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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돌아와서 다시 새로이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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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솝우화』에 나오는 이야기로, 한 허풍장이가 자신이 언젠가 로도스 섬에서 매우 크게 뜀뛰기를 하였다고 우겨댔다. 그는 사람들로부터 다음과 같은 대답을 들었다: 
 
“이곳이 로도스 섬이다. 이곳에서 뛰어라!”
 
- 맑스, 『자본론』
 
 
1.
 
시국이 시국인지라 국회방송과 뉴스 채널을 자주 보게 된다. 
 
이런 때엔 스포츠나 영화 채널이 시시해지기 때문이다. 
 
어젯밤 (보릿자루 같던) 친구네 공장 견학을 마치고, 집으로 오자마자 국회방송을 틀었다. 
 
본회의에서 이런 저런 법안들을 의결하는데, 재석 숫자가 계속 바뀐다. 
 
가만보니, 찬성+반대+기권=재석. 
 
부끄럽지만, "재석"의 의미가 단지 회의에 참석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처음 알았다. (맞나요?)
 
이번 주말에는 공중캠프 총회가 있다. 
 
13년동안 기능이 정지된, 있으나마나했던 회칙이지만, 별일이 없을 때 꼼꼼히 챙기지 않으면 한국 재벌과 국회의 꼴이 난다.
 
 
2.
 
오늘 아침은 장애 전화를 받고 잠이 깼다. 
 
지금은 관리하는 시스템이 아니지만, 담당자와 조치 방법을 알려주고 나니 정신이 말똥말똥 해져버렸다. 
 
이런 사소한 장애에도 프로세스와 담당자와 조치방법 등이 정해져 있는데, 세월호 참사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대통령부터 말단 해경까지 보고를 뭉개고 조작하고, 어떠한 적절한 지시나 조치도 취하지 않았던 것을. 
 
7시간에 대한 우리의 추측이 빗나간 이유는, '최소한 사람이라면'이라는 가정 때문이 아니었을까. 
 
설마 멀쩡한 상태로 밥을 먹고 TV를 보고 머리를 올리고 화장을 했으리라고는... 
 
'인간'에 대한 정의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판이다.
 
 
3.
 
본진이 4시 방향(선릉)에 있을 때는 주로 지하철을 탔다. 
 
출근 시간 서울 지하철 풍경은 한국 노동자들의 삶을 여실히 보여준다. 
 
9시 방향 강서로 옮기고 나서는 버스를 타는데, 덕분에 근처에 모여있는 중고딩들을 자주 보게 된다. 
 
가방에 노란 리본을 달고 있는 학생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무너진다. 
 
엄마아빠와 친구들과 선생들의 눈치에도 떼지 않고 달려있는 리본들.
 
그 고민들과 억울함과 리본들이 지금의 탄핵 정국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9층 엘리베이터 홀에서는 길 건너 ㅁㅍ고등학교가 보인다. 
 
회사에 있는 동안, 운동장에서 공을 차며 웃고 있는 고딩들을 보는 것이 유일한 위안이 되었다. 
 
 
4.
 
작년 가을 이후, 모닝콜로 bonobos의 'good morning groove'가 나온다.
 
역사의 변곡점이 될 오늘 아침에는 갑자기 'beautiful'을 흥얼거리고 있다. 
 
오늘 저녁에 공연이 있어 국회 앞에는 갈 수 없게 되었지만, ㅋㅍ에서 'beautiful'을 들으며, 기분 좋게 맥주를 한 잔 하고 싶다.
 
우리의 힘으로 언론을 바꾸고, 국회를 바꾸고, 법원과 경찰을 바꾸었듯이,
ㅂㄱㅎ 정권을 박살내고, 노동자-민중-소수자들이 조금이라도 더 행복할 수 있기를, 
 
아침에 지하철과 버스에서 만나는 노동자들과 학생들이 조금이라도 더 웃을 수 있는 날이, 
 
한 걸음씩 혹은 한 순간에 다가오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투.쟁!
 
ㅂㄱㅎ를 구속하라!
ㅂㄱㅎ를 청문회로!
 
 
5.
 
"부르주아 혁명들, 즉 18세기의 혁명들은 승리에 승리를 거듭하며 맹렬히 돌진한다. 그 극적 효과들은 서로 자신을 내세우며, 사람들과 사물들은 불꽃의 찬란함에 묻힌 것처럼 보인다. 황홀경이 그날그날의 정신이다. 그러나 이것들은 수명이 짧다. 이것들은 얼마 안 가서 그 정점에 도달해 버렸다. 사회는 이 질풍 노도 시기의 결과들을 냉정하게 자기 것으로 하기도 전에 기나긴 숙취에 시달린다.
 
이와는 반대로 프롤레타리아 혁명들, 즉 19세기의 혁명들은 항상 자기 자신을 비판하고, 진행 도중에 끊임없이 걸음을 멈추며, 완수된 것처럼 보이는 것으로 되돌아와서 다시 새로이 시작하는바, 자신이 처음에 시도한 것들의 불완전함, 허약함, 빈약함을 가차없이 철저하게 비웃는다. 또한 이 혁명들이 자신들의 적을 땅에다 메다꽂는 것은 다만, 그 적이 땅에서 새로운 힘을 흡수하여 더욱 거대해져서 자신들에게 대항하도록 만들기 위해서인 듯하다.  이 혁명들은 언제나, 자신들의 목적들이 너무나 거대하다는 것에 놀라 거듭 뒤로 물러난다. 그러다가 마침내 어떠한 반전도 있을 수 없는 상황이 창출되어 관계들 자체가 다음과 같이 외치게 되면 이러한 물러섬은 끝나게 된다: 여기가 로두스다, 여기서 뛰어라(Hic Rhodus, hic salta)! 여기 장미가 있다, 여기서 춤춰라(Hier ist die Rose, hier tanze)! [...]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약자들은 기적을 믿는 데서 구원을 찾았다. 그들은 환상 속에서 요술을 부려 자신의 적을 없애 버리고는 그 적을 물리친 것으로 믿었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다가올 미래를 찬미한 나머지, 그리고 자신들의 심중에는 있으나 아직은 실행할 생각이 없는 행위를 부질없이 찬미한 나머지 현재에 대해서는 전혀 이해하지 못하였다."
 
 - 맑스, "루이 보나파르트의 브뤼메르 18일"
 
 
 
2016.12.9
 
ㄱㅇ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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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리듬을 믿고(この胸のリズムを信じて)", "우리는 걷는다 단지 그뿐(ぼくらは步く ただそんだ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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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캠프

2021.12.09 13:4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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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지하철과 버스에서 만나는 노동자들과 학생들이 조금이라도 더 웃을 수 있는 날"

공중캠프

2021.12.10 21:48:35
*.34.38.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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