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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진중권] 파병반대-열화우라늄탄

조회 수 1625 추천 수 0 2003.03.20 16:17:50
진중권 (2003-03-20 02:00:50, Hit : 459, Vote : 13)



[파병반대] 열화우라늄탄


병원에서 아기가 태어나면 제일 먼저 묻는 게 뭐지요? 예, 사람들은 아기가 태어나면 먼저 아들이냐, 딸이냐를 묻습니다. 그런데 이라크의 바스라 지역에서는 이상한 질문을 한다고 합니다. 거기 부모들은 아이가 태어나면 서로 "정상아냐 기형아냐"를 묻는다고 합니다. 워낙 기형아가 많이 태어나서 그런 것인데, 그게 바로 지난 걸프전 때 미군이 사용한 '열화 우라늄 탄'이라는 것 때문이라고 합니다.

며칠 전 미국방부의 한 관리가 이번 전쟁에서도 문제의 열화우라늄탄을 사용할 것이라 밝혔지요. 그리고 거기에 반대하는 것은 미군의 군사력을 약화시키려는 적군의 음모라고 말했습니다. 말씀하시는 게 어딘가 좀 모자라는 분 같죠? 어쨌든 베트남전에서 '네이팜탄'이 문제가 된 것처럼 이번 전쟁에서는 열화우라늄탄이 '비인도적인 무기'로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도대체 열화 우라늄 탄이 무엇인지 궁금해 찾아보았습니다. 알고 보니까 방사능 무기라고 합니다. 원전연료 제조과정에서 생성되는 열화우라늄을 원료로 하는 첨단무기인데, 강력한 철판을 뚫을 수 있어 전차나 탱크를 파괴하는 데 효율적이라고 합니다. 직경 30mm의 기관총탄이 대표적인 열화우라늄탄인데, 탄두를 포함한 전체 길이는 86mm, 탄두 무게는 292g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10cm도 안 되는 조그만 기관총탄으로 전차를 파괴할 수 있으니 당연히 효율적일 수 밖에요. 실제로 열화우라늄탄이 사용된 흔적을 보았는데, 전차를 파괴할 수 있다는 그 가공할 파괴력에 비하면 구멍이 너무 작더군요.

문제는 이것이 핵분열성 물질인 우라늄238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총탄이 목표에 닿는 순간 인체에 치명적일 수 있는 미세한 방사능 먼지를 내뿜는다고 합니다. 지난 발칸반도에서 나토가 4만발의 '열화 우라늄 탄'을 사용했고, 때문에 발칸 평화유지활동에 참여한 병사와 민간인 사이에서 백혈병 등, 이른바 `발칸 증후군'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지요. 지난 걸프전에서는 이라크 바스라 지역을 중심으로 약 70만발이 사용되어, '걸프 증후군'이라는 것을 낳았지요. 참전했던 미군들도 그 피해를 입었지만, 문제는 그 지역에 남아서 살아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지금 그 지역의 병원은 "어린이 시체 안치소"나 다름없다고 하더군요.

열화우라늄탄은 지금 우리 나라에도 들어와 있습니다. 개혁당 김원웅 의원은 언젠가 주한미군이 열화우라늄탄 5만발 가량을 보유중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주한미군의 열화 우라늄탄 반입은 지난 82년부터 시작됐으며 탄종은105㎜와 120㎜ 대전차용”인데, “이 같은 사실은 미군측에 의해 확인된 것”이라고 합니다. 열화 우라늄탄은 인체에 축적되어 소아암, 백혈병, 기형아의 출산 등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유엔에서 사용의 금지를 권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소파, 그러니까 한미주둔권지위협정에 따르면 미군이 무슨 물질을 들여와도 우리는 관여할 수 없게 되어있고, 반면 우리 나라 원자력법은 우라늄과 같은 유해물질의 반입을 금지하고 있어, 소파와 국내법이 충돌하고 있는 형편이지요. 어쨌든 이건 작은 문제가 아닌데, 환경단체의 주장에 따르면 1997년 5월 포천에서 미군이 열화우라늄탄을 폭파처리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TV를 보니 미국에서는 열화우라늄탄이 암을 일으키거나 한다는 증거가 없다는 식으로 말하던데, 아마 이 분들은 열화우라늄탄을 체포해다가 족쳐서 "내가 소아암과 백혈병과 기형아를 낳았소"라는 자백을 받아낼 때까지 잡아뗄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 미국 사람들, 제 정신이 아닙니다. 백악관의 미치광이를 따라 완전히 미쳐버렸습니다. 미국이 민주주의라는 것은 사실 만화 같은 얘기이고, 결국 이 모두가 공화당 정권 뒤의 미국 석유재벌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벌어진 일입니다. 그리고 전쟁만 났다 하면 미국은 공화당, 민주당 할 것 없이 똘똘 뭉치고, 신문들도 거의 나치 시절 괴벨스 치하의 선동매체들처럼 전쟁찬양 논조를 펴기 시작하지요. 이것은 자유민주주의의 천국이 아니라 거대한 광신도들로 이루어진 살인기계죠.

언젠가 독일 TV에서 베트남의 전쟁후유증에 관한 다큐멘타리를 보았습니다. 베트남에서는 당시 미군이 뿌린 고엽제 때문에 아직도 엄청난 수의 기형아가 태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체내에 축적이 되어 전달이 되니, 전쟁은 끝났어도 그 피해는 계속되는 것이지요. 이게 단지 신체의 일부가 없는 기형 정도에 그치는 게 아니라 평소에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따른다고 합니다. 도대체 이 아기들이 무슨 죄가 있습니까? 고엽제의 후유증으로 팔 다리가 없이 태어난 딸을 가진 어느 아버지를 인터뷰했는데, "미국 사람들을 미워하느냐"고 했더니, 그 딸을 무릎 위에 앉힌 채 활짝 웃으면서 "미워하지 않는다"고 대답하더군요. 베트남은 군사적으로만이 아니라 도덕적으로도 미국에 승리했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일각에 이런 얘기를 하면 현실을 모르는 감상주의라고 하는 분들도 있더군요. 그런 분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 어린이들이 당하는 고통은 센티멘탈한 고통, 달콤한 낭만적인 고통이 아니라 온 몸으로 느껴야 하는 유물론적 고통이며 지극히 현실적인, 너무나 현실적으로 아파서 끔찍하기까지 한 그런 고통이라고. 열화우라늄탄이 사용되면, 전쟁이 끝나고 이라크에 친미 괴뢰 정권이 들어서서 미국식 자유를 누릴지 모르나, 아이들의 고통은 전쟁이 끝난 다음에도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어느 이라크 소녀가 했다는 말이 생각나는군요. "여러분, 저를 보십시요. 제가 바로 여러분이 죽이려고 하는 이라크의 어린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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