나흐트(고요한 밤, 거룩한 밤)’ 캐롤이 울려 퍼지는 것을 들었답니다. 영국군은 독일군이 부르는 캐롤을 듣자 박수를 치며 캐롤을 더 부르라고 외쳤습니다. 독일군은 이에 용기를 얻어 방호벽 위로 몸을 일으켜 촛불을 그들의 참호 주변에 꽂기 시작했다지요.
캐롤이 끝나자 이번엔 한 독일군 장교가 스코틀랜드 민요인 ‘애니 로리’를 완벽한 영어로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감동받았다. 전쟁이 갑자기 끝난 것 같았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한 영국군 소총수는 나중에 이렇게 회고했답니다.

영국군의 환호 속에 독일군이 노래를 다 부르자 한 독일군 장교가 일어나 “나는 장교다. 쏘지 마라. 이제 참호 밖으로 걸어 나가겠다. 영국군 여러분들 중에서도 장교가 한사람 나와 달라”고 외쳤고 곧 영국군 하사가 일어나 걸어왔답니다.
둘은 만나서 대화를 시작했고 이어 양측 병사들이 뒤를 따랐습니다. 소식은 순식간에 전선에 퍼졌다. 영국군은 적극적으로 이 ‘크리스마스 휴전’에 동참한 반면 프랑스와 벨기에 군은 다소 소극적이었다지요.

처음에는 양측간 약 1000명의 병사들이 ‘크리스마스 휴전’에 동참했고 이어 소식이 야전전화를 통해 인근 전선으로 급속히 퍼져 나갔답니다. 결국 벨기에 북쪽 뉴포오트 항구 부근에서 이프레 마을까지 약 40km에 달하는 전선에 배치된 양측 군인들이 ‘크리스마스 휴전’에 동의했답니다.
이들은 곧 양측간 전사자들의 시체를 모아 합동장례식을 치른 뒤 토끼사냥을 하고 돼지고기를 요리해 나눠 먹었답니다. 또 영국군 소속의 한 이발사는 담배 몇 개비 씩을 받고 양측군인들을 오는 대로 이발해주었다지요. 양측 군대는 이어서 음식과 담배를 교환하고 가족사진을 서로에게 보여주었답니다. 양측 병사들 간에 가장 빈번하게 나눠진 대화 주제는 병균을 옮기는 이와 쥐를 효과적으로 퇴치하는 법이었다고 합니다.

독일 군들은 드레스덴 제 건포도 크리스마스 케이크와 소세지를 영국 잼, 위스키와 교환했답니다. 한 독일군 보병은 촛불이 켜진 크리스마스 트리를 영국군에게 넘겨주었다고 합니다. 아직 남아있다면 어디 전쟁 박물관 같은 곳에 전시해둬야 겠지요.

양측 병사들 수 백 명은 또 넓은 벌판에서 영국군이 제공한 가죽 축구공으로 축구경기를 벌였다고 합니다. 당시 경기에 참가했던 랭카셔 출신 한 영국군 병사는 독일 군 측이 이 경기에서 3:2로 이겼으나 독일군의 세 번 째 골은 오프사이드 반칙으로 골이 아니라고 자신의 일기에 기록했다고 합니다.

한편 이 자발적인 ‘크리스마스 휴전’ 소식을 접한 양측 군사령부는 분노하며 당장 참호로 복귀할 것을 명령했다고 합니다. 또 누구든지 크리스마스 휴전에 다시 참여하면 군사재판에 회부될 것이라고 경고했다는 거지요.
그러나 현장의 병사들은 이듬해 2월까지 허공을 향해 총을 쏴가며 화해 분위기를 이어갔다고 합니다. 한 독일군은 “나는 작센(Saxons)주 출신이고 당신은 앵글로 색슨(Anglo-Saxons)인데 우리가 왜 서로 총을 쏴야 한단 말인가”라고 영국군 병사에게 말했답니다. 오묘한 말이군요.

그러나 이 기적 같았던 1914년 ‘크리스마스 휴전’은 안타깝게도 다음 해부터는 이뤄지지 못했다고 합니다. 유에르크는 역사상 야전병사 간의 자발적인 휴전은 ‘1914년 크리스마스 휴전’이 거의 유일하며 이후로도 지금까지 유사사례가 보고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답니다.
이후 4년 간 지속된 제1차 세계 대전 동안 1000만 명의 군인이 전사하거나 실종됐으며 약 2000만 명이 부상을 입었습니다.

1914년 크리스마스 휴전과 같은 사랑의 정신이 널리 퍼져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라는 글을 읽었습니다. 감동적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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