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을 한참 쓸며
손님 나갈 때마다 잠깐 주변을 쓸어주기만 하면 될텐데,
라고 생각했습니다
곳곳에서 끈적여 잘 움직여지질 않는 물걸레자루와 씨름하며
여기 늘러붙은 맥주는 어제 흘린 걸까, 그제 흘린 걸까, 아님 지난 화요일에 흘린 걸까,
의문이 들었습니다
싱크대 위에 아무렇게나 구겨진 행주를 빨려다
제대로 삭힌 내음에 기겁하고 쓰레기통에 내던지고,
새 행주를 꺼내 물을 축여 테이블을 닦았습니다
분홍색 행주가 옅은 회색으로 얼룩집니다
어차피 조명이 어둑하니 굳이 닦지 않아도 상관없으려나,
싶습니다
주방에 불을 밝히니
쓰레기통 주변으로 꽁초와 라면봉지, 휴지가 진을 치고 있습니다
어쩌다가 넓은 쓰레기봉투 입구로 들어가지 않고 그리 갔는지 의아합니다
주류냉장고에 빈공간이 꽤 있는데
술병은 냉장고 옆에 가만히 쌓여만 있습니다
들어있던 걸 다 팔고 채워넣어야 유통기한 넘기는 일이 없어 그런거겠지,
하고 안쪽의 병을 꺼내 빈 공간을 채우고 다시 집어 넣습니다
커다란 맥주병 박스에 수입맥주병이 아무렇게나 꽂혀있고
빈병으로 다 채워진 박스도 그대로 있습니다
문밖에 재활용 쓰레기 봉투는 점점 늘어만 갑니다
화장실 청소도 마치고 나니 한 시간이 조금 더 지나 있었습니다
혼자서 너무 오버하는 건가,
혹시 필요 이상으로 민감하게 굴고 있는 건 아닌가
잠시 헤아려보지만 결국엔 한숨과 더불어 기운만 빠집니다
예전에 스탭 방학 신청했던 때가 겹쳐집니다
다만 지치는 시기가 한참 더 앞당겨져
한달에 두세번 어영부영 스탭 너댓번만에 넉다운 직전입니다
그냥 못본척 모른척 대충 때우면
좀 나아질까 싶기도 하지만, 그게 좀처럼 되질 않습니다
뭐, 이미 스탭회의는 참여도 않고
매주 캠프를 지키는 것도 아니라
이런 말을 꺼낼 자격이나 있는지 싶으면서도,
자기 시간을 기꺼이 내주어 스탭하는 여러분들께
못할 소리일수도 있습니다만
조금만 더 신경을 써주셨으면, 하고 부탁드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