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학구열


[고진감래#01] "리(理)비판"

조회 수 2571 추천 수 0 2006.11.13 23:06:37


미시마 유키오가 행한 할복 자살의 방법은, 오랜 기간 일본을 지배해 왔던 무사 정권의 사상적 기반인 무사도(武士道)에서 주군의 명령에는 생명을 바쳐 절대 복종하는 것을 영예로  여기며 무사들이 행하여 왔던 자살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미시마 유키오는 1967년(소화 42)에 자위대에 체험 입대하여 유격훈련과 같은 강도 높은 훈련을 받았다. 그리고 오랜 기간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고 연습을 한 후에, 그에게 무조건 충성을 맹세한 네 명의 동료들과 함께 [다테노카이 : 방패의 모임]를 정식으로 결성했다.

1970년(소화 45) 11월 25일 미시마 유키오는 그를 따르던 동료들인 [다테노카이]의 회원들과 함께 동경 한복판에 있는 자위대 총감부에 들어가, 총감을 꽁꽁 묶어 인질로 잡고 자위대 병사들에게, 일본 헌법 9조의 개정, 민족정신, 군인의 이상, 시대의 퇴폐 등에 대해서 호소했지만, 자위대 병사들은 무관심과 야유 그리고 놀림의 말로 그의 호소에 반응했다. 그는 일본 자위대 병사들에 대해 실망의 말을 마지막으로 외치고, [천황 폐하 만세]를 삼창한 뒤 총감실로 돌아왔다.

총감실로 돌아온 미시마 유키오는 상의의 단추를 풀어 상반신이 벌거숭이가 된 채 무릎을 꿇고, 몇 번이고 반복하여 연습한 대로 정좌를 앉았다. 그리고 단도를 쥐어 그 칼을 왼쪽 옆구리에 대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천황 폐하 만세]를 세 번 의식적으로 외치고 크게 숨을 들이마신 뒤 "얏" 하는 큰소리와 함께 단도로 왼쪽 배를 푹 찔렀다. 단도를 쥔 양손으로 배꼽 밑을 밀며 오른쪽 겨드랑이 쪽으로 칼을 밀어 나갔다. 모든 것이 부서져 나가는 듯한 고통을 느끼며 배를 절개해 나가는 순간, 미시마 유키오의 목을 자르기 위해 일본도를 번쩍 쳐들고 있던 모리타가 칼을 힘껏 내리쳤다.

그러나 첫 번째 내려친 칼날은 모리타의 손의 떨림에 의해, 아직 살아 숨쉬며 배가 갈라지고 내장이 터져 고통스러워하는 미시마 유키오의 어깨에 깊은 상처만 냈을 뿐이었다. 모리타가 내려친 두 번째 칼날도 아직 살아 있는 미시마 유키오의 육체에 깊은 상처만 냈을 뿐이었다. 모리타가 내려친 세 번째 칼날이 간신히 미시마 유키오의 목을 몸통에서 떼어놓았다. 미시마 유키오의 잘려진 머리와 몸통의 격렬한 떨림이 멈춘 순간, 이번에는 모리타가 상의를 벗고 정좌하고 앉았다. 피투성이의 단도를 움켜지고 그가 순식간에 배를 가르자, 고가는 한칼에 그의 목을 내려친다. 남은 사람들이 막 잘려진 두 개의 머리를 줍고, 두 개의 몸통 옆에 서서 피비린내 나는 악취 속에서 눈물을 흘리며 죽은 사람들의 명복을 빌며 서 있었던 것이다.

그는 왜 배를 가르며 몸통에서 머리가 잘려 나가는 할복 자살의 방법을 택했을까? 연습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모리타가 내려친 한칼에 매끄럽게 몸이 몸통에서 떨어져 나가지 못했을 때의 미시마 유키오의 고통은 어떠했을까? 미시마 유키오의 할복자살은 일본 국내 뿐만 아니라 전세계에 공포와 놀라움을 불러일으킨 사건으로 받아들여졌다. 어느 평론가는 [현대 일본 작가의 직업적인 고독과 고도로 폐쇄된 개인성을, 미시마 유키오는 집단적인 현실 속에서 극복하려고 했다 ]라고, 또 다른 평론가는 [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명문 대학을 졸업하고 엘리트 코스를 달린 그의 눈에는, 동시대에 허우적거리며 사는 일본인들의 하는 짓이 너무나 시시해 보였기 때문에, 그런 속물들과 웃고 시시덕거리는 것이 무의미해 보였기 때문]이라는 논(論)도 있지만, 미시마 유키오가 생전에 말해 왔던 [일본 사람 이외는 할복 자살을 이해할 수 없다]라고 한 말이 왠지 지금도 항상 가까이에서 메아리치고 있는 듯하다.

