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할 곳 없는 천사(free board)


인터뷰

2013.10.09 14:18

[월간대담 35] 백현진 인터뷰 - 계속 열어놓고 기다리고 부딪쳐보는 거예요. 재밌어요. [20111228 음악취향Y]
http://cafe.naver.com/musicy/14436

"에이, 그렇지도 않아요. 예술가라는 판타지를 갖고 있을 때는 그럴 수도 있죠. 그런데 예술가도 그냥 일하는 사람인 거잖아요. 예술가라는 것도. / 열쇠 수리공, 족발 집 아저씨, 순댓국집 아줌마, 의사 뭐 그런 것처럼 그냥 예술가라는 직업 같은 게 있는 거잖아요. 근데, 무슨 일이던 폼 잡고 하는 거는 해가 되면 해가 되지, 득이 될 일은 없을 것 같은데? (웃음)"

"어어부로 돈 벌 생각은 아무도 하지 말자"

"지금은 다들 뭐, 자기들이 즐거워서 하는 일이면 좋은 것 같아요."

"엉망진창, 그러니까, 너무 예쁜 엉망진창, 너무너무 / 창피하지 않은 개차반으로들 돌아가는 거잖아요. 정말로."

"그럼 그 얘기로 잠깐 넘어가서 짧게 해볼게요. 이런 질문을 들을 때가 있어요. “그림도 그렇고, 음악도 그렇고, 왜 기분 좋고 즐겁고, 따듯하고 예쁜 것들에 도통 관심이 없냐.” 아까 하나 대답한 거는, 내가 지금 그걸 잘 할 수 있을 정도로 성숙해있지 않다는 거고, 또 하나는 그런 것들은 엔터테인먼트에서 정말 잘 해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블링블링, 스펙타클, 울고 웃기고, 그런 거는 제가 보기에 그분들이 선수에요. 역사에서 엔터테인먼트라는 오락의 전공자들이, 그 피들이, 그 데이터들을 가지고 계속해서 여기까지 온 건데, 그거는 세기의 매스 미디어에서 계속 기록이 많이 되고 있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 것을 굳이 예술가가 왜 해야 하느냐는 생각이 있어요. TV 보고 웃고 떠드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시간이죠. 하지만 그런 거는 어떤 식으로든 기록들이 잘 되는 거니까…… 그러면 그런 얘기 말고 사람 사는 얘기 중에 다른 뭐가 있을까? 그거 말고 다른 기록들을 나는 하고 싶은 거죠. ‘그게 예술가의 역할이다’ 라고 까지는 말하고 싶진 않아요. 단지 그것이 예술가의 역할 중에 한 요소이고 되게 큰 요소인 것 같아요. 어떤 관점(dimension)을 기록하는 것 말이죠. 그게 어둡던 습하던 창피하던 뭐 어떻든, 혼란스럽건 불안정하건 불확실하건 뭐건 간에, 여하튼 그 것은 제가 꼼꼼하게 기록을 하기로 했어요. 언제부턴가 이정도 말할 수 있는 언어가 제 머리에서 자의식이 생긴 거죠. 예술가이기에 해야 하는 어떤 내 임무 같은 거랄까요? 근데, 또 한편으로는 그냥 제가 꽂혀서, 제 호기심에 의지해 가는 게 사실 제일 깨끗하고 맞는 말이기도 해요. 사람이 왜 뭔가 결정하고 움직이고 무엇을 할 때, 사실 어떤 하나의 생각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잖아요."

"그냥 개개인들이 조금 덜 힘들고, 가능하면 즐거운 시간이 양쪽으로 쪼금 더 많이 벌어지고 그러려면, 내가 아는 지금 수준에서는 엉망진창인 것과 갈팡질팡하고 개차반이고, 징그럽고, 병신 같은 것들을 끌어안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막창은 제가 너무너무 좋아하는 음식이라…… (웃음) 순댓국은 내 영혼의 음식이고 (웃음)"

"진짜 평범한 것들을 갖고, 굳세고 단단히 얘기를 해보자는 생각이 들어요."

"“내가 어떤 게 나올 줄 미리 알면, 그 일을 내가 뭐 하러 해. 재미없는데, 돈 되는 일들도 아니고.”"

"쓸쓸하고, 쩔어 있고, 개차반이고, 엉망진창이고. 근데 나는 그게 괜찮다는 거예요. 문제가 아니라는 거지. 어쩔 수 없는 거고, 어쩔 수 없는 거면, 인정하고 가야되는 거고, 인정하면 조금 더 사람들이 다시 편해지지 않을까. 그래서 지금 이 짓거리를 하고 있는 거예요."

"‘내가 진짜 edge를 보고 있는 거겠구나.’"

"바로바로 제 마음 다잡고, 겸손해지고, 깝치는 생각 하는 거 진짜 다 녹아버리고 성실하게 움직이게 만드는 거는, 홍상수 감독 이예요."

" 정말 기술 빼고, 빼고, 빼고, 말하는 것처럼, 속삭이는 것처럼, 고함치는 것처럼. 진짜 담백하고 깨끗하다고 저는 느껴요. 그러니깐 뭐 필동면옥의 평양냉면처럼."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