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Go round this world(cultural news)


[옮김] 키노의 폐간/ 장훈

조회 수 1833 추천 수 0 2003.06.12 13:17:40
안녕하세요
저는 키노에서 98년부터 2003년 3월까지 기자 생활을 해왔던 장훈이라고 합니다. 저는 97년에 공채로 키노 기자로 햡걱했고 저의 의지에 의해서 대기업에서 8개월간 생활하다가 다시 키노 기자로 들어가 5년간 기자 생활을 했습니다. 저에게 키노는 영화를 가르쳐준 스승이자 어버이였습니다.

제가 키노를 떠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된 것은 사실 키노 폐간과 그다지 상관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키노 페간에 관한 이야기는 제가 이미 수석 기자로 있을 때부터 있었던 일입이다.

사실 리노베이션이라는 명목으로 진행된 키노의 새로운 면모는 방핼인인 김대선 사장의 계획이었습니다. 그는 키노가 그 특유의 지적인 선정성으로 명품 광고를 유치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키노 편집부는 키노를 살리기 위해서 김대선 사장의 기획을 따랐습니다. 그러나 김대선 사장은 자신의 생각과는 달리 명품광고의 시장상황이 좋지 않자 키노를 압박하기 시작했습니다. 심지어는 "키노 독자들은 다 똘아이들이다.. 골방에서 틀어박혀 글을 읽는 정신병자들이다.. 절대 독자 엽서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경제력이 있는 새로운 독자를 도모해야 한다"면서 키노의 편집권에 대해서 매번 딴지를 걸고 변화를 요구했습니다. 독자 여러분은 '키노는 독자여러분과의 대화를 소중히 생각합니다'라는 문구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사실 키노 편집부는 언제나 독자여러분의 생각을 중시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업신 여기고 경멸하면서 명품광고 유치에 형안이 되었던 것은 발행인인 김대선 사장이었습니다. 그는 키노 독자를 비웃었고 바보에 병*신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보다 구매력이 있는 새로운 독자를 원했습니다. 키노의 변화는 사실 편집부의 의지가 아니라 지본가의 의지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대선 사장은 자신의 마케팅적 불찰을 모두 키노 편집부에 전가하였습니다. 그는 수익성의 모든 잘못이 키노에 있다고 몰아붙였고 심지어 키노가 다른 자본가에게 인수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키노라는 거만하고 남의 돈으로 지네들 좋아하는 예술을 하겠다는 잡지는 내 손으로 숨통을 끊어놓겠다는 괴이한 책임감에 불타 키노를 폐간하겠다는 결정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우리는 정기구독자와 독자들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김대선 사장은 언제나 키노와 키노 편집부 그 책을 사랑하는 독자들은 모두 시대에 뒤쳐진 똘아이들로 치부했습니다. 언제나 편집회의 때 우리들에게 이야기했던 것은 키노 골수 팬들은 키노가 무슨 내용을 담아도 그 책을 본다. '왜 그들에게 애정을 갖는가, 우리가 진정으로 고민해야 할 부분은 광고주들이다. 한 명의 광고주를 유치하는 것이 똘아이 같은 키노 독자 천명 보다 더 중요하다'였습니다.(제가 진행했던 dvd 비지터에 사장은 삼성전자 사장을 인터뷰하라고 강효했습니다. 이유는 삼성전자 사장을 인터뷰하면 그 직원들이 모두 잡지를 사볼 것이고 삼성전자 광고 유치를 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저와 편집장님은 말도 안 된다고 거부했지만 그것은 불화를 촉발시키는 시발점이기도 했습니다).

키노는 최소한의 발언권을 담보하기 위해, 몇 명이 안 되는 영화 친구들을 위해 희생을 감소하고 싸워왔다고 저는 믿습니다. 키노 기자들의 논조가 어떠했든, 그들은 여러분들처럼 진정으로 영화를 사랑하고 예술의 새로운 영역에 대한 탐구의식에 불탔던 사람들입니다. 저는 이영재 기자와 단 둘이서 99년 3권의 책을 만들었습니다. 광고가 하나도 없었지만 그 페이지를 모두 우리들의 기사로 메우면서 매일 밤을 샜던 것은 오로지 순진하게도 독자와의 약속 때문이었습니다. 우리들의 글이 현학적이고 건방젔을지는 몰라도 우리들의 기준에서 독자들을 속이거나 게으름을 핀 적은 없었습니다. 우리들에게 독자들은 우리가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유일한 친구이자 동지였기 때문입니다.(저는 이 말에 대한 여러분들의 반응을 익히 알고 있습니다. 사려깊지 못하고 어떠한 배려도 없었던 키노 편집부가 과연 이러한 말을 할 수 있을까.. 그러나 월 60만원에 한 달에 겨우 두 번 집에 들어가면서, 그것도 수십개월 연채를 거듭하며서, 책을 만들고 그 고생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독자 여러분, 우리들의 영화 친구들에 대한 책임감이었지 개인적인 부귀영화와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었음을 당시의 멤버였던 저는 하늘을 우러러 부끄럼 한 점 없이 자신할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 키노는 언제나 위기의 상황을 돌파해 왔습니다. '우리는 전진합니다'는 그렇게 우리들의 슬로건이자 클리셰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 상황이 단순히 키노 폐간과 관련된 지엽적인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키노는 여전히 투쟁하고 있고 그 투쟁의 지점은 천민 자본주의의 기고만장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녕 여러분들은 똘아이입니까? 여러분들을 영화 동지로 생각하고 함께 한 키노는 바보 잡지입니까?

