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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츠
/ 코스모스
우리 겨울 누웠던 바다, 소리만 남은 사진 속의 나
하얗게 부서진 파도, 내 눈 속에 일던 또 다른 물결
아마 그 길 위에 다 두고 와 버린 지도 모를
하고 싶었던 많은 얘기들
찬바람에 내 등뒤로 숨던 얼굴처럼
붙잡고 싶던 많은 모습들
우리 몰래 아팠던 마음, 다른 이유로 갈 수 없던 꿈
새로운 날들을 애써 외면했었던 꿈만 꾸던 나
아마 그 길 위에 다 두고 와 버린 지도 모를
하고 싶었던 많은 얘기들
단 한번도 환하게 웃어줄 수 없던
밝게 말하던 네 목소리도
자꾸만 보던 굳어진 뒷모습에
끝없이 망설이던 곳에서
너무나 많은 시간을 보냈어도
변하지 않던 후회만 남은
그 겨울 자주입었던
하늘빛 얇은 느낌의
이제는 입을 수 없는
서랍에 집어넣은 셔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