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학구열


대성당(1983)

 

/ 레이먼드 카버(1938.5.25-1988.8.2)

 


<깃털들>

 

정말 못생긴 아기였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버드와 올라에게는 그렇게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을 것이다. 설령 그렇다 치더라도, 아마 그들은 못생겼다고 해도 어쨌든 괜찮아, 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우리 아기니까. 지금은 이런 시기를 거치는 것뿐이지. 조만간 다른 시기가 찾아올 거야. 이런 시기도 있고 다른 시기도 있는 것이니까. 결국에는, 그러니까 모든 시기가 지나가고 나면, 모두 괜찮아질 거야. 그들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게 틀림없었다. (39)

 

버드와 올라의 집에서 보낸 그날 저녁은 특별했다. 특별하다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그날 저녁, 나는 내 인생이 여러모로 썩 괜찮다고 느꼈다. 내가 느낀 걸 프랜에게 말하고 싶어서라도 나는 어서 둘만 있고 싶었다. (40)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그는 행복했고, 지금까지는, 운이 좋았다. 그도 알고 있었다. ... 갑자기 모든 상황이 바뀌면 한 사람을 꺽어버리거나 내팽개쳐버리는 힘들이 있다는 것을 그도 알고 있었지만, 지금까지는 그 힘들로부터도, 또 그 어떤 실제적인 위해로부터도 멀리 떨어져 있었다. (94-95)

 

내가 얼마나 미안한지는 하느님만이 아실 거요. 내 말을 잘 들어요. 나는 빵장수일 뿐이라오. 다른 뭐라고는 말하지 못하겠소. ... 내게는 아이가 하나도 없기 때문에 지금 당신들의 심정에 대해서는 간신히 짐작만 할 수 있을 뿐이라오. 지금 이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미안하다는 것뿐이라오. 부디 용서해주시길 바랍니다. ... 나는 못된 사람이 아니오. 적어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당신이 말한 것처럼 전화로 못된 짓 하는 사람은 아니라오. 요약하자면, 더 이상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나도 모르겠다는 걸 알아줬으면, , 그렇다고나 할까요. 부탁이오. ... 나를 용서할 마음이 생기는지 여쭤봐도 되겠소?” (126)

 

뭔가를 먹는 게 도움이 된다오. 더 있소. 다 드시오. 먹고 싶은 만큼 드시오. 세상의 모든 롤빵이 다 여기에 있으니.” (127)

 

 

<굴레>

 

그녀는 카메라를 향해, 스퍼즈의 거실에 앉아 있는 우리들을 향해 계속 손을 흔들었다. (266)

 

이 의자에 앉으면 사람들은 뭔가 말하고 싶어한다. (271)

 

이렇게 말할 거예요. ‘꿈이란 말이죠, 깨라고 있는 거잖아요.’ 그렇게 말할 거예요.” (274)

 

 

<대성당>

 

멋지군.” 그가 말했다. “끝내줘. 정말 잘하고 있어.” 그가 말했다. “자네 인생에 이런 일을 하리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겠지. 그렇지 않나, 이 사람아? 그러기에 삶이란 희한한 걸세. 잘 알다시피, 계속해. 멈추지 말고.” (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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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리듬을 믿고(この胸のリズムを信じて)", "우리는 걷는다 단지 그뿐(ぼくらは步く ただそんだ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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