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페북을 20여년전 참세상처럼 쓰고 있다. PSTN/ATDT, 이야기5.3, 참세상을 딱부리로 치면 기가인터넷, 크롬, 페북이 나올 것 같다.
소셜/퍼스널 네트워크 겸 퍼블릭/프라이빗 다이어리, 아카이브/라이브러리이자 메모장/뉴스피드/홍보/메신저/번개 따위로 이용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이 곳에도 (예전처럼) 끄적 글을 쓸 생각이다.)
2.
오늘은 FISHMANS NIGHT. 2000년부터 했으니 벌써 열여덟번째이다. (무엇보다 음악을 위해 압축적으로 삶을 산) 사토신지는 33세에 머물렀지만, 우리 중 일부는 그 나이를 훌쩍 지나버렸다.
해가 갈수록 기념일이 늘어가고, 생각이 많아진다. 만날 수 없는 친구들, 반짝 거리던 때도 생각난다. 그리고 '뭐 어쩔 수 없지'를 되내이게 된다. '사실 그 때도 그렇게 좋진 않았잖아'라며.
그런 기분/시간이 해마다 쌓여가는 것이다.
3.
엄마아빠에게 잠깐 얼굴을 보여주고 맛있는 김치를 얻어간다. 이렇게 일방적이고 착취적인 관계가 또 있을까. 아빠 회사동기 친목회 결산서를 허겁지겁 끝내고, 동네 성당에서 농구하는 애들을 보면서, 축구를 좋아하게 된 이유를 알게 되었다.
물론 국딩 때 야구 유니폼을 살 수 없던 이유도 있지만 일단 다리로 무언가를 하는 게 좋았던 것 같다. 손으로는 몸을 움직일 수 없으니까. 손으로 다른 물체를 옮기는 것 보다 다리로 공을 차는 게 좋았던 거 아닐까. 걷기도 하고 뛰기도 하고 공도 차고 가끔 누워 있을 수도 있고 프리킥도 대충 던져놓고 하고.
마음 먹은대로 몸이 움직이고 공이 날아가는 느낌. 물론 지금은 그렇지 않다ㅠ
4.
이번 탄핵이 준 선물이 많지만, 무엇보다 광장의 중요성에 대해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데모할 수 있는 광장이 우리 자신과 도시를 숨쉬게 한다.
하지만 광장이 중요한만큼 숨어있기 좋은 '구석/사각지대'도 필요하다. 가장 좋은 스트레스 해소법, 자살 방지 대책은 혼자 있는 시간을 없애는 게 아니라 자기만의 방, 혼자 있어도 편한 공간을 만드는/찾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Fishmans가 그런/그랬던 것처럼, 모쪼록 Fishmans Night가, 낡고 깨지기 쉬운 공중캠프가 누군가에게, 스스로에게도 그런 공간으로 지속되기를 바란다.
더 이상 오지 않는 친구들, '의지할 곳 없는' 사람들이 (캠프가 아니더라도) 그런 공간을 발견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매번 마음은 무너지지만, 더 이상 기대하지도, 기다리지도 않는다.
そう全部。
(출처: https://www.facebook.com/lovingasloving/posts/102090064943419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