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학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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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7 15:30

[밑줄] 인류학 성과로 본 여성억압의 기원

“인류 역사의 최초 단계에서의 성별 분업은 남성의 여성에 대한 지배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남녀 모든 인간에 대한 자연의 지배를 반영하는 것이다.”(린다 번햄, 미리엄 루이, 「불가능한 결혼」, 『여성해방이론의 쟁점』, 태암, 1989, 225쪽)

사회적 생산에서 남성의 노동이 여성의 노동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게 되자 여성의 지위도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남성이 주된 식량생산자 역할을 하고, 여성들은 집 안에서 임신과 출산, 육아를 주로 담당하는 식의 성별 노동분업은 여남 모두 사회적 생산 자체에는 동등하게 참여했던 이전의 분업과는 달리 여성억압적 성격을 갖는다. 이렇게 생산이 발전하여 중농업 사회로 접어들자 성별분업의 성격이 여성억압적으로 변화한 것이 바로 여성억압의 근원이다.

생산의 발전은 여성억압을 출현시킴과 동시에 잉여생산물과 사적 소유를 출현시켰고 이는 계급과 국가의 발생으로 이어졌다. 엥겔스가 『가족, 사유재산, 국가의 기원』에서 말한 바와 같이 “역사상 등장한 최초의 계급 적대는 일부일처제 결혼에서 남성과 여성 사이의 적대 발전과 일치하며, 최초의 계급 억압은 남성에 의한 여성의 억압과 일치한다.”

이렇듯 생산의 발전이라는 공통의 원인에 의해 비슷한 시기에 출현한 여성억압과 계급억압은 상호작용하며 서로가 서로를 강화시켰다. 일각에서는 ‘계급억압이 여성억압의 근원이다’라는 것이 맑스주의의 입장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엥겔스가 『가족, 사유재산, 국가의 기원』에서 펼친 주장도 계급억압이 여성억압의 원인이라는 것이 아니라, 두 억압의 발생이 시기적으로 일치한다는 것이었다.

아주 먼 옛날에 일어났던 이런 일들에 우리가 지금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들 중 하나는, 여성억압이 어디까지나 사회적·역사적 산물임을 인식하기 위해서이다. 즉 남성은 원래부터 여성을 억압하는 본능을 가진 존재가 결코 아니며, 여성과 남성이 평등하게 살았던 사회는 분명 존재했다. 위에서 언급된 인류학자 제임스 수즈만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람은 인간 사회들에 존재하는 위계를 불가피한 것으로, 우리라는 존재의 자연적 일부분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이러한 믿음은 호모 사피엔스 20만 년 역사의 대부분 기간과 모순된다.” 그렇기에 우리가 새로운 사회를 건설한다면, 여성과 남성의 사회적 관계는 얼마든지 지금과 달라질 수 있다. 여성억압의 기원을 질문하지 않고 여성억압에 초역사적으로 접근한다면 이 지점을 놓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또 하나의 중요한 지점은 생산의 변천과 여성억압 사이의 관계이다. “그들이 무엇인가는 그들의 생산에, 그들이 무엇을 생산하는가에뿐만 아니라 또한 동시에 어떻게 생산하는가에 일치한다”라는 맑스의 말처럼, 여성억압의 기원 역시 생산의 변천, 즉 생산력의 발전과 이에 따른 생산관계의 변화 속에서 설명될 수 있음을 앞서 살펴보았다. 계급억압 역시 여성억압과 비슷한 시기에 생산의 발전이라는 공통의 원인으로부터 출현했다. 그렇기에 여성억압의 문제는 생산력의 발전과 이에 따른 생산관계의 발전 속에서, 계급 문제와 함께 총체적으로 인식해야 함을 알 수 있다. 이것이 맑스주의 역사유물론의 관점에서 여성문제를 인식하는 데 있어서 핵심이다.

http://socialist.kr/origin-of-womens-oppression-and-anthrop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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