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학구열


강남순, 페미니즘 앞에 선 그대에게: 21세기 페미니즘에 대한 7가지 질문, 한길사, 2020

 

 

프롤로그

페미니즘 앞에 선 그대에게

 

첫 번째 질문

페미니즘이란 무엇인가

 

1 페미니즘, 세계를 거꾸로 뒤집는 혁명

2 페미니즘은 자명한 것이 아니다

3 페미니즘은 여성주의인가

4 ‘연장으로서의 페미니즘: ‘좋은이론은 좋은변혁적 실천이다

5 페미니즘과 여성운동은 같은가

6 페미니즘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두 번째 질문

성차별이란 무엇인가

 

1 성차별에 대한 인식: ‘클릭 경험그래-그래 경험

2 차별을 부정하는 네 가지 방식

3 성차별과 다양한 차별들의 유사성과 상이성

4 성차별의 종류

5 페미니즘의 모토: “개인적인 것은 정치적이다

 

세 번째 질문

여성혐오란 무엇인가

 

1 여성혐오에 대한 오해와 이해

2 여성혐오의 인식론적 토대

3 여성혐오 사회에서의 여자: 사창가모델과 농장모델

4 현대 사회, 여성혐오는 어떻게 재생산되는가

 

네 번째 질문

페미니즘은 하나인가

 

1 페미니즘은 하나가 아니다: 복수로서의 페미니즘들

2 성차별의 원인과 대안: 다양한 페미니즘들의 분석

3 여성은 누구인가: 여성은 인간이다

4 페미니즘 안에서의 여성: 정체성의 정치학

 

다섯 번째 질문

남성과 페미니즘은 어떤 관계인가

 

1 남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 남성성의 신화

2 남성도 성차별의 피해자인가: 2의 성차별

3 남성도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는가: 생물학적 당사자성의 의미

 

여섯 번째 질문

페미니즘은 어떤 세계를 지향하는가

 

1 페미니즘은 왜 불편한 진실인가

2 페미니즘의 세 가지 기능

3 페미니즘이 지향하는 세계: ‘모든인간의 평등과 정의

 

일곱 번째 질문

페미니즘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_평등 사회를 향한 다섯 가지 과제

 

1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파괴적 무기가 아닌 변혁적 도구

2 무엇을 해야 하는가: 평등사회를 향한 다섯 가지 과제

3 무엇이 변화되어야 하는가: 이론과 실천의 변혁

 

에필로그

페미니즘의 도착점, ‘모두가 인간인 세계를 향하여?

 


 

강남순 - 페미니즘 앞에 선 그대에게.jpg

 


한국에서는 페미니즘을 여성주의로 쓰곤 한다. 그런데 나는 이 책에서 영어의 페미니즘(feminism)’을 번역하지 않고 음역하여 쓴다. ‘여성주의라는 표현은 득보다 실이 많다고 보기 때문이다. 페미니즘을 여성주의라고 할 경우, 우선 세 가지 위험성이 있다.

 

첫째, ‘여성중심주의(gynocentrism)’라는 오해를 낳을 수 있다. ... 21세기 페미니즘은 이제 초기 페미니즘처럼 여성에 의한, 여성만을 위한운동과 이론으로 제한될 수 없다는 점에서 페미니즘을 여성주의라고 하는 것은 개념적 한계가 있다.

 

둘째, 현대 페미니즘이 지닌 다양한 요소들과의 교차성(intersectionality)’을 간과하고 지나치게 단순화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 현대 페미니즘은 정황에 따라서 젠더만이 아니라 인종·계층·성적 지향·장애 등 다양한 요소들과 젠더가 깊숙이 연결되어 있는 현실에 개입해야 한다.

