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할 곳 없는 천사(free board)


공중캠프 10년에 부쳐.

조회 수 1595 추천 수 0 2010.01.28 02:34:52
오늘, 어머니가 보내주신 김치를 받았습니다. 이 글은 그저 김치에 대한 것이라 생각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매년 겨울, 어머니가 동네 아주머니들과 김장 담그는 날을 논의하던 기억이 납니다. 음력을 헤아려서 날짜를 정하고, 가구마다 순번을 배정하셨습니다. 공중캠프를 기념하는 일이 매년 김장을 담그듯이 10년 동안이나 계속될 줄 알았더라면, 사람들은 개설 날짜를 정하는 데 좀 더 신중했을 겁니다. <공중캠프>가 발매된 2월일 수도 있었고, 사토 신지의 기일(3월)에 맞출 수도 있었습니다. 짧은 여름의 몇 개월 중 하나였다면 썩 근사했겠죠. 피쉬만즈의 마지막 라이브가 행해진 12월의 어느 날이었어도 좋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1998년 12월 28일, 마지막 라이브의 마지막 곡, ‘롱 시즌’이 끝나고 터지는 사람들의 함성 소리가 저는 들을 때마다 의아했습니다. 고작 외마디 함성과 조촐한 박수가 전부인 관객들의 평범한 반응 말입니다. 보지 못한 사람으로서는 억울한 기분마저 들었습니다. 커뮤니티 공중캠프의 의미는 그 외마디 함성과 조촐한 박수를 잇는 잔향, 아주 끈질긴 잔향이라 생각합니다. 이어져 있습니다.

얼마 전에 <세한도>를 읽으면서 깨친 부분이 있습니다. 무언가를 찬미하고 아끼는 사람들은 결국 무에서도 유를 만들어낸다는 점입니다. 조선 문인화의 걸작인 <세한도>는 추사 김정희가 단 한 번 영접한 스승 옹방강이, 그 자신도 본 적 없는 소동파의 <언송도>에 대한 찬문을 읽고 지은 시 한 수, ‘고목이 된 소나무는 비스듬히 나뭇가지 드리우고 집에 기대어 있네’ 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커뮤니티 공중캠프에는 생전의 신지 사토를 본 사람도, 그들의 라이브를 본 사람도 없었습니다. 신지 사토 생전에 피쉬만즈를 알았던 사람도 드문 것으로 압니다. 그러나, 지금 눈앞에 뚜렷한 건 피쉬만즈 라는 밴드뿐만이 아니라 당신들이 건사해온 캠프와 그에 얽힌 사람들이 함께 하는 풍경입니다. 그건 소동파도 신지 사토의 생전에도 상상 못했을 풍경입니다. 커뮤니티 공중캠프의 10년은 피쉬만즈라는 밴드와 함께 논의되어 마땅하다는 자랑스러운 생각이 듭니다. 1월의 김치는 아주 맛나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줄곧 같은 자리에서 지켜오지 못했으므로, 10년을 기념하는 자리에 저는 적당치 않아 보였습니다. 그러나 그 자리에, 마치 오래전부터 함께 있었던 것처럼 서 있고 싶다는 욕심이 들어, 사려 깊은 요청을 받고 굳이 나서게 되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아 보입니다. 춤추고 떠들고 술 마시게 하겠습니다. 정성껏 좋은 음악들을 준비해 가겠습니다. 여러분을 처음 뵈었던 날 피쉬만즈의 노래들을 골라갔을 때처럼 말입니다.

midari

2010.01.28 09:35:20

이아침의 감동-
영남이 진짜 잘써! 디제잉도 잘부탁

2010.01.28 13:41:29

두근두근 히힛

ㅇㅈ

2010.01.28 13:58:03

최고!! ㅎㅎ

june

2010.01.31 20:53:48

10주년인지 집에 와서야 알고는, 가슴이 너무 짠해서 잠도 잘 안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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