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할 곳 없는 천사(free bo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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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최초의 「Fishmans Night」은 1999년 3월 28일, “SH”와 “AR”(을 비롯한 휘시만즈를 좋아했던 친구들)에 의해 도쿄 키치죠지의 <Star Pine’s Cafe>에서 처음 개최되었다. <Star Pine’s Cafe>는 휘시만즈 멤버들이 즐겨 찾던 장소였을 뿐 아니라 이곳의 매니저 역시 사토 신지의 오랜 친구였다고 한다. 2000년부터는 매년 3월 15일 같은 장소에서 「휘시만즈 나잇」을 개최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SH”와 처음 만난 2002년 2월부터 이들과의 우정이 공중캠프 활동을 지속하는 데에 큰 힘이 되었다. 당시 “SH”와 “AR”은 「휘시만즈 나잇」 뿐 아니라 「공중캠프」라는 이름의 야외 음주가무 이벤트도 개최했었는데, 서로 다른 곳에서 같은 이름으로 휘시만즈 관련 모임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일본에 있을 때는 같이 공연을 보거나 자주 아침까지 술을 마셨다. “보노보”를 처음 듣게 된 것도 “SH”를 통해서였고, 봄비 내리는 날 이노카시라 공원에서의 벚꽃놀이도 기억난다. 물론, 생각이 달라(특히, 정치적으로) 서로 부딪히기도 하고 가끔 한국의 친구들이 그리워질 때도 있었지만, 서로 다른 역사와 풍경을 살아온 이들과, 비슷한 취향과 라이프 스타일을 공유하면서, 조금씩 관계를 이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게 느껴졌다. “SH”와 “AR”은 이 외에도 주위의 친구들과 함께 1996년 11월부터 2005년 4월까지 「Rock.jp」 등의 클럽 DJ 이벤트를 주최해왔으며, 지금도 여전히 「night meeting」이나「東京JAP)와 같은 이벤트들을 개최하고 있다. 공중캠프 친구들이 도쿄에 놀러갈 때 함께 술을 마실 때도 있고, 지난 달에는 “YK”가 서울로 놀러와 며칠 동안 머물다 가기도 했다. (『밤의 틈에 키스를』(2010), p.127)

 

1.

 

2003년 3월 15일, Fishmans Night (in Tokyo) 역시 기치죠지의 Star Pine’s Cafe에서 있었다. 

그리고 4월에는 시모키타 QUE에서 Rock.jp vol.40 - 오자켄 나이트(オザケン・ナイト) 이벤트가 있었다. 

 

다음 주 평일에 이노카시라 공원에서 하나미가 있으니까 시간 괜찮으면 놀러오라고...

 

2.

 

아침부터 잔뜩 흐린 날씨. 아무래도 비가 올 것 같았지만, 뭐 어떻게든 되겠지 싶었다. 

회사 휴가를 내고, 이노카시라 공원으로.

 

서울에서 피크닉을 할 때처럼, CD 홀더에 듣고 싶은 CD를 챙겨넣고, CDP와 미니앰프를 들고 집을 나섰다.

요코하마 미츠자와카미쵸에서 토요코센을 타고, 시부야에서 이노카시라센으로 환승.

편의점인지 세이유에서 참이슬 2리터와 커티샥 보틀도 샀던 것 같다.

 

3.

 

이노카시라공원에 도착하니 슌과 아라카와, 우사밍, 유코 짱, 카호짱, 쿠미 짱 등이 이미 마시고 있었다.

 

중간중간 폭우가 쏟아지기도 했는데, 비가 내린 덕분에 술도 맛있고 음악도 잘 들리고 조용하고 한적해서 좋았다.

(물론, 맑았으면 맑아서 좋았겠지만.)

 

그때도 지금처럼, Fishmans와 Polaris, 키세루와 보노보, 뮤트비트와 데타미, 오자켄과 클람본, 수퍼카와 스피츠, 언니네와 은희의 노을 등등을 들으면서,

3월 초 (신주쿠) 리퀴드룸에서 있었던 Polaris와 키세루의 공연(continuity #2)이나 마츠모토 타이요와 나나난 키리코, 오카자키 교코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렇게 각자의 삶의 고단함과 쓸쓸함, 아주 드물지만 작게 반짝이는 사소한 즐거움과 행복에 대해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던 것 같다.

각자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해 술잔과 마음을 기울이면서, 서로에게 중요한 시간들을 선물해 주었던 것 같다.

 

그래서 지금도 이 즈음의 벚꽃을 보면, 자연스럽게 이 때의 기억들이 떠오른다.

책상 위에 놓여있는 나나난 키리코의 책들을 보면, 이 친구들이 가장 먼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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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하는 말을 하지 않아서 좋아

담배를 세워 피지 않으니까 좋아

열심히 이야기를 해서 좋아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듯한 표정을 짓지 않아서 좋아

자기의 언어로 말할 줄 알아서 좋아

욕을 잔뜩 늘어 놓아서 좋아

그냥 그냥 즐거운 네가 좋아

 

きらいな言葉 言わないから好きさ

タバコを立ててすわないから好きさ

いっしょうけんめい話すから好きさ

わかったような顔しないから好きさ

自分の言葉で話すから好きさ

惡口ばかり言ってるから好きさ

ただ ただ楽しい あなたが好きさ」

 

- Fishmans, 「chance」

 

4.

 

그 후에도 해마다 벚꽃은 피고 지었고, 우연과 인연이 겹쳐, 2015년부터는 가까운/한적한 공원에서도 하나미를 하게 되었다.

언제나 새로운 사람과 떠나는 사람들이 있었고, 몇몇 친구들은 소식조차 알 수 없게 되었다.

 

가위에 눌리는 날이 더 많아졌고,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대체 어떤 시간을 보내온 걸까...'

'이렇게 계속 해도 괜찮은 걸까...'

'오늘은 또 무슨 일이 있으려나...'

 

라는 챗바퀴의 연속...

 

그치만 뭐, 항상 그래왔으니까, 별로 대단할 것도, 별다른 수도 없다는 정도는 잘 알고 있다.

 

"우리는 걷는다, 단지 그뿐."

ㄱㄴㅇ.

 

 

2003.4.8

井の頭公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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