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학구열


공중캠프

2017.10.18 09:32

▶ 알콜토크 vol.22.2 - '러시아 혁명' 100년 참고 텍스트

[러시아혁명에 관해 공부하고 싶다면 읽어볼 책들]

- 박노자, 러시아 혁명사 강의, 나무연필, 2017.

이제 막 도착한 이 책은 러시아혁명을 한국현대사를 읽는 반면 거울로 삼는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서술을 시도한다. 구 소련에서 성장하고 시장경제로의 이행과 더불은 배반의 역사를 지켜보기도 했던 저자의 서술은 러시아혁명과 구 소련에 대한 오해에서 벗어나는데 큰 도움을 준다. 국가와 당을 통한 지배 등에 관한 저자의 강한 거부감은 거리를 두고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만 러시아혁명을 오늘의 시점에서 반복할 필요를 느끼는 이들에겐 지침이 되어줄 것이다.

- 존 리드, 세계를 뒤흔든 열흘, 서찬석 옮김, 책갈피, 2005.

아마 서구사회에서 러시아혁명의 현장을 가장 널리 알린 기념비적인 책이다. 이 책에서 러시아혁명의 실험이 무엇이었는지를 감격과 흥분에 찬 목소리를 통해 들어볼 수 있다. 무엇보다 러시아혁명은 노동자와 농민들을 비롯한 근로대중들이 역사상 최초로 권력을 장악하고 평등한 사회경제질서를 만들어내려고 했던 실험이었다. 이 글은 그 역사적인 실험에 참여했던 이들의 열정을 마치 곁에서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전해준다.

- 빅토르 세르주, 러시아혁명의 진실, 황동하 옮김, 책갈피, 2011.

존 리드의 책과 더불어 러시아혁명의 현장의 열광 나아가 동요와 혼란을 전하는 글로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이 책에서 방랑 혁명가인 세르주는 러시아혁명이 성공하고 난 이후 1년의 시간을 섬세하게 기록하고 증언한다. 무엇보다 혁명을 지키고 확장하며 방어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딜레마를 헤아리는데, 그리고 노동자와 민중이 주인 되는 세계를 창설한 최초의 실험에서 어떤 난관들이 도사리고 있는지를 생각하는 데 유익하다.

- 레온 트로츠키, 러시아 혁명사, 볼셰비키그룹, 아고라, 2017.

레닌과 함께 러시아혁명을 이끌었던 지도자이며 또한 페트로그라드 소비에트 의장이자 소비에트연방의 군사위원장이기도 했던 트로츠키야말로 러시아혁명에 관한 가장 중요한 증언자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트로츠키란 이름을 둘러싼 열광이나 거부감을 뒤로 하고 혁명을 직접 지휘하고 또 그것의 전개과정에서 중요한 결정적 판단과 선택을 감행했던 트로츠키의 회상을 읽는다면 러시아혁명의 진면목을 보다 가까이에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 * *

그러나 러시아혁명에 관한 몇 권의 책으로는 러시아혁명 이후의 세기였던 20세기의 역사를 이해하기란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러시아혁명이 유럽은 물론 먼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의 민중과 지식인들에게 미친 영향을 이해하거나 러시아혁명이 문화와 예술에 끼친 충격과 효과를 이해하자면 수천 권이 넘는 글들을 떠올려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러시아혁명은 유토피아적 기획을 현실에서 실행하고자 했던 전무후무한 실험이었다. 그것을 기억하지 않고 또 그로부터 배우지 않은 채 유토피아적인 기획을 실천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러므로 스스로 러시아혁명을 더 깊이 공부하기 위한 목록을 만들어보기를 권한다.

노동자라면 금융화와 공황이니 4차산업혁명이니 하는 알쏭달쏭한 말들이 자본주의의 역사적인 위기와 관련이 있음을 생각하면서, 러시아혁명의 교훈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자본주의의 위기에서 벗어나는 길은 노동자와 민중이 자신들이 주인이 되는 세계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를 위한 전망을 찾고 나침반을 고르는데 러시아혁명은 최고의 학교가 될 것이다.

혹은 철학을 공부하는 이라면, 프랑스혁명이 없었다면 칸트와 헤겔의 위대한 철학이 불가능했던 것처럼 러시아혁명을 철학적인 사건으로서 바라보며 그것이 20세기의 철학에 어떤 위대한 철학적 전통을 만들어냈는지 생각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예술가라면 다다나 초현실주의와 더불어 역사적 아방가르드의 최전선에 있었던 러시아 혁명의 예술적 실천을 추적하면서 오늘날 급진적인 예술이 처한 문제들을 다시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이 되었던 그것이 고독한 사색이어서는 곤란하다. 러시아혁명을 이끈 가장 큰 비결은 학습하고 선전하고 조직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부디 공부하고 주변에 알리며 뜻을 같이하는 이들을 조직하는 일이다.

(서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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