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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모리 묘소로 가는 길

/ 박미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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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지금 생전의 사토상이 면전에 있다-라고 상상해보니 자신이 없다. 아무 말도 못하고 친구 등 뒤에 얼굴을 감춘 채 흘끔흘끔 훔쳐보는 내 모습이 막 연상이 되고 그런다.

그에게 하고 싶은 말은 분명히 많았을 것이나 무언가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는 생각과, 그는 과연 어떻게 나를 받아들였을까 하는 소심한 생각에, 내 스스로 상처를 만드는 결말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사후의 그를 만나러 가는 것은 그의 반응을 별로 살필 필요가 없다는 쪽에서 너무나 편안했다.

그에게 하고 싶은, 가령 fishmans의 음악에 영향 받은 내 삶의 모습에 관해서, 나는 간단한 쪽지로 뿐만 아니라 눈과 마음 속으로 한껏 말할 수 있었고, 그러자 내 마음 속의 무거운 것들이 마냥 제트기를 타고 슉- 날아가 버리고 있었다. 게다가 나와 비슷한 사람들의 짤막한 이야기들과, 사토상의 자취를 느낄 수 있는 <기억의 상자>는 무시무시한 에너지를 담고 있어서, 그 기운을 느끼는 것의 행복함에 한참동안 젖 어 있다가 뒤늦게 곰곰이 생각해 보면 '결국 너무 받기만 했구나!'라는 미안한 마음이 드는 그런 것이다.

사토상의 묘소를 처음 혼자서 찾아갔던 작년 여름은 몹시 습하고, 뜨거웠던 기억부터. '카사모리 레이엔'이 아닌 카사모리 산으로 들어갔었던 일화는 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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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키를 훌쩍 넘는 흙으로 된 절벽이 길의 양 쪽을 높게 에워싸고, 절벽위에는 하늘이 보이지 않을 만큼 커다란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었다. 쨍쨍한 한낮에 컴컴한 길을, 바퀴가방 소리를 덜덜덜 내며 걷는데 원숭이 같은 것이 막 울기 시작했고 무서웠다. 느린 발걸음으로 그 곳을 벗어나보려고 애쓸 때의 그 기분은 가위에 눌리는 것과 같았다.

그래도 이곳만 지나면 묘소가 나타나겠지- 계속 걷다 나타난 것은 이상한 갈림길과 절이라는 표시였는데 그러고도 더 들어 가서- 불교 용품 같은 것을 파는 곳에 가서야 내가 길을 잘못 들었음을 알고, 그 악몽 같은 길을 다시 걸어 내려오다, 뱀을 만나기도 했다. 그곳을 벗어나고도 카사모리 레이엔으로 가는 409번 도로를 걸을 때, 원래는 한동네로서 가까운 곳이었지만, 뜨거운 열과 아롱지는 아지랑이에 그 자리에서 녹아버릴 것 같은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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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정말 묘소에 찾아와 버려서, 나는 그 때 무척 많이 울었다. 저만치에 관엽수를 손질하는 아주머니가 계셔서 큰소리를 내지는 못했다. 사실, 사토상의 묘소를 찾기 전날은 아빠의 기일이었다. 내가 숲 속에서 별의별 가위에 눌릴 때 가장 나를 괴롭혔던 것은 아빠의 모습이었고. 그래서 무언가 내 일생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사건이 벌어졌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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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찾아간 날은 올해, 사토상의 생일날이었다. 이때의 앞뒤 여정은 하루씩 밖에 없었고 온천 여행 코스와의 각축으로 고민을 하기도 했지만 역시, 지금은 메인코스로 성묘를 선택하길 잘했다는 생각밖에는. 앞날에는 생일파티에 다녀오고 뒷날에는 시모키타에 갔던 게 끝이니 확, 테마여행이 되어버렸다. (이것에 고엄마에게 특별히 감사하게 생각한다.) 고엄마, 민치, 도로시, 나 이렇게 네 사람이 같이, 어떠한 상황에서도 대처할 수 있고 서로를 먼저 신경써주는 친구들과 함께한 행로로, 그 어느 부자보다도 갑부인 마음을 지닐 수 있었다. 여차저차 많이 늦게 도착한 덕분에, 겨울밤의 묘원을 걸어 다니게 되었는데 그것은, 혼자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그러니까 새벽에 담 넘는 것 같은 힘이 있었고, 무엇보다 나는 그것이 특별한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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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준비해서 기차간에서 까먹은 주먹밥이며, 다나까 상을 만났던 일, 지난 방문의 자취가 <기억의 상자>속에 고이 간직되어 있는 것을 보았을 때의 기분, 이런 것들도 좋았지만.

사토상의 묘소에 몇 번이고 찾아가는 것이 언제라도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는 것은, 그의 자취를 보다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는 점뿐만이 아니라, 그 자꾸만 늘어가는 기억의 증대의 주인공들인 남아있는 사람들의 에너지를 강하게 감지할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한다. 찾아가는 데에 좀 더 도움이 되고자, 두 번의 경험을 토대로 한 안내문을 작성해 보았다.





+ 가이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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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토상의 묘소는 치바(千葉)현 쵸난마치(長南町)의 카사모리 레이엔(笠森靈園)이라는 곳에 있답니다. 일본여행 중에 이 곳 을 다녀오시려거든 한나절 이상의 여유를 지니시길 바래요. 카사모리 묘원에는 JR 모바라(茂原)역에서 버스 또는 택시를 타고 갑니다. 물론 다르게 가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지만. 작년 2월 고엄마가 맨 처음 다녀왔을 적엔 JR 고이(五井)역에서 조 그만 전차도 타고 버스도 타면서 갔었데요. 미다리가 처음 성묘 갔을 적엔 고이 역에서 택시를 타고 갔었는데, 꽤 많은 비용이 들었어요. 별로 아깝다는 생각은 안 했지만, 그래도 저렴하면서 조금 간단하게 다녀오는 건 모바라에서 버스나 택시를 타는 거 같아요. (네 명이서 가면 택시를 타도 그럭저럭.)

모바라역을 가는 거랑 모바라에서의 버스 시간표를 별도로 실었으니 도움되시길.(https://www.navitime.co.jp/bus/diagram/timelist?departure=00108782&arrival=00108414&line=00026287 ) 토-일요일에는 2,040엔 하는 홀리데이 패스로 - 모바라는 커트라인으로 패스 구간 포함에 성공 - 동경 근교 JR을 맘대로 사용할 수 있죠. 익스프레스급 열차라던가, 쾌속이래도 클로버 마크가 있는 그린 카에 탑승하면 특별요금을 더 내야하니 유의하세요.

버스 시간표 중에 우시쿠(牛久)라고 표시된 것이 카사모리 묘원을 지나가는 것이에요. 토-일요일은 버스가 더 드물고. 30분 정도 걸려 500엔 가량 든다고 하는데 아직 제대로 못해봤습니다-_-;. 우시쿠행 버스를 못 타거든 어떤 버스를 타도 초난 미쯔마따(長南三又:초난 삼거리)에는 갈 테니 거기에 내려, 조금 뒤로 가면 택시 승강장이 있습니다. 이번에 큰 신세를 졌던 다나까 선생님(田中智治:090-1800- 3931)의 차를 타시게 되거든 안부를 꼭 전해주세요!.. 모바라에서 초난미쯔마따까지의 버스는 390엔, 초난에서 카사모리 묘원까지의 택시는 970엔, 카사모리-모바라 다이렉트 택시 요금은 3,290엔.



[출처] 『캠프사이드』 1호, pp.2-3, 2003.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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