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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함께] 김반장 인터뷰

조회 수 4603 추천 수 0 2006.03.17 11:50:43


원문출처 -> http://alltogether.or.kr/2005new/newslist/view.php3?mode=view&id=2451&page=&num=&nowpos=&type=&sermun=&qu=&tb_name=news&board=&AdminVar=&ho_number=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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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함께 제 75 호 [ 2006 년 03 월 11 일 ~ 2006 년 03 월 24 일 ]


“시장 논리를 벗어나면 훨씬 더 많은 상상력을 느끼고 표현할 수 있어요” | 다함께 제 75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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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이주노동자의 날 집회에서 멋진 연주를 해준 소울 부갈루 밴드 ‘윈디시티’의 김반장과 이야기를 나눴다. EP앨범 작업으로 매우 바쁜데도 시간을 내준 김반장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 이번 EP에 대한 소개를 해주세요.

머리에 악상이 많은데요, 이런 것들을 풀어내는 게 한국에서 그렇게 쉽지 않아요. 싱글 시장이 없고 제약이 되게 많아요. 앨범을 내야 하고 히트를 해야 하고 방송이 돼야 하기 때문이죠. 이번에는 그런 것에서 벗어나서 자유롭게 저희들이 하고 싶은 대로, 뭐 지금까지도 하고 싶은 대로 했지만, 좀더 라디오나 방송에 대한 생각을 안 하고 만든 앨범이에요.
되게 즉흥적이면서 미니멀해요. 보컬도 많이 없고, 대부분 악기의 음향을 위주로 사운드를 잡았거든요. 그런 것이 재미있어요.

> 그렇다면 이번 앨범에 담긴 곡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소개해 주세요.

1970년대 딥펑크(Deep funk)라는 것이 있는데, 그게 미국 시장에만 존재하다가 나중에는 멕시코나 자메이카에 많은 영향을 줬어요. 사람들이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생각하는 미국의 기준에 맞으면 세계적인 수준이고 그렇지 않으면 낙후된 사운드라고 생각하는데, 미국의 흑인 음악에 영향을 받아서 만든 멕시코 음악이나 자메이카 음악이 더 좋아요.

그래서 첫 곡이 ‘1-2-3 RockSteady Funk’인데 이 곡은 1970년대 초반 자메이카적인 사운드가 담긴 곡이에요.

‘P.C.T.(Psychedelicious City Theme)’라는 곡은 이번 앨범 이름이 ‘싸이키델리셔스 씨티’인데요. 사람들을 약간 환각적으로 몽롱하게 해 주고 싶다, 그게 매우 달콤하다는 생각이거든요. 재즈, 비브라폰(Vibraphone)이 약간 있는 삼바 재즈 같은 곡이죠.
‘Nasty Love’는 오럴섹스에 대한 얘기인데, 우리들이 하고 있는 음악이 리드미컬한 음악이고 그 리듬이 갖고 있는 섹슈얼한 이미지를 제대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Meditation on Earth (평택에 평화를, 대추리 솔부엉이 Dub)’는 레게 곡이에요. 원래 그런 생각을 하고 만든 것은 아닌데, 만들고 보니까 평택 대추리 솔부엉이 느낌이 나서 믹스 이름도 ‘대추리 솔부엉이 믹스’ 라고 했어요. 이렇게 해서 4곡이 들어가요.

그런데 이번에는 가사 같은 것들을 배제하고 싶었어요. 이번 앨범은 사운드 자체로 급진적이라고 생각해요. 사운드가 가진 급진성, 정치적인 것보다는 예술적 급진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 ‘소울 음악은 참여 음악이다’ 라고 말씀하셨던데, 그 말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소울 음악 자체는 노동요에요. 삼바도 그렇고 레게도 그렇고 살사도 다 노동요에서 파생한 것들인데, 그것들이 도시화되면서 노동자들에게 흡수됐어요. 그래서 힙합 같은 것이 브루클린이나 브롱스 같은 게토에서 나올 수 있었던 것이고, 삼바도 리우의 파벨라(브라질의 빈민가)에서 시작될 수 있었던 것이죠.

그런 역사를 봤을 때, 소울 음악 자체의 예술성과 정치적 성향은 두 개일 수가 없다고 항상 생각해 왔어요. 왜냐면 소울 음악의 태생이 자유에 대한 갈망이고 무언가 자신을 옥죄고 있는 것에 대한 저항이기 때문이죠. 사람들이 그 음악을 듣고 동요하고 그것에 지지를 보낸다는 것, 그것은 하나의 송가가 되는 거잖아요. 소울 음악은 그런 급진성과 선동성을 가지고 있어요.

