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학구열


카프카의 짧은 단편 2개에 대한 발제문,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야구의 발제문(발제라기보단 발췌라 첨부로만 올립니다 )

전에 올리지 못한 마사루 감상문도 첨부~

 

2011. 2.22 화 at 공중캠프 /민경

카프카단편

1. 돌연한 출발

1.1. “‘여기에서 떠나는 것,’ 그것이 나의 목적지일세.”

1.2 예비 양식도 날 구할 수는 없을 걸세.

+ 읽어보아요.

이 세상 밖이라면 어디라도 - 보들레르

인생은 병원, 환자들은 저마다 침대를 바꾸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혀 있다.

어떤 사람은 같은 값이면 난로 옆에서 신음하기를 바라고, 또 어떤 사람은 창가자리로 가면 나으리라 생각한다.

나에게는 지금 내가 있지 않은 곳에 가면 언제나 행복할 것 같아 보인다.

그리하여 이 문제는 내가 내 넋과 끊임없이 논의하는 문제의 하나이다.

말해보라. 내 넋이여, 식어 빠진 가엾은 넋이여, 리스본에 가서 살면 어떻겠니? 거기는 틀림없이 따듯할 것이고, 너는 도마뱀처럼 다시 기운이 날 것이다. 그 도시는 물가에 있다. 도시는 대리석으로 세워졌고, 주민은 식물을 싫어하여 나무는 모조리 뽑아버린다고 한다. 이거야말로 네 취미에 맞는 풍경이 아닌가! 이 풍경을 이루는 것은 햇빛과 광물, 그리고 그것을 비춰주는 액체뿐이다!

내 넋은 대답하지 않는다.

너는 움직이는 걸 바라보면서 휴식하기를 그토록 좋아하니까, 저 복 받은 땅 폴란드에 가서 살지 않겠니? 네가 박물관에서 그 그림을 보고 자주 탄성하던 그 나라에 가면, 너도 아마 마음이 즐거우리라. 로테르담은 어떻니? 너는 돛대의 숲을 좋아하고, 집 아래 매어 놓은 배들을 좋아하잖아.

바다비아가 더욱 네 마음에 들지도 몰라. 더구나 거기가면 열대의 아름다움과 융합한 유럽의 정신을 발견할 수 있을거야.

한마디도 없다. 내 넋은 죽었는가?

그러면 너는 네 고민 속에서 밖에 즐거울 수 없을 정도로 허탈증에 빠져 있는가? 그렇다면, ‘죽음’과 닮아 있는 라 쪽으로 도망쳐 가자. 필요한 일은 내가 맡아서 하마, 가엾은 넋이여. 짐을 꾸려 토르네오로 떠나자. 어쩌면 더욱 멀리라도 가자꾸나. 발틱해의 끝까지 라도. 할 수 있다면, 인생에서 더욱 더 멀리 떠나자. 북극에 가서 살자꾸나. 거기에 태양은 비스듬히 밖에는 땅을 비추지 않고. 낮과 밤의 느린 교대는 변화를 없애고 허무의 반쪽인 단조로움을 북돋워 준다. 거기서 우리는 오래도록 어둠 속에서 유영할 수 있을 것이고, 그동안 우리의 마음을 즐겁게 하기 위하여, 극광은 때때로 우리에게 ‘지옥’의 불꽃의 반사광처럼 장밋빛 햇살 다발을 보내주리라.

마침내 내 넋은 말문을 터뜨린다. 그리고 슬기롭게도 나에게 이렇게 외친다.

어딘들 상관없어. 그것이 다만 이 세상 밖이기만 한다면!

2. 법 앞에서

2.1. ‘법’을 말 그대로 법으로 보는 경우.

2.1.1 주인공에게 법은 어떤 가치를 가지는가?

시골사람이 추구하는 법은 우리의 행동과 삶을 규제하고 벌주는 부정적인 ‘제도’로서의 법의 의미가 아니다. 권리와 이익을 보호하고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는 대상으로서의 이상적인 의미의 법인 것이다. 문지기의 역할은 법의 권위와 위신을 지키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어느정도 제어적 기능을 행하는 제도적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 단편은 제도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버린 어리석음을 말하려하는 것일까?

2.1.2 법안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 ‘법의 보호를 청한다.’, ‘법의 심판을 기다린다.’

2.2 문지기와 시골출신 사나이에 대한 두 가지 해석(카프카 - 소송):

2.2.1문지기가 시골출신 사나이를 속였다.

2.2.2시골출신 사나이는 뚜렷한 목표도 없으면서 문지기를 지치게 한다.

시골출신 사나이의 요청에 문지기는 ‘나중에’라고 답한다. 왜 시골사나이는 ‘나중’이 언제인지 묻지 않는가? 왜 벼룩에게 부탁하는 터무니없는 노력을 하는가? 이러한 행동을 보아, 시골출신 사나이에게 법안으로 들어갈 필연적인 이유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2.3 문지기는 매일 찾아와 자신을 지치게 하는 시골출신 사나이에게 화를 내거나 강경한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 높으신 나리들이 하는 무심한 질문만을 할 뿐이다. 시골출신 사나이 역시 문지기에게 분노를 표출하거나 문지기의 불합리한 처사에 대해 일반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이야기는 정상과 비정상, 합리성과 비합리성, 이성과 광기를 분간 할 기반을 제공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감정을 이입하여 상황을 바라보아야 할 지 알 수 없다.

3.4 (조켈)법은 갈구의 대상이지만 잡히지 않는다. 법은 항상 열려 있다고 하며 모든 이들이 열망한다. 문지기는 거절하지만 희망의 여지를 남겨놓는다. 이 유혹은 세이렌의 유혹이다. 갈망과 좌절의 대상으로서의 법은 여기서 세이렌적이고 동시에 사디즘적인 속성을 가진 것으로 규정되지만 세이렌의 유혹을 슬기로 다스려 귀향하는 오디세우스와는 달리 시골남자는 그 유혹을 결코 마다하지 않으며 오히려 법을 구하기 위해 온갖 자기비하나 모멸을 감수하기까지 한다.

3.5 ‘법’을 텍스트로 해석하는 경우

3.5.1 시골사람=소박한 독자/ 문지기=전문적인 해석자

3.5.2 법/텍스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개별적인 독자의 용기와 결단에 달렸으며 텍스트 또는 권위있는 기존 의견들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단순한 허구일 수 있다. (셰퍼)시골사람의 삶은 타성적이고 의타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삶의 표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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