 

셋째, ‘여성주의라는 표현이 지닌 정치성의 결여다. 페미니스트는 생물학적 본질(essence)’에 관한 것이 아니라 특정한 정치적 입장(position)’의 표현이다. ... 생물학적 여성이라고 해서 자동적으로 페미니스트가 되는 것은 아니며, 생물학적 남성이라고 페미니스트가 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페미니스트는 생물학적 지시어가 아닌 정치적 입장의 표현이다. ... 이러한 이유로 영어에서 여성학(women's studies)’페미니스트학(feminist studies)’을 구분해야 하며, ‘여성학이 아닌 페미니스트학으로 전이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39-41)

 

따라서 현실세계에 개입하지 않고 허공에 맴도는 추상적 이론이 아닌, 구체적인 현실에 깊숙이 뿌리 내린 이론은 진정한 실천을 가능하게 하는 운동이라는 것을 인식하는 일은 참으로 중요하다.

 

이론과 실천의 관계는 부분적이거나 파편적인 것이 전혀 아니다. 이론은 언제나 지역적이며 제한된 상황에만 관계되어 있어서, 그 이론이 특정 상황을 넘어 다른 상황에 적용될 때에는, 이미 그 상황과 거리를 갖게 된다. ... 더 나아가서 한 이론이 다른 상황이나 영역에 적용되기 시작할 때, 그 이론은 장애물, , 차단물 등과 대면하게 되어 마치 릴레이 경주처럼 또 다른 양태의 담론들이 요청된다. ... 실천이란 한 이론점에서 다른 이론점으로 가는 릴레이 경주의 한 쌍과 같다. 어떠한 이론도 벽에 부딪히는 일 없이 발전할 수 없으며, 실천은 이러한 벽을 뚫어 나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이론은 연장상자” - 질 들뢰즈

 

이론은 실천이다” - 미셸 푸코 (45-47)

 

현장이란 무엇인가. 예를 들어 광화문에서 촛불시위를 하는 것은 현장이고, 강의실에서 현실에 대한 다층적 분석을 통해 인식론적 변화를 이끄는 것은 현장이 아닌가. 현장은 다양한 삶의 자리다. (48-49)

 

페미니즘을 하나의 연장으로 생각한다면, 자신은 물론 타자의 인간됨을 부정하는 연장으로 사용할 수도 있고, 새로운 평등과 정의로운 구조를 만들어가기 위한 매우 유용한 연장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페미니즘이라는 연장으로 자신에게 동조하지 않는 이들을 모두 으로 돌리면서, 대치적 입장을 가지는 것만이 페미니스트의 자세라고 본다면, 이것은 인간이 지닌 매우 복합적 층위를 간과하면서 자신과 타자의 인간됨을 파괴하는 연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51)

 

페미니즘(feminism)’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사람은 샤를 푸리에라는 프랑스 남성 철학자다. 그는 사회주의 사상가였으며 유토피아적 사회주의 창시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1837페미니즘이라는 용어를 처음 쓴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여성에게도 모든 직업이 허용되어야 한다고 믿었고, 그 당시의 사회적 통념과는 달리 여성을 생물학적 집단이 아닌 한 개별인으로 보았다. 전통적인 결혼은 인간으로서의 여성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보았으며 이런 신념에 따라 푸리에 자신은 한 번도 결혼을 하지 않았다. 동성애라는 개념이 등장하기 이전에, 이미 그는 여성과 남성은 동성애를 포함하여 다양한 성적 필요와 선호를 지니고 있으며 그러한 다양한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 결국 사회적 통합을 확장한다고 주장했다. (60)

 

페미니즘은 여성도 인간이라는 급진적 사상(feminism is the radical notion that women are people)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페미니즘의 도착점은 여성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인간이라는 급진적 사상이어야 한다.” (67)

 

클릭 경험(click experience)’, ‘아하의 순간(aha! moment)’, ‘그래-그래 경험(yeah-yeah experience)’

 

영성화(spiritualization)의 방식, “영적으로 모두 평등하지만, 여성과 남성이 해야 하는 역할이 다른 것(equal but different)”, 여성과 남성의 생물학적 차이(difference)’를 사회·정치·문화·종교·가정 내에서의 차별을 정당화하는 서사로 사용되는 경우로도 나타난다. (79)

