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할 곳 없는 천사(free board)


[끄적] 다정함

조회 수 60 추천 수 0 2022.12.24 16: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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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지금은 '사랑' 보다는 '다정함'의 문제인 것 같다. 

여전히 그런 '선의'는 실천과 수행성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3-1.

 

캠프에서 ㅁㄱㅇ와 포르투갈 시합을 보고, 

오랜만에 "굽고싶은 길" 쪽으로 내려갔다.

추운 날씨였지만 몇몇 분들이 여전히 ㄷㅎㅁㄱ을 외치고 있었다. 

 

8번출구 앞 횡단보도를 건너 연트럴 근처에 왔을 때, 

얼큰하게 취하신 분이 양손에 짐을 가득 들고 백팩을 한쪽 어깨에 걸친 채, 

잔뜩 신이 나서 통화를 하며 걸어가고 있었다. 

백팩 지퍼가 열려있었는지, 가방 안의 소지품들이 발자국처럼 떨어져 있었다. 

 

자전거를 돌려 탈출한 물건들을 하나씩 주어 건네주었다. 

손이 부족해서인지 열린 가방에 대충 구겨넣고 가려고 하길래 

백팩 지퍼도 닫아주고 어깨에 제대로 메어주었다. 

 

"아.. 정말 고맙습니다!"

 

통화하던 친구에게도 자랑을 했다.

 

 

3-2

 

그러고보니 얼마전에는 자전거를 타다가 크게 넘어진 적이 있었다.

 

'아... 망했다... 이번엔 좀 심각한 것 같은데...'

 

그나마 머리로 떨어지지 않아서 다행이었지만,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어딜 얼마나 다쳤는지도 짐작하기 어려웠다.

 

'119를 불러야 되나...' 

 

싶었지만, 자전거와 뒤엉켜 한 동안 그대로 누워있었다.

 

그 때, "괜찮으세요???"라며 다급히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뭔가 가만히 있으면 정말 심각해질 것 같아서, 살짝 몸을 일으켰다.

 

"아, 네에... 고맙습니다..."

 

라고 말을 하고 나니, 뭔가 정신이 돌아오는 것 같았다.

 

 

3-3

 

며칠전엔 회사에서 준 사과를 ㅋㅍ에 오는 친구들에게 주려고 종이 쇼핑백에 담아 지하철을 탔다.

중간에 쇼핑백이 넘어져서, 사과 하나가 지하철 바닥을 데굴데굴 굴러갔다.

문 앞에 서있던 외국인 한 분이 웃으며 주어주었다. 

 

"아 고마워요. 괜찮으시면 선물로.."

"Oh, Thank you so much!"

 

최근 여행객이 늘어나면서, 

커다란 트렁크를 든 외국인들이 플랫폼 계단 앞에서 망설이고 있을 때, 

엘베 위치를 알려주거나 가벼운 짐을 함께 옮기는 일이 많아진 것 같다.

 

 

4.

 

버스나 지하철에서 무심하게 가방을 받아주셨던 분들의 친절,

무수하게 민폐를 끼쳤던 친구들의 심드렁한 표정,

별 거 아니라는 듯 묵묵히 서로를 아끼고 챙겨주었던 마음들...

 

그런 선의와 다정함들이 그 나마 이 지옥을 버티게 해준다고 믿고 있다.

 

당장 돌아오는 것이 없고 무언가를 불러일으키지 못하더라도, 

누군가에게, 언젠가 흘러가고 이어질 수 있기를...

 

아흔 아홉 번 실패하고, 또 다시 구백 구십 구 번 절망하더라도,

적어도 그 순간, 그 마음 어딘가에 잠깐이나마 고여있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받은 걸 조금이나마 돌려주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

투.쟁!

 

(2022.12)

 

 

1.

 

맑스가 『1844년 경제학·철학 수고』에서 강조한 것처럼, 자본주의는 유적 존재로서의 인간의 다양하고 구체적인 “보고 듣고 맡고 맛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관찰하고 경험하고 원하고 행동하고 사랑하는” “신체적·정신적 감각”을 상품에 대한 “사적 소유의 감각”으로 바꾸어 놓았으며, “따라서 이제 우리는 사적 소유와, 소유욕과, 노동·자본·토지 소유의 분리 사이의 본질적인 연관, 교환과 경쟁의, 가치와 인간의 가치 절하의, 독점과 경쟁의, 기타 등등의, 이러한 소외 전체와 화폐 제도 사이의 본질적인 연관을 개념적으로 파악해야만 한다. [...] 그 때문에 또한 화폐는 개인에 대해서도 그 자신 본질이라고 주장하는 사회적 등등의 끈들에 대해서도 그와 같은 전도시키는 힘으로서 나타난다. 화폐는 성실함을 성실하지 않음으로, 사랑을 미움으로, 미움을 사랑으로, 덕을 패덕으로, 패덕을 덕으로, 종을 주인으로, 주인을 종으로, 우둔을 총명으로, 총명을 우둔으로 전환시킨다. 화폐는 현존하며 활동하고 있는 가치의 개념으로서 만물을 혼동시키고 전도시키기 때문에, 화폐는 만물의 보편적 혼동이요 전도이며, 따라서 전도된 세계요, 모든 인간적 자연적 질들의 혼동이요 전도이다.”

 

“사랑(하는 것)으로서 사랑(하는 것)(loving as loving)”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화폐로 교환하려는 ‘불행’한 제도이다:

 

“인간을 인간이라고 전제하고, 세계에 대한 인간의 관계를 인간적 관계라고 전제한다면 너는 사랑을 사랑과만, 신뢰를 신뢰하고만 등등으로 교환할 수 있다. 네가 예술을 향유하기를 바란다면 너는 예술적인 소양을 쌓은 인간이어야 한다. 네가 다른 사람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한다면 너는 현실적으로 고무하고 장려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는 인간이어야 한다. 인간 - 그리고 자연 - 에 대한 너의 모든 관계는 너의 의지의 특정한 대상에 상응하는, 너의 현실적·개인적 삶의 특정한 표출이어야 한다. 네가 사랑을 하면서도 되돌아오는 사랑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면, 즉 사랑으로서의 너의 사랑이 되돌아오는 사랑을 생산하지 못한다면, 네가 사랑하는 인간으로서의 너의 생활 표현을 통해서 너를 사랑받는 인간으로 만들지 못한다면 너의 사랑은 무력하며 하나의 불행이다.(If you love without evoking love in return - that is, if your loving as loving does not produce reciprocal love; if through a living expression of yourself as a loving person you do not make yourself a beloved one, then your love is impotent - a misfortune.)” (ㄱㅇㅂ,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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