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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김] 김진균 - 새우젓과 동백아가씨

조회 수 2725 추천 수 0 2003.07.18 15:31:13



[030425 칼럼] 새우젓과 동백아가씨

from 김진균의  불나비처럼 / 진보넷

1) 며칠 전 텔레비전 아침 방송에 이미자씨가 나와서 그녀의 깔끔한 삶을 이야기하는 소리를 들었다. 이미자의 '동백아가씨' 노래가 유행한 것이 벌써 40여년 전이었다. 60년대 초반이었다. 옛날 생각이 나지 않을 수 없었다.

2) 경상남도 사람들은 멸치젓에 익숙하다. 내가 어릴 적 우리 집에서는 멸치 철이 되면 멸치 몇 상자를 사다가 젓을 담근다, 그 날 멸치를 석쇠에 얹어서 소금을 뿌려서 구워 먹기도 하고 배추 된장국에 멸치를 넣어 국을 끓어 먹기도 하였다. 멸치젓을 한 독 담아서 일년 내내 밑반찬으로 하기도 하고 겨울 김장 담글 때 넣기도 한다.    1950년 6.25전쟁이 일어나자 전선이 진주로 내려와서 우리 가족은 진주 인근 농촌에서 4개월 피난한 일이 있었다. 간혹   진주 본가에 가서 멸치젓을 가져다가 호박잎에 보리밥 싸서 멸치젓을 얹어서 먹으면 그 맛이 꿀맛   같았다, (** 미국의 침략을 받고 고통받고 있는 이라크 국민에게 꿀맛 같을 생필품을 보내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 와 살면서 차츰 멸치젓은 멀어지고 새우젓을 자주 대하게 되었다. 하숙집 밑반찬이나 음식 조리 간할 때 새우젓을 넣기도 하였다. 1961년 5.16군사쿠데타가 나서 박정권이 들어서고 난 뒤 1962년경 식량난이 닥쳤다. 나는 당시 대학로에서 하숙을 하고 있었다. 그 하숙집에는 하숙생이 10여명이 넘었다. 하숙집 할머니가 여름 더위를 먹어 가면서 하루 종일 쌀을 구하려 다녔다. 어떤 날은 저녁밥이 늦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쌀값이 비싸지니 자연히 반찬이 제대로 갖추어 낼 수가 없었다. 4인분 한 상에 두부 찌게 한 사발과 짠지 무우 냉국을 내어놓기 일쑤였다. 두부 찌게 밑바닥에 새우젓이 한 웅큼 깔려 있는데 그 맛이 소태같았다. 무 냉국도 마찬가지였다. 이 때 새우젓에 정내미가 떨어젔다.
나중에 살림도 하고 세월이 흘려서   노량진 수산시장에 갔을 때 드럼통에 여러 가지 새우젓이 쌓여 있는데 그 빛이 참으로 찬란하였다. 그 빛깔에 매혹되어 차츰 새우젓을 좋아하게 되고 여름철 깍두기나 김치를 담글 때 새우젓을 넣어서 깔끔하고 시원하게 맛을 내기도 하였다.

3) 60년대 초반 식량난이 자주 발생하였다. 박정권은 이 식량난을 두 가지 방책으로 해결하고자 하였다. 하나는 쌀 대신 밀가루 음식을 보급하는 일이었다. 국내 밀 생산은 이미 거들이 난지 오래되었다. 미국의 밀가루를 도입해 쌀 대신 밀가루가   영양가도 우수하다는 미국 애찬론자들의 선전을 앞세워 보급하기 시작하였다. 초등학교 점심 도시락도 밀가루 음식을 해 오도록 하고 교사들이 채찍을 들고 도시락 검사도 하였다. 이리하여 지금 한국에는 한줌밖에 되지도 않은 우리 밀은 눈에 띄이지도 않고 오직 미국 밀가루가 쌀 주식을 압도하여 빵과 라면, 국수, 칼국수 할 것 없이 밀가루 음식을 대중화시켜 놓았다.
다른 하나는 수확량이 많은 통일벼를 심도록 하였다. 이 통일벼는 재래종에 비하여 수확량은 많았지만 쌀이 찰지지 않아서 한국사람 입맛에 맞질 않아서 농부들이 통일벼를 심을려고 하지 않았다. 공무원들이 들판을 돌면서 독려하여 농부들과 마찰이 빚기도 하였다. 이 외에도 통일벼는 몇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첫째, 통일벼의 쌀밥은 식은 밥으로 먹기가 마땅치 않았다.   둘째는 통일벼로서는 초가지붕을 이을 수가 없었다. 벼삭이 힘이 없었다. 이 조건을 해결하기 위해 박정권은 추가로   두 가지 사업을 추진하였다. 하나는 보온밥통을   보급하는 일이었다. 나중에는 전기밥통이 뒤따라 보급되었다. 이를 위해서 전국 농촌 마을에 전기를 보급해야 했다. 그리고 마을마다 엠프를 설치해서 아침 6시가 되면 '새마을 노래'를 틀었다. 한편 초가지붕을 헐고 스레이트 지붕으로 대체하는 사업이 강제적으로 진행되었다.   몇 년만에 전국 농촌마을에는 초가지붕이 사라젔다.   희색지붕이 흭일적으로 동내마다 들어서게 되었다. 희색이 보기 싫었든지 다음에는 뺑기 칠을 하게 하였다. 이리하여 우리나라 전래적 주택가옥은 스레이트 지붕가옥으로, 나중에는 세멘트로 칠갑을 한 가옥으로 변해가기 시작하였다. 농촌의 새마을운동은 차츰 도시에 근거하고 있는 대기업의 이윤을 확보해 주는 방향으로 진행하기 시작하였다. 이 과정에서 저곡가 정책으로 농촌인구가 도시로 정처없이 떠났다. 이들이 도시의 저임금 풀 지대를 형성하였다.

