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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었어
- Polaris Live 2012 ‘光る音’, 2012년 12월 23일, 교토 METRO.

/ 장찰스

 
12월이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였다. 나는 혼자 교토에 갔다. 불빛을 기대했다.
 
12월 23일. 교토는 겨울이라기보다 늦가을 같았다. 너무 두꺼운 코트가 아니라 조금 덜 두꺼운 걸 몇 개 겹쳐 입는 편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날, 저녁에 나는 지도를 들고 길을 나섰다. 하지만 조금 걷다가 이내 포기하고 택시를 탔다. 지도 보고 길 찾아 가는 건 애들이나 하라 그래.
 
강을 건너자 마자 택시가 멈췄다. 강을 건너면서 얼핏 버드나무를 봤다. 버드나무니까 그건 흔들리고 있었는데, 어쩐지 이 다리를 다시 건널 땐 걸어서 건너야지 결심을 하게 되었다.
 
‘클럽 이름이 Metro라더니….’ 지하철역으로 통하는 계단이 곧 클럽으로 들어가는 길이었다. 이미 줄이 길다. 예매 번호순으로 입장을 유도하는 남자가 번호를 부른다. “이치반까라 니쥬규반마데 오네가이시마스!” 몸과 마음을 순하게 만들어주는 활력, 일본이구나, 일본에 왔구나. 번호가 멀었기에 편의점으로 가서 군고구마를 샀다.
 
어둡는데, 강 건너 버드나무는 뿌옇게 거기 있다는 정도를 알리고 있었다. 공기가 대번 스테인리스 그릇처럼 차가워졌다. 나는 이 계절을 안다는 생각. 차도와 인도를 가르는 화단에 걸터앉아 고구마를 먹었다. 이 장면, 언젠가 기억나겠군.
 
나는 혹시 ‘Slow Motion’을 가장 많이 들은 사람이 아닐까? (뭐래?) 과연 그럴 것도 같아서 혼자웃었다. 출근하며, 퇴근하며, 아침까지 마시고 돌아가며, 오늘도 잊지 못했군, 새롭긴커녕, 걸음걸음이 후회와 같은 말이었던 때, 2002년 겨울. 이별했다.
 
그 노래 가사에 ‘꿈’과 ‘무지개’가 나온다는 사실 정도를 알았다. 그리고 몇 년이 흘렀고 나는 더 이상 그 노래에 연연하지 않게 되었다. 공중캠프에서 미환과 넋 놓고 웃다가 그 노래를 신청해 들으면서도 이별 따위를 떠올리진 않았다. 거짓말이라도 상관은 없을 만큼.
 
폴라리스. 그들의 라이브를 보기 위해 줄을 서있으면서도 나는 그들이 누군지, 몇 명인지 몰랐다. 가시와바라 유주루가 여전히 폴라리스에서 베이스를 치는지도 확실치는 않았다. 그런데 첫 곡이 ‘Slow Motion’이었다. 어쩌면 두 번째거나 세 번째 곡이었다. 그 노래의 전주가 시작되자 갑자기 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노래가 끝나기도 전에, 모든 게 이미 끝나버렸다는 생각이 스쳤다. 하지만 지금이 후일담일 리는 없어. 혹시 돌아가고 싶은 걸까? 그렇다면 언제쯤일까. 그런 생각이나 했다.         
 
모든 노래가 끝났고, 나는 결심대로 다리를 걸어서 건넜다.
 
그 겨울을 지나쳐, 서울은 이제 9월이 되었고, 나는 집에서 <光る音>을 듣는다. 여름의 애인에게 물은 적이 있다. “이 노래 처음 부분 말인데, 겨울 같지 않아?” 여름의 애인은 그렇다고 했었나? 다만 나는 여기저기 써보고 읽어본다. ‘겨울이었어.’


[출처] 『캠프사이드』 27호, 2013.9.28 발간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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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리듬을 믿고(この胸のリズムを信じて)", "우리는 걷는다 단지 그뿐(ぼくらは步く ただそんだ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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