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학구열


<시뮬라크르 시대의 문화론> (10/7-12/2)

조회 수 1969 추천 수 0 2004.10.03 23:51:35
기획의 말

인간이란 자신의 의도와 관계없이 늘 특정한 시대, 특정한 지역에서 태어나 살아가야 한다. 우리는 21세기 초 한국에서 살고 있다. 삶을 음미하면서 살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가 도대체 어떤 시대인지,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공간이 도대체 어떤 공간인지를 파악해야 할 것이다. 이번에 기획된 강의 <시뮬라크르 시대의 문화론>은 우리 시대를 관류하고 있는 거부할 수 없는 한 현실로서 ‘시뮬라크르’를 사유하고자 한다. 이미지, 사건, 감성적 언표들, 감각적인 것 ... 등 여러 가지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이 개념을 중심으로 현대인들의 삶을 알게 모르게 조건 짓고 있는 존재론적, 미학적, 정치적 시뮬라크르들을 만나보자.

시뮬라르크는 플라톤의 대화편에 나오는 ‘시뮬라크라’를 현대어로 바꾼 것이다. ‘시뮬라크라’는 때로 ‘환타스마’라고도 불렸는데, 지금의 환각, 환상, 환영 등에 해당한다. 감각적인 것들, 이미지들, 사건들...은 순간적인 존재들, 덧없는 것들, 흐물흐물한 것들이다. 플라톤에게 이런 것들은 ‘실재성(實在性)’이 없는 가짜들이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시대는 이런 것들을 가짜라고 치부하고 넘어갈 수 없는 시대이다. 이미 가짜들이 진짜들을 뒤덮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때로 그 가짜들은 플라톤이 생각할 수 없었던 의미와 가치를 내포하고 있기도 하다. 1강에서는 시뮬라크르를 둘러싼 철학사적 논의들, 즉 플라톤주의와 반(反)플라톤주의의 대결을 다룬다. 이 대결을 음미함으로써 시뮬라크르를 둘러싼 철학사적 논의들, 현대 존재론의 상황을 조감할 수 있을 것이다.

존재론적 기초를 다듬은 후 이제 우리 강의는 보다 구체적으로 예술 작품들을 다루게 된다. 일정한 매체로 표현되었던 지난날의 예술들과 달리 오늘날의 예술들은 다양한 매체들을 사용해 스스로를 표현한다.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에서 볼 수 있듯이, 작품들의 성격 자체가 매체와 떼어서는 생각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새롭게 등장한 ‘매체미학’은 현대 문화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통찰들을 제공해 주고 있다. 2강에서는 매체미학이란 과연 무엇인가, 매체와 이미지의 관계는 무엇인가를 다룬다. 3강은 기술 재생산 시대에 등장한 사진과 영화에 관련해 이미지 복제와 재생산을 벤야민의 논의를 중심으로 다룰 것이며, 또 이미지 복제와 재생산을 넘어 이미지 변형 시대에 돌입한 오늘날의 매체 현상들을 볼츠의 논의를 중심으로 다룰 것이다. 요컨대 미메시스로부터 시뮬라시옹으로의 전환을 다루는 것이다. 4강은 오늘날 새롭게 도래한 디지털 매체 시대의 영상 문제를 파헤치고 있는 빌렘 플루서의 이야기를 통해서 기술이 매개된 이미지를 어떻게 사유할 것인가를 모색한다.

오늘날의 미학적 상황을 파악한 후, 이제 우리의 논의는 사회적이고 역사적인 지평으로 넘어간다. 5강에서는 1-4강에서 다루었던 시뮬라크르와 시뮬라시옹의 문제를 보다 일반화해서 존재론적-사회학적 지평에서 해명한다. 이를 통해 현대 사회의 존재론적 특성이 어디에 있는가를 파악한다. 6강에서는 논의를 더욱 일반화한다. 즉 ‘세계’라는 것을 사유한다. 오늘날 새롭게 도래한 ‘가상세계’를 지금까지 존재해 왔던 ‘현실세계’, ‘초월세계’, ‘미시세계’와 더불어 네 번째 세계로 파악한다. 이를 통해 사이버스페이스의 존재론을 익힌다.

이제 7-9강에서는 본격적이고 구체적인 정치적 논의로 들어간다. 오늘날 인터넷을 통한 전방위 소통을 비롯해 새로운 매체들이 도래시킨 정치적 현실을 사유하는 것이 중요한 화두로 대두되었다. 즉 사이버 시대의 정치를 생각해 봐야 하는 것이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 새롭게 형성된 오늘날의 정치 현실을 어떻게 파악할 것인가, 어떤 실천적 대안들을 만들어 나갈 것인가를 고민해 본다. 7강에서는 사이버스페이스가 어떻게 형성되었으며 어떻게 발전되어 왔는가를 사회-역사적 맥락에서 고찰한다. 도시공간이 농촌공간과의 연관 속에서 발전해 왔듯이, 가상공간은 현실공간과의 관련 하에서 발전되어 왔다. 이 과정을 기계화 및 정보화와 관련시켜 고찰해 봄으로써 자연공간의 인간화를 생각해 본다. 8강에서는 사이버스페이스에서의 주체성 형성을 논한다. 비관론과 낙관론을 넘어 사이버스페이스를 일종의 전장(戰場)으로 파악하고 그곳에서의 지배와 저항의 문제를 다룰 것이다. 9강에서는 사이버스페이스와 민주주의를 논한다. 다수(多數)와 대의(代議)에 기초한 민주주의 개념을 비판하고 ‘다중’의 자기 지배로서의 민주주의를 논할 것이며, 사이버스페이스와 민주주의가 어떤 관련을 맺어나갈 수 있을지를 논한다.

이번 강의를 통해서 우리 시대의 문화와 정치를 사유할 수 있는 성숙한 개념 틀이 마련되기를 희망한다. - 이정우


일정: 10월 7일 - 12월 2일 매주 목요일 오후 7시 30분 ~ 10시
장소: 흥국생명빌딩 14층 대회의실
대상: 시각문화에 관심 있는 일반인(무료강좌)

1강. 10. 7 l 시뮬라크르의 복권 l 이정우. 철학아카데미 원장
2강. 10. 14 l 시뮬라크르와 매체 미학 l 심혜련. 홍익대 예술학과 겸임교수
3강. 10. 21 l 이미지 복제에서 원본 없는 이미지로 l 심혜련. 홍익대 예술학과 겸임교수
4강. 10. 28 l 디지털 매체 시대의 영상 l 심혜련. 홍익대 예술학과 겸임교수
5강. 11. 4 l 네 가지 세계의 존재론 l 이정우. 철학아카데미 원장
6강. 11. 11 l 시뮬라크르와 시뮬라시옹 l 이정우. 철학아카데미 원장
7강. 11. 18 l 사이버스페이스의 형성과 발전 l 조정환. 성공회대 사회학과 강사
8강. 11. 25 l 사이버스페이스에서 새로운 주체의 형성 l 조정환. 성공회대 사회학과 강사
9강. 12. 2 l 사이버스페이스와 민주주의 l 조정환. 성공회대 사회학과 강사






2004.10.18 15: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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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고+영남, 10/14 영남+에레나(+고)

2004.10.18 15: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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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9(화)는 철학아카데미에 데리다 특강을 들으러 갑니다. 관심있는 분들은 같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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