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극장 게시판


내곁에 있어줘

조회 수 1708 추천 수 0 2006.12.07 17:05:59
이오 *.134.86.139
오후부터 조금씩 끓어오르고 있었어요

뽀루퉁해진 기분은 누구한테 삐치고 누구한테 긴장한 까닭에...
관계가 마음의 키를 잡고 바깥 풍경은 장단을 맞추죠
안개 자욱하고 볕이 죽은 겨울
전날 잠깐 볼일이 있어서 다녀온 경광 변두리의 깨름직한 느낌도 남아 있고
거기 가게 된 내 현재가 궁상스럽기도 하여

마음이 괜찮을 때 집으로 돌아가면
발가락도 꼼지락거리면서 단잠 들 수 있지만
마음이 안좋을 때 집으로 돌아가면
잠은 죽음 같아 몸을 묻으려 들기나 하니

친구에게로...

이럴 때 찾는 친구는 캠프 때문에 특정한 누군가가 아니에요
친구 누구에게로가 아니라
일단 친구가 있는 캠프로 캠프로

아리송한테 오랜만에 문자가 오기도 했어요
전화를 걸었더니 역시나
"캠프나 갈까 하고..."
텔레파시가 오고 간 건 알고보니 둘 다 기분이 우중충해서

가는 길에 준비했어요
금발의 초원을 옛날의 금잔디라고 잘못 말하면 조금 재밌겠다
그래서 태연히 했는데 옛날의 금잔디 말고
내곁에 있어줘를 틀게 됐다고

내곁에 있어줘

왜 이런 제목을 갖다 붙였을까?
라다 원제가 이게 아니면 뻘소리얌이란 생각에 검색해보니 비윗미군요

Be With Me
내곁에 있어줘

'내'와 '곁'은 원래 띄어쓰기 해야 하는데 붙이는 게 더 좋아보여요
가까워야하니까...

가까이 와 내곁에 있어줘

영화에 나오는 배불뚝이에 털복숭이인 아저씨의 편지에 담긴 말의 요지는 위와 같았겠죠
그가 정말 '가까이 와'라고 말한다면 호러 같았을텐데
어쨌든 그의 편지는 닿지 못했고
그의 삶은 꽁트로 마무리

내곁에 있어달라는 간곡한 제목에 비해 주목할 것 없는 내용이 길게 이어졌어요
인물과 관계는 대화로 조망되지 않고
대체로 한숨 같은 적막만 가득해
통 가볍게는 볼 수가 없데요

그러다 농아가 됐다 맹아까지 된 할머니의 전기가 자막으로 흐르면서부터
좀 집중하게 된 것 같아요
그 전기가 특별히 와닿은 건 아니고 영화에 이야기가 많아졌고 그 흐름을 따라가느라

그 때까지도 이 영화 포스터에 나오는 여자는 딱 한마디 한 거 같아요
부모가 방에 들어오자 "나가!"라고
역시 부모가 방에 들어올 때 가만두고 보는 장사 없죠

내곁에 있어달라는 요구가 간절해도 댁들은 자기 마음가는 데로 움직일 뿐
용모와 교감과 꼼수의 자기력이 통하지 않을 땐
곁에 두겠다는 욕망을 자력으로 떨쳐낼 수 밖에

그렇지만 가까이 와 달라는 부탁이, 내곁에 있어달라는 간곡한 요청이 거부당하면
병자보다 아프고 극단적인 일을 꿈꾸고
그런 게 어째 당연지사

영화가 끝나고 옛날의 금잔디를 보러 오셨던 cold씨가
영화 보고 너무 다운됐는데 업이 안 되신다며
금방 집으로 달아나셨어요
hame은 엔딩타이틀이 딱 올라올 때 들어왔어요
머리가 이선희. 그런 시기가 있다는군요

휴대폰이 왜 머리로 안 떨어졌지 하는 순간
몸이 몸으로 떨어졌어요

그렇게 극단적인 일을 결행 할 것 같다고 느꼈고 오히려 그러지 않으면 이상할 것 같았어요
정리가 안 될 것 같은 그런 무게감에 잠깐 같이 치달아서였죠

그리고 영화적인 결말
가능한 앞날을 열어주지 않고 끝나는 것도 아찔하지만
그렇다고 그 가능한 앞날이 위안을 주는 것도 아니고
결국 내 자력 밖에 없단 느낌만 더 강해지는 것 같아요

할머니가 왜 이렇게 비중있게 나오나 했더니 실존인물이고
이 영화는 이 분에 대한 자전적인 영화라는 소개도 있네용
(에릭) 쿠쿠

댓글 '2'

2006.12.07 20:10:49
*.149.156.9

be with me my beloved love
that my smile may not fade.

co

2006.12.11 00:40:22
*.229.120.248

예상치 않게 강렬한 영화를 만나서 말 그대로 도망쳤습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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