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할 곳 없는 천사(free board)


[끄적] 김진숙과 꽃다지

조회 수 415 추천 수 0 2017.12.05 19:46:39
1.

지난 번 김진숙 선생님 알콜토크 때도 그랬지만,
내일 꽃다지 공연도 개인적으로는 그 동안의 고마움과 미안함, 존경심과 부채감 등의 중력이 제일 컸던 것 같다.
(중력은 시간과 공간을 뒤틀리게 만든다.)

30년 이상을 (해고) 노동자로서, 노동(자)와 인간에 대한 사랑과, 무기력하고 암울했던 시기, 등대와 같았던 크레인 위에서의 투쟁에 대해,
매캐한 거리 위에서나 피곤한 퇴근 길에, 아무도 없는 캠프에서 언제나 위로와 용기를 주었던 노래와 시간들에 대해.

어디나 현장이라고 말해왔지만, 비겁한 말이다.
무게(가중치)와 깊이(두께)가 다르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2.

여전히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는 게 서툴고,
시간이 지날수록 미안한 사람들, 후회하는 일들이 지수함수로 쌓여가기 때문에,
더 늦기 전에, 어떻게든 전하고 싶었던 것도 같다.

올해도 역시, 마음 써 준 사람들에게 오히려 투정을 부리거나 무심했다.

하루하루 급격히 소진되었고, 자주 민폐를 끼쳤다.
스스로에 대해서도 더욱 못마땅하게 되었고, 끊임없이 최악을 갱신했다.

새로운 풍경을 마주하는 것도, 사람을 만나는 것도 줄어 드니, 삶의 채도 역시 낮아져 갔다.
그런만큼, 그럼에도 불구하고, 곁에 있어준 친구들, 뾰족하(지 않으)ㄴ 한 마디가 큰 도움이 되었다.

지름길은 없다.
어렵겠지만, 솔직히 표현하고, 조금씩 내려놓는 수밖에 없다.

3.

오늘 우연히 학생회 선거 공약을 보았다.
만약, 그 때 형들과 언니들을 만나지 않았다면..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다.

지난 주에는 필름/악담 생사확인 번개가 있었다.
예상대로, 그저 그래서, 좋았다.

다음 주에는 항라인 모임이 있고,
그 다음주에는 고기모임 사람들을,
그 다음주에는 수원 친구들을 볼 것이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지만, 오랫동안 의미있는 앨범을 완성한 롱시즌 음감회도 하고,
아무도 오지 않을 때까지 벙굴페스도 계속 할 것이다.

캠프는 말할 것도 없고,
수원친구들, 고기모임, 제2대학, 필름 등등 언제나 받기만 했기 때문에,
평생 갚으면서, 버티면서 살 수밖에 없다.

그 정도 각오는 하고 있으니까.

4.

되도 않는 말은 뱉지 말자 했지만, 뭐 연말이니까.

씽크대 공사와 각종 병원들, 부서 이동과 ML/RS, 보노보와 폴라리스, 김진숙 선생님과 꽃다지, 무엇보다 고마운 친구들 덕분에,

올 한 해도,
"살을 에는 밤, 고통받는 밤, 차디찬 새벽서리 맞으며",
함께 맞서고 돌파해 왔다.

"잡은 손 놓지 못하는, 놓지 못하는 노동해방의 약속으로",
내일도 천천히, 악착같이 깨지고 무너질 것이다!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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