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할 곳 없는 천사(free board)


[공중극장] 9월: <소설과 영화>

조회 수 1376 추천 수 0 2006.08.31 03:28:43


오늘은 휴일이고 해서 뒹굴거리며 슬렁슬렁 잘 읽힐 것 같은 책을 집어들고 왔습니다. 연애시대. 얼마 전에 드라마로 만들어졌었는데, 다들 드라마가 너무너무 재미있다고 추천해주는지라. 집에는 티비도 없고, 그렇다고 열 몇시간을 들여 처음부터 끝까지 보는 건 생각하면 너무 길고,(사실 한 번 빠져들면 그렇지도 않다는 걸 잘 알면서도.) 그래서 시간단축 버전으로 책을 읽자,라고 생각했던 것이지요. 확실히 지나가면서 조금씩 봤던 드라마는 재미있었거든요. 아아, 그런데 책은 재미가 없었습니다. 몇 시간 내에 후딱 읽어버렸지만, 읽을수록 이건 좀 아냐.라는 생각이 휙.
피아니스트를 보고서 피아노 치는 여자를 읽어보려고도 했었는데, 책을 읽는 게 거의 영화를 그대로 다시보는 느낌이라 포기해버린 기억도 있어요. 결말까지 뻔히 알고 디테일도 영화와 거의 일치하는것 같은데 읽고 있기가 조금 지루했거든요.


반대의 경험도 물론 있어요. 오만과 편견을 읽고 BBC드라마를 보았을 때라던가(거의 콜린퍼스와 Mr.다시를 동일인물화하면서 보았던 기억이. 후후), 책 읽어주는 여자의 책과 영화를 읽고 보았을 때라던가. 문자로 입력되어 머리 속에서 흐릿하고 구체화되지 못한 배경이 부유하다가, 경쾌한 발걸음으로 눈 앞에 나타나는 겁니다. 책을 읽었을 때 느꼈던 감정을 다시 한 번 경험하게 해 주고, 책과 다른 점을 집어내면서 즐거워하고, 책에서는 마음에 들었지만 생략된 부분에 아쉬워하고.


어쨌든 같은 내용이 상이한 매체를 통해서 읽히고 보여진다는 것은 참 매혹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시는지? 내가 너무 좋아했던 영화에 대한 책이 존재하는 것, 혹은 내가 정신없이 읽었던 책이 영화화된다는 것은 왠지 불끈하거나 두근두근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어요. 책에서 어렴풋이 존재했던 사람의 얼굴, 배경이 되는 장소를 직접 보게 되는 순간이라던가, 혹은 반대로 영화에서 건너뛴 소소한 디테일과 등장인물의 감정들을 책에서 확인하게 되는 순간이라던가.


우리는 하나의 선 같은 시간을 살고 있으니까 영화와 소설을 동시에 보고 읽을 수는 없지요. 둘 다 하려면, 영화를 보고 소설을 읽거나 소설을 읽고 영화를 보거나 하는 시간적 순서를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영화를 먼저 보고 소설에게 기대하게 되는 것, 혹은 소설을 먼저 읽고 영화에게 기대하게 되는 것.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실런지? 그리고 영화와 원작소설 둘 중에 어떤 쪽에 손을 들어줄지? 이번 공중극장에서 경험해봅시다. 영화를 보기에도, 책을 읽기에도 좋은 가을이 다가오고 있어요-!



★ 공중극장의 9월: <소설과 영화>

9/06(수) - 어바웃 어 보이(크리스 & 폴 웨이츠, 2002, 101m)
                원작: 닉 혼비 <어바웃 어 보이>


내 책상 앞엔 마커스(영화 속 주인공 소년)의 활짝 웃는 사진이 붙여져 있다. 영화 내내 거의 웃지 않던 마커스가 마지막에 딱 한 번 활짝 웃던 모습이 어쩐지 너무 좋아서. 어린 녀석이 쓸쓸하게 'Rainy Days Mondays'를 부르던 장면, 소설속에서도 나오는 걸까? 많은 작품이 영화화된 닉 혼비의 원작을 이번 기회에 읽어보고 다시 한 번 보고 싶은 영화다.


9/13(수) - 책 읽어주는 여자(미셀 드빌, 1988, 97m)
                원작: 레몽 장 <책 읽어주는 여자>


어느 책에서 읽었는데, 프랑스의 어떤 시인(조르주 페르소)은 강의에 들어와 책을 읽었다고 한다. 강의에 늦어 허겁지겁 교실로 들어와 가방을 뒤집어 훌훌 털어 교탁에 잡동사니들을 늘어놓은 후 여러 책 가운데 한 권을 집어 읽었단다.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고, 그냥 읽었다. 그는 참 괜찮은 낭독가라서 학생들은 정신없이 빠져들었다고 한다. 어릴 적 기억 한 장면에서는 엄마나 아빠가 책 읽어주는 장면이 떠오를 법도 한데, 나는 그 기억에 관해서는 정말 백지다. 가끔 대학의 수업시간에 선생님들이 시 같은 걸 읽어주면 좋아했었다. 난 여전히 누군가가 읽어주는 책이 좋다.


9/20(수) -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홍상수, 1996, 112m)
                원작: 구효서 <낯선 여름>


1996년 홍상수의 출현은 그 자체가 '돼지가 우물에 빠진' 사건이었다. 영화에 목마르던 사람들이 우물가에 모였고, 약간 찝찝하게 뒷통수를 한대씩 얻어맞았다. 그후로 벌써 10년. 공중캠프 bar 위에 놓여 있던 '홍상수는 전진한다'는 C모 잡지의 기사를 읽다가 이 영화가 구효서의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는 것을 알았다.


9/27(수) - 센스 오브 스노우(빌 어거스트, 1997, 120m)
                원작: 페터 회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2000년 겨울, 어느 독서모임에서 책을 먼저 읽게 되었다. 왠지 추리소설로서 보다는 작가의 문장력이 마음에 들었다. 이듬해 여름, 뒹굴뒹굴하며 비디오를 봤던 날은, 역시 소설과 영화는 각자의 길을 가야한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는 그런 날이었다(p.21)'


★ 각 영화의 상영이 끝난 후엔
    조촐하게 둘러앉아 읽었던 소설, 보았던 영화가
    어떻게 표현되어졌고 어떤점이 좋았고 아쉬웠는지
    이야기하는 자리를 갖으려고 합니다.

★ 그리하여,
    영화를 보시기 전에, 책을 읽고 보시면
    더 재밌는 감상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별도의 입장료는 없습니다.
    매수 수요일 저녁 8시부터 상영합니다.
    공중캠프에 오시는 길은 http://kuchu-camp.net 을 참고해주세요.



공중극장

2006.09.14 14:07:17

어제(9/13) 상영은 갑작스런 프로젝터의 땡깡(=맛이감 ㅠㅠ)으로 상영이 취소되었었습니다.

kilin

2006.10.10 23:08:09

sense of snow 잘 봤어요? 난 소설세번 영화세번; 이번에도 셤만 아니었음 꼭 가고 싶었는데_ 영화에서 젤 좋았던 건 역시 그린란드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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