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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김] 월간 키노의 폐간 소식을 접하며

조회 수 1299 추천 수 0 2003.06.11 10:34:43
월간 키노의 폐간 소식을 접하며
한국의 '까이에 뒤 시네마' 그 꿈은 사라지는가?

원호성 기자    

1995년 5월, 한국의 '까이에 뒤 시네마'를 꿈꾸며 힘차게 출발한 영화 월간지 Kino 가 2003년 7월호를 마지막으로 폐간할 것이라고 한다. 영화를 전문적으로 공부하고자 하는 이에게는 필독서로 불리었고, 영화를 오락이 아닌 학문과 예술로 평가한 유일한 영화 잡지가 사라지는 것이다.

90년대 영화 월간지 로드쇼를 이끌던 정성일씨가 로드쇼를 나와 프랑스의 영화 전문지 까이에 뒤 시네마를 한국에 만들겠다는 의욕으로 창간했던 Kino 는 사실 많은 이들의 호응을 얻은 잡지는 아니었다. 그러나 영화적 지식에 목말라 하던 이들에게 가벼운 오락적인 기사가 아닌 전문적인 영화평을 올리고,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거장들에 대한 정보를 다루던 Kino 는 스크린, 로드쇼와는 다른 의미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Kino 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스즈키 세이준을, 허우샤오시엔을, 이광모를 발견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어느 매체에서나 접할 수 있는 헐리우드 영화에 대한 기사와 영화의 엔터테이너적인 면에 대해서만 잔뜩 기사를 쓰는 여타 월간지에서는 차마 느끼기 힘든 발견의 기쁨을 Kino 를 읽으며 느끼고는 했다. 그런데 그런 Kino 가 사라진다는 것은 정말 참을 수 없는 고통이다.

Kino 가 운영하는 영화 포털 사이트인 nKino는 현재 국내 최고의 영화 사이트이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nKino를 통해 Kino 라는 잡지의 존재를 더욱 많이 깨닫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에서 Kino 를 매달 구입하는 사람을 찾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매달 Kino 를 구입하는 필자의 경우도 Kino 를 사려면 동네 서점에는 들여놓지 않기에 부득이 시내의 대형서점까지 나가야만 한다.

nKino 를 찾는 네티즌들의 일부분만이라도 꾸준히 Kino 를 사고, 관심을 가져준다면 Kino는 폐간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Kino에 대해서 많은 이들은 어렵고 난해한 잡지라는 인식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물론 구입하지 않는다.

Kino 는 어려운 잡지임에 분명하지만 다른 영화 잡지와는 다른 '소장가치'가 존재한다. 세월이 흐르고 과월호를 뒤적이다가 과거에는 알려지지 않았던 영화나 감독에 대해 이미 Kino 가 다루었음을 발견할 때의 희열이란 말로 다 할 수가 없다.

2003년 6월호에서 Kino 의 이연호 편집장은 '최근 몇 달간 이번 호가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잡지를 만들어왔다' 라는 고백을 했다. 과거에는 Kino 가 인기가 없어서 잡지의 생명이라고도 할 수 있는 광고가 실리지 않았던 적도 있다. 지난 2000년에는 한동안 잡지가 나오지 못해서 파행적으로 몇 달에 한번씩 나온 적도 있었다. 그러나 그 모든 시련을 이겨내고 Kino 는 지금까지 왔었다.

하지만 이제 그 역사도 끝이다. 아쉽게도 Kino 가 폐간을 고할 2003년 7월호는 통권 99호에 해당한다. 한 권만 더 나오면 100번째의 Kino 인데 그 한 권을 우리는 만나지 못한다. 프랑스의 까이에 뒤 시네마는 30년이 넘는 세월동안 어렵고도 어려운 영화 전문지의 역사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겨우 8년만에 한국의 '까이에 뒤 시네마'인 Kino 의 역사는 막을 내리게 된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라고 믿고 싶다. 당분간 쉰 뒤 재충전을 완료해서 화려하게 Kino 가 100호 특집을 내고, 다시 돌아오는 것을 보고싶다. Kino 의 존재는 단지 한 영화 월간지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한국의 씨네필들에게 있어 Kino 의 존재는 밤바다를 비추는 등대와 같다. 부디 Kino 가 되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2003/06/08 오후 7:08
ⓒ 2003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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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사라지는 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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