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학구열


(8/25) 알튀세르 심포지엄

조회 수 1505 추천 수 0 2010.08.07 02:51:35

Althusser.jpg

 

 

http://althusser.greenbee.co.kr/

 

 

따라서 이번 심포지엄은 단순히 알튀세르 사망 20주년을 기리기 위한 것이 아니고, 그의 사상의 위대함, 그의 맑스주의의 독창성을 찬양하기 위한 것도 아닙니다. 그보다 이번 심포지엄의 목표는, 그의 사상의 여러 요소들 가운데 오늘날에도 여전히 가치를 지니고 있고 여전히 현실적인 효과들을 생산해 낼 수 있는 주제들을 살펴보고, 알튀세르 사상과의 비판적 대결을 통해 독자적인 이론의 세계를 구축한 현대 사상가들의 작업 속에서 알튀세르 사상이 그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고 또 어떤 식으로 지양되고 있는지 검토해 보는 것입니다.

좀더 궁극적으로 본다면 이러한 목표는, 오늘날 알튀세르의 사상을 무관심하게 망각하거나 맹목적으로 배척하지 않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교조적으로 되풀이하거나 회고적으로 찬양하지 않으면서, 알튀세르의 사고 양식, 곧 맑스(주의)의 사고 양식을 다시 한 번 재개하는 것은 어떻게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던져 보고, 각자 나름대로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사고해 보려는 또 다른 목표를 함축하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철학자로서, 맑스주의자로서 알튀세르의 가장 비범한 측면은 비교조적인 사고 양식, 가장 이단적인 방식으로 맑스주의를 쇄신하고 구원하려고 했던 그의 사고 양식에 있는 것 같습니다. 공산당의 정치적 사상 통제가 공공연히 이루어지던 시대에 그는 대담하게도 비맑스주의적인 사상의 요소들을 동원하여 맑스 사상의 핵심을 복원하고 맑스주의를 쇄신하려고 했습니다. 스피노자 철학을 원용하여(더욱이 그의 스피노자 해석은 당대의 맥락에서 볼 때 가장 이단적이고 가장 특이한 해석이었는데, 놀랍게도 오늘날 그의 이러한 해석은 현대 스피노자 연구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헤겔의 변증법과 구별되는 맑스주의 변증법을 사고하려는 시도나 프로이트의 정신분석과 스피노자의 상상계 이론을 통해 맑스주의적인 이데올로기론을 구성하려는 시도, 바슐라르나 캉길렘에 근거하여 맑스주의 인식론을 쇄신하려는 시도 등이 그 단적인 사례들입니다. 그의 사상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효력을 발휘하고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 그것은 어쩌면 그의 사상이 지닌 이러한 이단적 성격 때문일 것입니다.
따라서 오늘날 알튀세르에 대해 다시 한 번 사고해 보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그의 사상을 교조적으로 되풀이하거나 단순히 찬양하는 데 그친다면, 그것은 알튀세르에 대한, 알튀세르의 사상에 대한 가장 큰 배반이 될 것입니다. 알튀세르의 사상은 비판적 대결을 거치지 않고서는 이해되거나 수용될 수 없는 사상, 새롭게 변용되고 굴절되는 것을 통해서만 계승되고 재개될 수 있는 사상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프랑스의 세계적인 스피노자 연구자인 피에르-프랑수아 모로(Pierre-François Moreau) 교수는 젊은 시절 알튀세르의 파리 고등사범학교 제자 중 한 사람이었는데, 그는 서강대 서동욱 교수와 제가 편집을 맡아 출간을 준비 중인 『스피노자와 현대철학』이라는 제목의 공동 논문집을 위해 마련된 대담에서 “이제 우리가 알튀세르의 이런저런 분석에 더 이상 동의하지 않을 수는 있지만, 적어도 그는 우리에게 사고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의 사망 20주년을 맞아 마련된 이번 심포지엄이 아무쪼록 우리 모두 다시 한 번 그에게 사고하는 법을 배우는 자리가 되기를, 그에게 사고하는 법을 배운 사람들에게 또 다른 방식으로 사고하는 법을 배우는 자리가 되기를, 서로가 서로에게 사고하는 법을 가르쳐 주는 자리가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2010. 7. 22.

진태원

 


go

2010.08.25 02:3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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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석! 일어나는 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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