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PSIDE ON-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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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루츠타임>에 언제, 어떤 계기로 처음 갔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도 신지와 바에서 처음 대화를 나눈 건 2008년 가을, SNC.4 - 키세루 즈음이었던 것 같다. 공연 플라이어와 포스터, 좋아하는 키세루의 노래들을 모은 CD-R을 주며, 공중캠프(라는 곳에서) 5주년 기념으로 키세루의 공연이 있으니 시간 괜찮으면 놀러오라고 말을 건넸다. 그날 밤, 신지와, 키세루와 Fishmans, 전쟁반대와 탈핵, ROOTS와 리스펙트 등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뒤, 루츠타임은 어느 공간보다 소중한, 특별한 공간이 되었다. 


사랑에 빠진 것이다.


2.


그 후, 연남동이나 상수동에서 약속이 있거나 서교동 언덕을 내려갈 일이 있을 때는 힘 닿는 껏 루츠타임에 들렀다. Fishmans Night나 Walking Together, SNC(스바라시끄떼 나이스쵸이스) 등 캠프에서 DJ 이벤트가 있을 땐, 제일 먼저 신지의 스케쥴을 물어 보았다. (2012년 봄, ㅅㄱ대 축제 때, 보노보의 레코드를 들고 환하게 웃던 신지의 모습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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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는 타협하지 않는 확고한 입장(position)과 좋아하는 일/하고 싶은 일을 철저하고 끈질기게 계속 해 나가는 고집(こだわり)이 마음에 들었다. 어떤 문제에 대한 판단이나 결정이 어려울 때, 신지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정리될 때가 많았다.

예컨대, "Fishmans Night에 어울리는 한국 밴드를 나는 모릅니다,,,,,, (;_;) 외로울 것입니다"라는 신지의 명확하고 이상한 한국말 대답을 들으면 뭔가 시원하고 홀가분한 기분이 드는 것이다.


유명하진 않지만 실력/내공있는 아티스트와 작품들을 공유하고, 성공한 삶 보다는 평화롭고 충만한 세계와 삶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서로 존중하고 늘 적절한 거리를 유지했기 때문에, 험한 말을 내뱉거나 다툴 일도 없었다. (한편으론 아쉽기도 하다;)) 전쟁과 원전 등 월드 뉴스를 업데이트하고 각종 허세들의 최신 기행을 비판하며, 라스타로 치장하지 않고 야만을 외치지 않는 다케후미와 신지사토, 에머슨과 하카세에 고마워했다. 한곡한곡 정성껏 선곡한 모든 노래들이 아름다웠고, 화장실에 붙어 있던 SNC.10 - "Fishmans and More Feelings Fes"의 포스터와 턴테이블 위의 "ARE YOU FISH?" 스티커도 감동적이었다. "Reggae is VIBE not STYLE", "Love is GOD" 등의 낙서들을 비롯한 루츠타임의 모든 것이 마음에 들었다. 


긴 겨울방학 후에 신지와 옥인의 여행 이야기를 듣는 것도 큰 즐거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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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올해(2014년) 1월 말, "이번에는 히말라야에 가요."라고 신지가 말했다. 언제부턴가 옥인의 건강이 조금씩 나빠지고, 가끔씩 서울을 떠나 시골에서 살고 싶다고 해왔기 때문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네팔로 떠난 뒤 간혹 페북에 올라왔던 평화로운 일상이 살짝 불안(?)하기도 했다. 그 해 겨울이 지나고 4월에 다시 만난 신지는 더욱 건강해 보였고, 눈빛에도 확신이 가득했다. 


"아직 비밀이지만, 올해 가을 가게 계약이 끝나면, 네팔로 가려구요."

"아...... 잡을 수가 없네요..."

"네, 히말라야는 아무도 이길 수 없어요."



4.


좋아하는 공간이 사라지면, 그만큼의 마음이 무너지고, 주위가 낯설어 진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었는데도 여느 때보다 덤덤하고 공허했다. 그리고 그 충격만큼 지난 일들을 되돌아 보게 되었다.


종종 공간에 무례한 사람들에 대해 '공간에 대한 respect'라는 말을 해왔지만, 루츠타임(에서 보낸 시간) 덕분에 "공간"에 대한 감각을 자연스럽게 몸으로 익히게 되었다. 사랑과 respect의 공간은 그 공간을 사랑하는 사람(의 표정)을 닮아간다. 그리고 그 곳의 사람(들)은 그 공간(의 풍경)이 되어간다. (루츠타임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꽃언니'와 '꽃'을 생각해 봐도 된다)



5.


이제 내일 <루츠캠프>가 지나면, 신지와 옥인이 히말라야로 떠난다. 모쪼록 내일 밤, <루츠타임>을 사랑했던 친구들이 모두 모여, 서로를 격려하고 감사의 마음과 안부의 인사를 건넬 수 있기를 바란다.


루츠타임은 (옥인이 말하듯) "좀비들"이 가득한 거리에 오아시스 같은, 한줌의 햇살과 같은 곳이었다. 그곳에 취향과 신념, 고민과 미래를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었다. 우리는 미약하고 가난했지만, dignity를 포기하며 구걸하거나 쉽게 마음을 내주지 않았고, 우리들의 뜻과 힘으로 충분히 만족하며 행복했다. 모든 애정과 존경을 담아 두사람과 루츠타임의 행운과 건강을 빈다! 感謝(驚).


2014.9.19


고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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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은「感謝(驚)」&「THANK YOU FOR THE MUSIC」 

여러 번 기적의 순간을 목격한 공중캠프에서 나도 그 일부를 공유한 느낌. 

아, 이 순간, 이 세계, 이 공간에 내가 속해 있어서 매우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 서울 공중 캠프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한국에 오기 몇 년 전, 2003 ~ 2005 년의 remix라는 음악 잡지 fishmans 킨 짱의 인터뷰였습니다. 

roots time 개점 준비할 때 공중캠프의 홈페이지에 올라와있던 메뉴와 가격을 참고로 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때 일반 가격과 멤버 가격을 보고 뭔가 다른 곳이라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roots time의 서비스 스낵이었던 코코넛 맛의 땅콩과자도 캠프의 모방이었습니다. 

대선배이며, 마음의 오아시스이며, 자극이고, 격려이며,,,항상 힘을 받았습니다 

타협하지 않고, 아닌 것은 아니라고 명확히 말하는 고엄마는 다른 한편으로는 너무할 정도로 따뜻했습니다.

그 따뜻한 마음가짐은 제가 앞으로 배워야 할 덕목입니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보낸 날들의 집대성이 어제의 루츠캠프 이벤트라고 생각합니다. 

공중캠프 친구들이 루츠타임을 이렇게나 아껴주시는 줄 정말 몰랐습니다.

정말 마음 깊이 감동받았고,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

공중캠프는 한국 안에서는 물론 다른 곳이고, 홍대 안에서도 정말 다른 곳입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따뜻함과 순수함이 너무나 강합니다.

이런 곳은 정말 희귀해서 영원히 보존되어야 합니다.

함께 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습니다.

앞으로 계속 함께했으면 합니다.

ありがとう


2014.9.22


Shinji





(2014.9.20) ROOTS CAMP vol.1 - ROOTS TIME meets KUCHU-CAMP

http://kuchu-camp.net/xe/55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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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리듬을 믿고(この胸のリズムを信じて)", "우리는 걷는다 단지 그뿐(ぼくらは步く ただそんだ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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