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학구열


진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거짓과 혐오는 어떻게 일상이 되었나
(The Death of Truth: Notes on Falsehood in the Age of Trump)

미치코 가쿠타니 지음
김영선 옮김

돌베개, 2018/2019


들어가며

1 이성의 쇠퇴와 몰락
2 새로운 문화전쟁
3 ‘자아’와 주관성의 부상
4 실재의 소멸
5 언어의 포섭
6 필터, 저장탑, 부족
7 주의력 결핍
8 ‘거짓말이라는 소방호스’: 프로파간다와 가짜 뉴스
9 남의 불행에 쾌감을 느끼는 사람들

나가며


“역사가는 온전한 사실의 결이 얼마나 손상되기 쉬운지 알고 있다. 우리는 이런 사실 안에서 일상의 삶을 보낸다.” - 한나 아렌트

“그것은 하나의 거짓말로 구멍이 뚫리거나, 집단이나 국가나 계급의 조직적 거짓말로 너덜너덜해지거나, 흔히 숱한 거짓말로 신중히 은폐되거나, 단순히 망각되어 부정되고 왜곡될 위험성이 항상 존재한다. 사실이 인간사의 영역에서 확실한 거처를 찾으려면 기억되는 증언과 신뢰할 수 있는 확실한 증인이 필요하다.” - 한나 아렌트, 「정치에서의 거짓말(1971)」

이 역학관계는 고야가 <진리는 죽었다>라는 제목의 유명한 판화에서 묘사한 대로, 진리의 여신 베리타스가 치명적인 병에 걸릴 수 있는 완벽한 생태계를 만들어내고 있다.

확실히 1960년대에 문화전쟁이 시작된 이래 상대주의가 우세해지고 있다. 당시 상대주의를 수용한 것은 서구, 부르주아, 남성 지배적 사고의 편견을 폭로하는 데 관심을 쏟은 신좌파와 포스트모더니즘의 복음을 알리려는 학자들이었다. 상대주의는 보편적 진실이란 건 없고 개개인의 작은 진실이 있을 뿐이라고, 즉 한 시대의 문화 및 사회 세력이 형성하는 인식이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 이후 상대주의 논쟁은 창조론자와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사람들을 포함하는 우파 포퓰리스트들이 장악하고 있다. 

물론 상대주의는 소설가이자 언론인인 톰 울프가 말한 ‘자기중심주의의 시대’부터 시작해 자부심 넘치는 셀피(selfie) 시대를 거치며 부상한 나르시시즘 및 주관주의와 정확히 동시에 떠올랐다.

“우리는 정책과 사안에 대해 논쟁할 수 있고, 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논쟁은 분열을 일으키는 수사와 거짓말로 감정과 두려움에 원초적으로 호소하기보다 공통된 사실에 기초해야 한다.”


이것은 사과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게 바나나라고 말할지 모릅니다.
그들은 ‘바나나, 바나나, 바나나’라고 거듭거듭 소리칠지 모릅니다.
온갖 모자에다 ‘바나나’라고 써넣을지도 모르죠.
그럼 여러분은 이게 바나나라고 믿기 시작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건 바나나가 아닙니다. 이건 사과입니다.
- 사과 사진을 보여주는 CNN 광고


“This is an apple. Some people might try to tell you that it's a banana. They might scream banana, banana, banana, over and over and over again. They might put BANANA in all caps. You might even start to believe that this is a banana. But it’s not. This is an apple.”

https://twitter.com/CNN/status/922402297581375488


“현대 프로파간다의 요점은 잘못된 정보를 전하거나 어떤 의제를 밀어붙이는 것만이 아니다. 우리의 비판적 사고를 소진시키는 것, 진실을 무효화하는 것이기도 하다.” - 가리 카스파로프

가장 끔찍한 인종차별과 성차별의 말, 그리고 심히 잔인한 말이 흔히 윙크나 조롱과 함께 소셜미디어에 올라온다. 그리고 그런 말을 한 사람들은 공개적으로 비판을 받으면 흔히 그냥 농담이라고 대응한다.

“모든 사람이 저마다의 의견을 가질 권리가 있는 것이지, 저마다의 사실을 가질 권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 - 패트릭 모이니핸

“그러므로 나는 확신한다. 진실의 문을 여는 것과 이성으로써 모든 것을 살피는 습관을 강화하는 것이, 우리 후손들이 스스로 동의해 국민을 속박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그 손에 채울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갑임을.” - 토머스 제퍼슨

나는 중립성이 아니라 진실을 믿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진실을 진부하게 만드는 일을 멈춰야 한다고 믿습니다.

이제 사람들은 ‘노오력’과 같은 자기계발조차 불가능한 자아실현이라는 것을 안다. 대신, 타인을 밀치고 혐오하고 ‘관종’이 됨으로써 자신을 실현하려고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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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리듬을 믿고(この胸のリズムを信じて)", "우리는 걷는다 단지 그뿐(ぼくらは步く ただそんだ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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