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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10.10.21 

http://www.hani.co.kr/arti/culture/music/44480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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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과 스밈] 휘시만즈 팬들 ‘또다른 시작’

등록 : 2010.10.21 09:19

서정민 기자

누구는 행복한 미소를 지었고, 누구는 눈물을 훔쳤다. 누구는 흥겹게 춤을 췄고, 누구는 가슴 벅찬 듯 숨을 크게 내쉬었다. 지난 13일 밤 서울 여의도 한강시민공원 수상무대 ‘플로팅 스테이지’에서는 일본 밴드 휘시만즈가 공연을 하고 있었다.
1987년 결성한 휘시만즈는 일본 인디신에 전설로 남아 있는 밴드다. 레게, 덥, 록 스테디를 토대로 록, 펑크, 힙합 등의 요소를 버무려 휘시만즈만의 독특한 음악을 만들어냈다. 보컬 사토 신지의 밝으면서도 애절한 목소리, 일상을 시적으로 표현한 노랫말, 부드럽고 쓸쓸한 멜로디는 휘시만즈를 구성하는 요체였다. 90년대 중·후반 일본과 한국의 적잖은 젊은이들이 세기말의 기묘한 분위기 속에서 이들의 음악에 열광했다. 하지만 99년 3월 사토 신지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휘시만즈는 신세기를 맞이하지 못하고 20세기와 함께 봉인됐다.

2000년 1월, 피시통신에 ‘공중캠프’라는 동호회가 생겼다. 이는 휘시만즈 앨범 제목이다. 휘시만즈를 사랑하는 국내 팬들이 모인 것이다. 2002년 누리집(kuchu-camp.net)으로 옮겼고, 2003년엔 아예 서울 홍대 앞에 ‘공중캠프’라는 이름의 작은 카페까지 차렸다. 직장인 회원 몇몇이 출자했고, 회원들이 손수 테이블을 만들고 벽을 칠해 문을 열었다. 공중캠프는 적잖은 시행착오를 거쳐 현재는 ‘꼭짓점 없는 수평적 원형 공동체’로 운영되고 있다. 110여명의 회원들이 조합비를 내고, 39명의 자발적 스태프들이 돌아가며 카페를 꾸려나간다.

공중캠프는 단순한 팬클럽이나 카페에 그치지 않았다. 영화제, 음악감상회, 라이브 공연 등을 열어 좋아하는 것들을 함께 나눴다. 특히 2007년부터 시작한 ‘스바라시쿠테 나이스 초이스’는 일본 인디 밴드를 공중캠프 카페로 초청해 국내 인디 밴드와 함께 공연하도록 하는 이벤트다. 휘시만즈와 이런저런 인연이 있는 일본 밴드들이 취지에 공감해 ‘노 개런티’로 기꺼이 와줬다. 지난 7월까지 아홉 차례에 걸쳐 모두 17팀이 다녀갔다.

이달 열린 열번째 ‘스바라시쿠테 나이스 초이스’의 주인공은, 믿기 힘들게도, 휘시만즈였다. 몇 년 전부터 초기 멤버인 가시와바라 유즈루(베이스)와 모테기 긴이치(드럼)가 밴드를 재결성해 게스트 멤버들과 함께 휘시만즈 곡들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공중캠프에 다녀간 일본 밴드들을 거쳐 어렵사리 연락이 닿았는데, 휘시만즈가 공중캠프 공연을 기꺼이 수락한 것이다. 지난 13일 공연은 애초 관객 1천명을 예상했지만 홍보 부족 등으로 200명에 그쳤다. 다음날 공중캠프 카페에서 한 차례 더 열린 공연에선 최대 인원 200명을 꽉 채웠다.

공중캠프와 휘시만즈에게 공연 흥행 여부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회원들 말마따나 “10년 만에 되돌아온 메아리”에 “단 10명이 와도 그 10명이 충분히 즐겼다면 그걸로 족한” 것이다. 휘시만즈는 흡족해하며 내년에 또 오겠다는 약속을 남기고 돌아갔다고 한다. 공연 준비에 앞장섰던 고영범(36)씨는 “꿈을 이뤘다 해서 끝난 게 아니라 또다른 시작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이제는 전세계 인디 밴드들의 연결 고리가 되는 꿈을 향해 작은 불씨 하나를 남긴다”고 말했다. 그 불씨 또한 언젠가는 큰불로 활활 타오르리라.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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