4) 이 무렵이 60년대 초반이었다. 그리고 이미자의 '동백아가씨'가 유행하기 시작하였다. 1964년 가을쯤이었다. 나는 봄에 결혼을 하여 동선동   산등성이 달동네에 살았다. 높은 곳인데도 친구들이 몰려 왔었다. 어느 날 대학로 '낭만적 자유주의자' 두 사람이 찾아 와서 아래쪽 삼선교 시장 주막에   가서 술을 마셨다. 한 친구가 학교에 교사로 취직해서 월급받았다고 친구 찾아 온 것이다.   한 친구가 그날따라 유난히 동백아가씨를 거듭 부르는 것이다.
당시 주막에서 술 거나하게 마시고 쇠젖가락을 뚜드려 장단 맞추고 노래를 곧 잘하였다. 노래 솜씨 있는 주모는 가끔 손님상에 와서 노래 한 자락 불려 주곤 하였다.
그   친구는 술이 거나하게 되면서,

    '헤일수 없이 수많은 밤을
    …
    그리움에 지쳐서 울다 지쳐서
    꽃잎은 빨갛게 멍이 들었소'

'그리움에 지쳐서'를 거듭 거듭 소리지르면서 이 대목에 접어들면 쇠젖가락을 상에 힘주어 두들기면서 부르곤 하였다.    50년대   대학생들은 아직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하였다. 더구나 나중에 대중가요라고 고상하게 이름지워진 '유행가'는 천박하다고 괄세하고 있었다. 그런데 60년대 초반이 지나면서 대학로에서도 소위 '유행가'를 알아야 한다는 풍조가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그리움에 지치다 : 농촌을 떠나 도시로 간 총각들 가슴에,   그 총각들을 떠나보내고 나중에는 섬유공장이나 도시서비스업으로 흘려 들어간 처녀의 가슴에, 조금 시국적으로 말하자면 1960년 4월혁명에서 민주주의 꿈을 꾸기 시작했지만 군사쿠테타의 정치적 성격을 차츰 알아차리며 절망하는 젊은이들의 가슴에 '빨갛게   멍이' 들었나 보다.    
80년대는   '시퍼렇게 쑥물 들어도'였는데, 60년 초는 아직 '빨갛게 멍이' 들었나 보다.
막걸리를 거나하게 마시고   노래는 계속되었다. 안주를 더 주문할 수도 없었다. 그러니 밑반찬으로 내어놓은 '새우젓'을 젓가락에 찍어 안주로 삼았다.   새우젓이 안주로 유일하게 남았다. 이 노래덕분에 월급에서 술값 떼어온 친구의 주머니도 비웠다. 나올 때   내 손목에 차여 있던 '부로바'시계를 주모에게 잡히고 나왔다.

5) 새우젓을 맛있게 담그는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싱싱한 살아있는 새우를 구한다. 약수터에 가서 맑은 물을 길려 온다. 새우를 소쿠리에 담아서 두어번 헹군다.   물끼가 쭉    빠지면 새우를 굵은 소금으로 버문다. 물에 굵은 소금을 탄다- 짭짤할 정도로 탄다. 그 물을 끓인다.   끓인 물을 아주 철저히 식힌다.   항아리에 새우를 꾹꾹 누르면서 담는다. 그리고 식힌 물을 붓는다. 새우가 절박하게   잠길 정도로 한다.   잘 봉한다. 그리고 시원한 곳에 4-6개월 둔다 . 그러면 잘 숙성된다. 색깔이 곱고 맛은 간결하고 깔끔하다.    
   자, 한 상을 채려보자 : 제육을 밑간을 해서 삶아 낸다. 새우젓을 버물린 배추김치를 놓는다. 새우젓도   놓는다. 찹쌀이나 조 혹은 수수로 담근 동동주를 한 말 대령한다.   벗님네야! 와서 거나하게 마시고 취해 보세나. 노래도 부르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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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정말 좋은 글이네요.
평론한다는 사람들, 반성하세요.


go-ma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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