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38
김중식 - 불더위에 달궈지고 달구어진 모래 속에 코를 처박은 낙타, 바로 그 낙타의 장딴지에서 불현듯 회오리바람 같은 힘이 솟구친 건
조회 수 14 추천 수 0 2024.01.05 11:54:08불더위에 달궈지고 달구어진
모래 속에 코를 처박은 낙타,
바로 그 낙타의 장딴지에서 불현듯
회오리바람 같은 힘이 솟구친 건
/ 김중식
마음을 비워서
깨달음이 있어서 염통에 물을 채워서
코를 막을수록 심장이 더욱 세차게 뛴다거나
귀를 막을수록 대뇌의 실핏줄들이 한꺼번에 터질 것만 같은 폭포수 소리가 들려서
가 아니라
낙타를 살린 것
앞서 길 잃은 다른 낙타의 발자국
방향 없는 세월에 같이 헤매자는 연대감이었다
별도 뜨지 않는 세월에 같이 헤맨다는 물적 증거였다
헤매여, 건너야 하는 것을 사막이라 하므로 낙타는
모래 속에 처박은 코를 꺼낸 황혼 쪽으로 킁킁거린다 침을 탁탁 뱉아낸다
서늘한 얼굴로
영하 사십 도의 오밤중에 체중을 실어 걷는다
깊은 족적을 남기려고
산발적인 일렬 종대의 낙타들에게 희망을 주려고
자기 살과 피를 빨아먹으며
별 없는 하늘의 무게까지 실은 채 걷는다
걸을수록
그렇다
낙타를 두 번 죽인 건 같이 헤매자는 연대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