 

이분법적 사유방식과 지배의 논리, ‘지배의 이즘들(isms of domination)’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억압적 개념의 틀 안에서 구성된다. 가치 위계적(value-hierarchical), 대립적(oppositional), 상호배타적, 권력과 특권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이해, 지배의 논리는 우월한 사람/집단은 열등한 사람/집단을 지배하는 것에 도덕적 정당성을 부여한다. (83-86)

 

오바마의 미러링’, 20141219, 오바마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여덟 번의 질문을 받았는데, 남성 기자는 제외하고 모두 여성 기자만을 지목하여 질문을 받았다. (106)

 

푸코는 권력과 지식이 아니라 권력/지식(power/knowledge)’이라고 표기함으로써, 권력과 지식의 분리불가능성을 명료하게 밝힌다. (125)

 

여성혐오 사회에서의 여자, 사창가모델과 농장모델 (131)

 

미소지니여성혐오라고 번역하는 것은 혐오라는 개념이 지닌 노골성 때문에 미소지니의 광범위한 의미를 오해할 수 있다는 한계를 지닌다. ... 그러나 페미니즘과 달리 미소지니를 번역하지 않고 음역할 경우, 득보다는 실이 더 많다고 나는 본다. 우선 미소지니는 누구나 다 아는 일상화된 영어가 아니다. 따라서 여성혐오와 관련된 논의에서 미소지니라는 개념이 생소한 이들을 소외시키게 되거나 번번이 설명을 해야만 한다. (140)

 

페미니즘은 결코 단수가 아닌 복수, 페미니즘들(feminisms)’로 이해해야 한다. (160-161)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의 대안을 수용하면서, 동시에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것이 사회주의 페미니즘이다.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이 여성의 계급에 초점을 두었다면, 사회주의 페미니즘은 여성이라는 계급젠더를 모두 중요한 분석의 틀로 삼고 있다. 따라서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이 자본주의비판에 초점을 둔 반면, 사회주의 페미니즘은 자본주의뿐만 아니라 가부장제도까지 그 주요 비판대상으로 삼는다. (177)

 

표지(marker)-너머의 페미니즘’ (189)

 

얼터리티(alterity)의 정체성은 이러한 한계(‘우리-그들이 이분법’, 본질주의화, 동종화, 이종성의 억제, 이상화, 권력과 특권 문제의 지나친 단순화, 억압의 교차성 간과 등)를 넘어서는 복합적인 정체성을 구성하면서, 한 인간이 지닌 다층적 구조를 담아내고자 하는 시도다. / 내가 얼터리티를 번역하지 않고 음역하는 것은 다름이라고 번역할 경우 차이(difference)’와 유사한 개념으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차이비교대상이 필요하지만, ‘얼터리티는 그 어떤 요소와의 비교를 전제하지 않고, 그 존재방식의 다름을 그 자체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혼종성의 정체성(identity of hybridity)’, ‘다름의 연대(solidarity of alterity)’, 연대하는 이유는 우리-그들이 동질성을 공유해서가 아니라, 각기 고유한 한 인간으로서 차별과 배제를 넘어서고자 연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210-212)

 

분노에는 본능적 분노, 파괴적 분노, 성찰적 분노가 있다. ... 페미니즘을 포함한 사회적 변혁을 모색하는 이론가 또는 운동가들이 경계해야 할 것은 파괴적 분노. ‘파괴적 분노는 불의에 대해 인식하지만 비판적 성찰은 결여된 채 피해자 의식속에 침잠하여 그 어떤 변혁적 동기를 제공하지 않고 관계의 파괴와 상대방에 대한 악마화로 이어지는 분노다. / ‘페미니스트의 분노는 성찰적 분노여야 하며, 인간됨의 파괴로 이어지는 분노여서는 안 된다. 부당한 일에 대한 성찰적 분노는 필요하지만, 상대방에 대한 파괴적 분노는 가해자나 피해자 모두를 비인간화시킬 뿐이다. (253-254)

