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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원 주워 주인 찾아준 방씨 인터뷰

“내 돈이 아닌데 당연히 주인을 찾아줘야죠. 더군다나 1300만원이면 큰돈 아닙니까. 힘들게 번 돈을 잃어버린 사람은 얼마나 가슴이 아팠겠어요. 이런 돈 쓰면 평생 마음에 짐입니다.”


서울 광진구청 청소행정과 일용직 환경미화원 방원일(40. 광진구 중곡동)씨. 며칠 전 저녁 자양2동 골목길을 청소하다 1300여만원이 든 서류 가방을 발견해 주인을 찾아준 주인공이다. 경찰에 따르면 방씨가 주은 ‘돈 가방’은 이 마을에 사는 강아무개(37)씨가 날치기당한 것으로 강씨가 범인들의 뒤를 쫓자 다급한 범인들이 쓰레기더미에 버리고 달아난 것으로 추정된다.

방씨는 “당연히 할 일을 했는데 무슨 대단한 일이라고 호들갑이냐”며 인터뷰를 한사코 거부했다. 결국 작심하고 방씨가 일하는 곳을 직접 찾아 나서, 24일 밤 10시30분 자양2동 빗물펌프장 옆 환경미화원 휴게소에서 1시간을 기다린 끝에 그를 만났다.

방씨는 종일 인터뷰에 시달려 몹시 피곤하다고 했지만 여전히 서글서글하게 웃으며 기자를 맞았다.

"배운 게 변변치 못해서..." 13년째로 접어든 환경미화원의 길

방씨가 환경미화원의 길로 접어든 것은 지난 1989년. 전북 남원이 고향인 방씨는 먹고 살길이 막막해 무작정 서울로 올라왔고, 배운 것이 변변치 못해 형의 권유로 환경미화원으로 일하게 됐다.

“큰형님이 중곡동에서 20년째 환경미화원 일을 하고 계십니다. ‘일은 힘들어도 먹고 살 정도의 벌이는 된다’며 권유하셨는데 그게 벌써 13년전이네요.”

방씨는 그때부터 중곡동, 자양2동 등으로 근무지를 옮겨가며 매일 밤 12시부터 이튿날 7시까지 음식물 쓰레기와 가구, 냉장고 등 대형폐기물을 수거하는 일을 하고 있다.

방씨는 “남들은 하잘 것 없는 청소부로 볼 수도 있고 미화원이라고 은근히 무시하기도 하지만 남한테 피해주지 않고 떳떳하게 돈 벌어 처자식 먹여 살리고 있다는 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나 아닌 다른 환경미화원이라도 주워 돌려줬을 것"!

방씨에게 돈 주운 얘기를 꺼내며 “아무도 보지 않았는데 슬쩍 챙길 생각은 없었느냐”고 물었다.

“사람들은 환경미화원이 살림도 어려울 텐데 1000만원이 넘는 돈을 주워 돌려줬다고 의아하게 생각하는데, 저는 그게 더 이상해요. 아마 제가 아니고도 같이 일하는 미화원 식구들 누구라도 주인 찾아줬을 거예요.”

돈을 주운 뒤 갈등이 없었느냐고 다시 물었다.

“처음엔 학생들 책가방인줄 알았어요. 그런데 가방을 열었더니 수표더미랑, 현금이 가득하더라고. 너무 떨렸어요. 평생 이렇게 큰돈을 만져 본적이 없었으니까(웃음). 하지만 미련 없이 팀장한테 보여주고 경찰서에 신고했어요.”

방씨는 책가방을 주워서 돌려준 것처럼 담담하게 말했다.

“우리 미화원 식구들은 남의 물건 주워주는 것 습관처럼 해요. 우린 남의 것에 욕심 없어요. 밤에 핸드폰, 지갑, 책가방 잃어버리는 사람 얼마나 많은데요. 물건 찾아 기뻐하는 사람들 보면 밤일로 쌓였던 피로가 확 풀려요. 그런 게 보람이죠.”


'한탕주의'와 과시적 소비문화 속 돋보이는 방씨

방씨는 교사를 꿈꾸는 여고생 딸과 경찰공무원이 되고픈 아들을 두었다. 가족을 묻자 “밤낮이 바뀌는 생활을 하다보니 아이들 하고 제대로 한번 놀아주지 못한 것이 항상 마음에 걸린다"며 "박봉 때문에 아직도 미싱공장 일을 놓지 못하고 고생하는 아내에게도 미안할 뿐”이라고 했다.

그래도 방씨는 10여년 월세와 전세를 전전한 끝에 최근에 중곡4동에 21평짜리 연립주택에 ‘보금자리’를 마련했고, 아이들도 착하고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으니 얼마나 행복하냐며 “남들이 뭐라고 하든 자기 식대로 주어진 삶을 열심히 살면 되는 것”이란다.

"환경미화원을 천직으로 알고 정년퇴직 때까지 지금보다 부지런히 땀 흘리며 살겠다"는 방씨가 최근 우리 사회의 '한탕주의'와 '과시적 소비문화' 속에서 더 돋보인다.

“돈 때문에 주먹질하고, 협박하고, 납치하고, 카드 빚 때문에 부모까지 죽이는 것을 보면 안타까워요. 그런 게 다 불로소득 아닙니까. 그렇게 돈 벌어서 뭐 하겠어요. 힘들더라도 땀 흘리며 번 돈이 최고로 값진 거죠.”

가방 주인이 사례금을 주었는지 물었다.

“너무 너무 고마워하며 20만원을 주데요. 받지 않으려 했는데 성의를 무시하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고. 그 돈으로 팀원들 맥주 한잔 돌리고 아이들하고 갈빗집에서 외식 한번 근사하게 했습니다. 오랜만에 아버지 노릇 한번 제대로 했어요. 하하하”

박종찬 <인터넷한겨레> 기자 pjc@news.hani.co.kr

http://www.hani.co.kr/section-005000000/2003/06/00500000020030627175000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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