투쟁은 지금 이 순간에 시작되었습니다. 이것은 여러분들의 권리입니다. 함께 싸우지 않겠습니까? 이 우스꽝스럽고 기고만장한 자본의 논리와, 이것은 단순하게 한 월간지의 폐간에 관련된 지엽적인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에게 키노는 어떤 의미였습니까? 키노는 자본의 논리 앞에서 그렇게 시대착오적인 잡지였습니까? 여러분들은 자신들의 과거를 그렇게 부끄럽게 묻어버리고 굴복하겠습니까? 우리는 여전히 전진합니다.

PS: 사실 저는 오늘 너무 술을 많이 마셨습니다. 이렇게 분노에 몸을 떨면서 술을 마셔본 적이 정말 얼마만인줄 모르겠습니다. 저는 키노를 그만두었고 이제 여러분들처럼 독자의 자리에서 분노하고 있습니다.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 내부의 사정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터놓고 말하지 못했지만 저는 계속 이 사이트에 들어올 것입니다. 그리고 끊임없이 수다를 떨 것입니다. 정말 순진한 편집부, 착한 우리 후배들이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여기에 다 털어놓을 생각입니다. 키노는 그렇게 기고만장하고 현학적이지 않았습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건대 이것은 단순히 하나의 잡지의 존립 여부의 문제가 아닙니다. 키노의 순진성을 믿어주십시오, 키노는 한번도 자신의 원칙을 버린 적이 없습니다. 지금의 비극은 그러한 고지식함에 비롯된 것입니다.
두서없는 글을 반복했습니다. 정신이 돌아오면 제대로된 논지의 글을 올리겠습니다.

여러분, 키노가 폐간한다 하여도 키노의 정신은 여전히 전진할 것입니다. 저도 그렇고 들쑥날쑥한 발행일을 손꼽아 기다리며 책을 받아본 여러분들 역시 키노 페밀리입니다. 이 좇같은 자본의 논리를 우리 한 번 박살내 봅시다. 다시 이 좇 같은 엔키노 인터넷 공간에서 만납시다. 술이 깬 후에...


- 그거 알고 계십니까?
엔키노에서 키노 폐간에 대한 극단적인 글은 올리는 즉시 삭제하고 있다는 사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123 [도서] 다카하시 겐이치로 - <사요나라 갱들> file 2004-09-17
122 페데리코 펠리니 영화제 file 2004-08-16
121 SWEET SUMMER Rock'in PARTY (7.31.sat) file G 2004-07-29
120 Sunset Live 2004 라인업 이오 2004-07-27
119 기타노 다케시 특별전 file go 2004-07-26
118 TOKYO No.1 SOUL SET 싱글 릴리즈 file 2004-07-18
117 marxism 2004 (in london) file 2004-07-08
116 'Heart of Asia' bl 2004-06-25
115 2004 프랑스 문화 축제 <랑데부 드 서울> file go 2004-06-11
114 버스터 키튼 회고전 2004.06.13 - 06.25 file go 2004-06-11
113 앗시네마 소식 midari 2004-06-10
112 주성치의 <쿵푸> 소식 file go 2004-06-09
111 쿠바 영화 스페셜 주간 file go 2004-05-28
110 [r.i.p] Legendary Reggae Producer Coxsone Dodd Dies file go 2004-05-14
109 구로사와 기요시 회고전 : 黒沢清 回顧展 file [1] BL 2004-03-04
108 제 45회 독립영화, 관객을 만나다 harry 2004-03-01
107 고(故) 김진균 선생님의 명복을 빕니다. [2] harry 2004-02-16
106 피쉬만스 트리뷰트 앨범 발매 2004-02-13
105 [기사] 구체관절 인형의 집 놀러오세요 file [2] harry 2004-02-08
104 한국액션영화시리즈 I : 의리의 사나이 file [3] bl 2004-02-06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