아마 후세의 일본 근대문학을 논하는 평론가들은 그의 [의지적인 죽음]에 대해 나름대로 정연한 논리(論理)를 바탕으로 글을 쓰겠지만, 미시마 유키오에 대한 평론이 나오면 나올수록, 그는 일본 근대 문학사에서 더욱 광채를 내며 뚜렷한 한줄기 빛으로 영원히 반짝거릴 것으로 확신한다.

-------------

일시: 2006년 11월 19일(일) 늦은 6시
장소: 공중캠프
텍스트: <언어와 비극(言葉と悲劇)> 중 "리(理)비판" (1986년 1월31일 파리 고등사범학교 강연 내용)
순서:
- 텍스트 발제(뽑기로 결정;)
- 문제제기 및 토론
- 이후 커리 확정
- 앗싸 뒷풀이!


가라타니 고진 세미나의 첫 시작으로 "리(理)비판"에 대해 같이 토론해 봅시다. 1970년 미시마 유키오의 할복과 '천황'에 대한 문제제기를 시작으로 일본에서의 프리/포스트 모더니즘에 대해 고진 특유의 방법론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아직 책을 장만하지 못하신 분들은 캠프 입구에 있는 책꽃이에 '고진감래'라고 써있는 서류봉투 안에 해당 텍스트의 복사물이 있으니 꼭 읽어오세요. 다 읽으신 분들은 간단하게라도 발제문과 자기의 생각 등을 정리해서 올려주세요.


참고로 맨위의 인용문은 진중권씨가 퍼나른 미시마 유키오의 할복장면입니다. ( 원문은 ->
http://jinbonuri.com/bbs/view.php?id=col_jin&page=12&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69 )

go

2006.11.16 13:43:28
*.193.81.42

모임시간은 6시입니다! 참여하실 분들 댓글 달아주세요.

수은

2006.11.17 23:36:31
*.34.102.246

저요.

go

2006.11.27 14:24:16
*.193.83.42

수은, 이오, 곧은, 고엄마가 참석하여 두시간정도 세미나를 하고 고기를 먹으러 갔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글쓴이 제목 날짜
공지 공중캠프 ☆ (3/7, 14, 21, 28) 공중캠프 presents 알콜토크 vol.38 - < D.I.Y Programming with Game & AI> 101 file [4] 2024-02-03
공지 공중캠프 [노트] '사회적 관계의 앙상블'로서의 데이터 유물론, AI fetishism, Digital Ecology-Marxism [3] 2018-05-05
공지 공중캠프 (미정) 카레토 사카나 번역세미나 #020 [10] 2012-10-02
110 ㅁㅁ ㅃㄱㅇ 독서모임 #3 정리와 다음 모임#4 공지 2011-01-28
109 mimin 공산주의 선언 나의 요약-발제문~ file 2011-01-26
108 go [요약문] Manifesto of the Communist Party file [1] 2011-01-26
107 ㅁㅁㄴ ㅃㄱㅇ 독서모임 #2 정리 및 #3 공지 2011-01-24
106 go [발제문] 1장 상품 file 2011-01-19
105 ㅁㅁㅃ "얼굴이 빨개져서 빨갱이" #1 정리 및 #2 공지 [2] 2011-01-19
104 ㅁㅁ 독서 모임 "빨갱이가 뭐길래!(가제)" [2] 2011-01-07
103 go 2011 겨울 자유인문캠프 file [1] 2011-01-03
102 go [노트] 몰레인두스뜨리아, 홈브류 컴퓨터 클럽 file [6] 2010-11-22
101 [펌] 2010 가을 자유인문캠프 [1] 2010-10-31
100 go 2010학년도 2학기 서산철학강좌 file 2010-09-07
99 go (9/6~10) 테리 이글턴 초청 인문학 강좌 file 2010-09-02
98 go (8/25) 알튀세르 심포지엄 file [1] 2010-08-07
97 go 다문화가정: 한국 미디어스케이프에서 사회-정치적, 그리고 민족적 범주로 되어가기 file 2010-06-04
96 go (6/5) 제7회 한국대중음악학회 정기학술대회 2010-06-04
95 ㅁㅁ 이거 찾았음? file [1] 2010-03-12
94 ㅁㄲ 아트앤스터디 인문숲 3월 강좌! (캠퍼는 수강료 할인) [2] 2010-02-28
93 go [노트] Le partage du sensible과 loving as loving 2010-02-26
92 go 2010학년도 1학기 서산철학강좌 file 2010-02-26
91 미민 홍대에서 공공미술에 관한 강연이 있어요.11/4-11-6 [1] 2009-11-0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