> 그렇다면 음악과 사회의 관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음악과 사회는 엄청 긴밀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느끼는 한계는 음악도 하나의 시장과 경쟁의 도구로 보는 사람이 대다수라는 거죠. ‘음악은 경쟁이 아니라 예술이고, 사람들에게 이로운 것이고, 즐겁고 기분 좋게 할 수 있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해요. 음악을 오래하고 예술 분야를 오래한 사람들은 이것이 경쟁 논리와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나 대세는 그래미와 빌보드이기 때문에 시장 논리와 히트에 대한 강박관념이 더 강하죠. 그래야 인정받고 뮤지션으로 성공했다고 생각되니까요.

시장 논리를 벗어나면 휠씬 더 많은 상상력과 문화적인 것들을 느낄 수 있고 표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런데 저는 이런 논리를 이용하는 여우가 되고 싶어요. ‘너(시장 논리)는 됐어.’ 이런 게 아니라 저는 애를 막 놀려 주고 싶어요.

독불장군처럼 ‘시장 논리가 나쁘기 때문에 담 쌓겠다’는 건 ‘착취공장이 싫다면서 너 나이키를 왜 신어? 짚신을 신어라’ 하고 이야기하는 것과 똑같아요. 이건 무의미하거든요. 나이키를 신어도 뭔가 다른 생각을 하고 그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그것에 대해 어떻게 참여할지를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지, 혼자 집에서 짚신 만들어 신는 것이 중국노동자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 지난 앨범의 ‘No No No (there’s nothing)’라는 곡에는 고 김선일 씨의 죽음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김선일 씨의 죽음은 당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김선일 씨 사건은 저한테 시사하는 바가 상당히 컸어요. 대의를 위해서 소의를 희생해야한다는 논리가 장난이 아니었거든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김선일 씨의 죽음을 보고 테러리스트에 광분했지 그 이면에 있는 것을 보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개인적으로 김선일 씨는 얼마든지 죽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었고, 그가 돌아와서 전쟁의 부당성에 대해서 얘기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어요. 저에겐 왜 이 전쟁을 하게 됐는지를 근본적으로 생각하는 계기가 됐죠. ‘이 전쟁은 미친 전쟁이다’, ‘대체 이게 누구를 위한 정치일까’, ‘누구를 위한 전쟁이고 평화일까’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했죠.

> 최근 국제적인 반전 운동이 성장하고 있습니다. 3월 19일에 열릴 국제공동반전행동에 대해서 해 주실 말씀이 있다면?

사람들이 전쟁을 운명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인 것 같아요. 지난 번 대구 공연에서 3월 19일 반전 집회에 참가하자고 얘기했는데, 그걸 듣고 어떤 친구가 “우리 나라는 강대국이 아니기 때문에 강대국의 말을 들어야 하는 거 아냐?” 하고 말했는데, 그런 건 지배자들의 생각이잖아요. 이런 틀 안에 뭔가를 끼워 맞춰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반전 운동을 하는 게 무의미하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 것들에 대해서 재고해 보고 나름으로 생각의 발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구요. 그것을 느끼고 싶다면 3월 19일 집회를 꼭 참가하길 바래요.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우리를 억누르고 있는 지배자의 논리는 팽배하지만, 그 사이에서 약간 숨을 쉴 수 있는 공간들이 있어요. 그것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함께> 신문이 젊은이들을 참여시키기 위해서 문화적인 면을 많이 다뤄 줬으면 해요. 저는 [스탈린주의적 개념의] ‘노동자 문화’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지만, 어떻게 보면 레게, 살사, 소울이 ‘노동자 문화’이고 ‘빈민 문화’에요. 당장 굶으면서 햄버거 가게 옆에서 치즈버거 재고나 나오길 바라는 애들의 음악이거든요.

뭐랄까, 한국의 ‘노동자 문화’가 더욱 멋있어져야 한다는 거에요. 좀더 창조적이었으면 좋겠어요. 우리 밴드가 할 수 있는 게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 해요. 음악적으로 충분하고 사회 참여적으로도 충분할 수 있는 동시에 예술적으로도 사람들을 사랑해 줄 수 있는 밴드가 돼야 하지 않을까. 지금은 상당히 꼬마이고 걸음마 단계인데 나중에 나이를 더 먹고 앨범을 계속 발표하면서 브라질 뮤지션들처럼 아주 똑똑하게 자신의 정치 이념을 얘기할 수 있는 그런 밴드였으면 해요.

인터뷰·정리: 김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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