 

페미니즘의 세 가지 기능: 탈자연화, 변혁적 균열, 대안적 세계의 제시 (262)

 

페미니즘의 세 가지 목표: 성차별의 종식, 젠더 평등과 젠더 정의의 실현, 계층·인종·국적·성적 지향·장애 등과 관련된 모든 종류의 정의 실현 (266)

 

코즈모폴리턴 페미니즘(cosmopolitan feminism)’, “나는 코스모스에서 온 시민이다” (디오게네스), ‘영구적 평화(perpetual peace)’, ‘상호연관성’, ‘개별성의 윤리(ethics of singularity)’ (268-269)

 

실천 없는 이론은 공허하고, 이론 없는 실천은 맹목적이다.” (칸트) (279)

 

이 과정을 생략하고 자신의 입장만이 절대적인 것이라고 하면서 다른 입장을 정죄하고, 더 나아가서 그 사람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고 악마화하게 될 때, 페미니즘은 긍정적 의도성과 목적을 지닌 연장임에도 불구하고 파괴적 무기로 돌변한다. 이 때 페미니즘이라는 도구의 변혁적 기능은 상실되며, 페미니즘이 가진 인간됨의 얼굴을 상실하게 된다. 종교든 사회변혁 이론이든 인간의 얼굴을 상실하는 것, 이것은 가장 위험한 덫이다. (282)

 

따라서 종교든 이론이든 맹목적 열광자가 되는 것을 스스로 경계해야 한다. ‘열광자가 되는 순간, 비판적 성찰이 중지되기 때문이다. 종교를 포함해서 그 어떤 이론은 결국 자신의 인간됨을 실천하기 위해수용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오늘의 열광자는 내일의 압제자가 될 위험성이 인간 모두에게 있다. 종교든 이론이든 맹목적 열광자가 될 때, 그것이 보다 나은 세계를 향한 창의적 도구(constructive/creative tool)’가 아니라, 관점의 다름을 용납하지 않고 정죄하고 악마화해 버리는 파괴적 무기(destructive weapon)’로 돌변하기 때문이다(282)

 

생물학적 여성은 성차별이나 성폭력의 정황에서 우선적 당사자로서 위치한다. 그래서 당사자 중심주의라든지 도는 피해자 중심주의는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그런데 이 개념을 공적으로 차용할 때에는, 이 개념 자체가 언제든지 오용(misuse)되고 남용(abuse)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예민성과 신중성이 동반되어야 한다. 자신의 입장과 다르다고 해서 페미니즘의 이름으로 상대방을 무비판적으로 악마화하거나 맹목적 으로 취급하는 것은 피해자 중심주의의 오남용으로 다른 종류의 피해자를 양산하는 것이다(283)

 

자신 안에 내재한 인식의 사각지대에 대한 지속적 성찰이 없다면, 페미니즘은 설득과 변혁의 도구가 아닌 파괴와 정죄의 무기로 전이될 수 있다. ... 평등과 정의를 확산하고자 장기적으로 노력하는 이들에게 요청되는 것은 맹목적 페미니즘이 아닌, 지속적인 학습과 개방성을 가지고 자신은 물론 타자를 설득하여 함께 연대할 수 있도록 동지를 확장하는 비판적 페미니즘들의 확산이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인간됨(humanity)을 상실하지 않고 지켜내는 것은 평등과 정의로운 세계를 원하는 이들이 가져야 할 최후의 보루다(282-283)

 

내가 나일 때, 나는 너다(Ich bin du, wenn ich ich bin)” (폴 셀란, 거리의 찬양) (306)

 

사실이란 없다, 다만 해석만이 있을 뿐이다(there are no facts, only interpretations)” (니체) (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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