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할 곳 없는 천사(free board)


공중캠프

2017.11.24 21:22

[음반감상] 정윤경 --- Temporary XXX Files...

1. 시대 ___ 정윤경 글,곡

2. 착한 사람들에게 ___ 정윤경 글,곡

3. 칼을 가시게 ___ 정윤경 글,곡

4. 조성만 ___ 정윤경 글,곡

5. 주문 ___ 정윤경 글,곡

Producer 정윤경,이정석
Arrangement 이정석,정윤경

*** Price CD 5,000 Tape 3,000 ***

내가 학교 다니던 90년대 초반만 해도 민중가요 진영에는 꽤나 많은 노래들이 창작되고,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90년대 중반을 지나면서 여러가지 원인에 의해서 침체되어간 학생/사회운동의 행로를 따라 민중가요도 사실상 침체기를 맞이했고, 몇몇 노래패나 개인만이 겨우 어려운 시기를 헤쳐나가 노래패로서의 임무를 찾고 있거나 대중가수의 길로 접어드는 이들도 있다. 요즘은 참 신선한 민중가요 창작곡을 찾기가 힘들다. 그만큼 우리네 삶/운동이란게 변한만큼 민중가요가 같이 바뀌진 못한 이유가 클 것이다. 그 와중에 우리들 주변의 노래는 언론과 자본의 막강한 빽!을 가지고 무차별적으로 퍼붓는 댄스와 거기에 양념처럼 곁들여진 몇몇 발라드와 트로트만이 남아있는 것 같다.

이렇게 민중가요가 그 영향력을 상실해 가고 있는 어려운 시기에 노래패의 시조격인 "새벽"에서 활동을 시작해 해체된 이후 공익노련의 전신 중 하나인 전문노련의 노동자 노래패 "들무새"를 7년여 꾸려나가며 기층 노동자의 문화를 일구길 도모하다 와신상담끝에 자신의 노래 5곡을 조심스레, 하지만 잘 정리된 호흡과 열정으로 내놓은 사람이 있다. 정.윤.경. 트랙을 따라 가본다.

첫번째 트랙 "시대"

우리나라에 군인의 시대가 있었나? 벌써 7년여 째 군벌이 아닌 순수한(?) 정당 정치인이 대권을 잡고 있다. 값싼 언론들은 민주적인 정부, 국민의 정부라고 추켜세우고 있지만, 과연 무엇이 변했나? 기층 민중들은 여전히 권력과 언론의 비호를 받는 자본과의 싸움에 지치고 있다. "시대"는 자본주의의 근본적인 모순이 해결되지 않는 이 "시대"를 반어적인 어법으로 표현하고 있다. 가사가 브레히트같은 느낌이 강한 것이나 곡 구성의 면면으로 볼 때 "새벽" 시절의 활동이 영향을 준 노래라고 생각된다. 동요적이거나 발라딕(?)한 노래에서나 가끔 쓰이던 3박자가 이 노래에서는 4박자보다 한 템포 빠르게 강박이 오는 것으로 인해 생기는 당기는 듯한 리듬감이 가사와 잘 어우러져 반어적인 어법을 더 도드라지게 한다.

두번째 트랙 "착한 사람들에게"

이 노래를 들으면 자연스런 화법에 지루하지 않게 적절한 리듬감을 채워 넣는 능력이 돋보인다. "우리 스스로 만든 권력"("민중 권력"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예전에...--;)의 대원칙에는 동의하면서도 스스로 의심하고 주저하는 대중들에게 바로 지금 움직여야 한다는 친절한 "해요"체의 설득이다. 진지하다 못해 경직되어 노래 자체의 생동감을 많이 갉아먹는 많은 민중가요에 비해 이 노래는 배경의 무거운 주제의식을 적절한 리듬감과 화법으로 밝게 표현했으며, 이 점이 이전에 실렸던 서기상의 음반에 있는 같은 작곡의 노래, 혹은 여타의 복제본같은 민중가요들보다 뛰어난 점이다.

세번째 트랙 "칼을 가시게"

얼터너티브 락의 냄새가 많이 난다. 우리가 흥분해서 이리저리 좌충우돌하고 지치고 좌절하는 것보다 언젠가 벌어질 결정적인 싸움을 치밀하게 담금질하듯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짧고 강한 메세지를 주는 노래다. 경쾌하면서도 하드한 이 락넘버도 그렇지만 이 음반에서는 여러 음악작업에서 프로듀서 등으로 활동했던 이.정.석.의 편곡이 돋보인다. 특이한 것은 전체 보컬에 확성기로 말하는 듯한 이펙트를 사용한 것인데... 보통 곡의 도입부에 잠깐씩 사용하는 다른 음반과는 그 의도가 틀린 것 같다. 처음 들었을 때 조금 있으면 원래 목소리로 오겠지.. 하지만, 이 이펙트는 마치 시위 현장에서 봉고차에 확성기를 싣고 지나가면서 군중에게 호소하고 선동하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내면서 메세지의 선동적인 면을 더욱 강하게 해준다. 이 노래는 너무나 침잠되어 있는 대중들에게 강하게 소리치고 있는 것이다. 보컬의 많은 다른 부분을 포기하고 이펙트를 끝까지 시도한 것은 내가 보기엔 성공인 것 같다.

네번째 트랙 "조성만"

제발 이제는 그런 이름으로, 열사라 불리우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으련만.. 80년대 중반 대중적 통일운동의 계기가 되며 스스로 산화해 갔던 청년이 있었고 그는 오늘 후배의 앨범으로 헌정되어 잊혀졌던 사람들에게로 돌아왔다. 오래 지난 흑백 영화를 볼 때 처럼 음반의 도입부와 종료부는 잡음으로 처리되었고(이건 어디까지나 내 느낌임을 첨언한다...), 영화의 배경처럼 잔잔한 쓰리 핑거링의 포크 기타가 노래 전체를 감싸고 있다. 격정적인 클라이막스나 열사에 대한 애절한 추모를 찾았다면 오산이다. 세월은 항상 그래왔던 것 처럼 이미 20년의 세월을 바라보며 흘러버렸고, 노래는 조용히 먼저 간 이와 대화한다. 개인적인 수필같은 느낌의 노래다.

다섯번째 트랙 "주문"

나 개인적으로는 가장 멋진 트랙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 이유 중에는 내가 속한 "들무새"라는 노래패가 96년~97년 노동법 반대 투쟁 때 집회 현장에서 가장 많이 불렀던 노래라 개인적인 애착이 있음을 함께 밝혀둔다. 하지만, 나는 이 노래가 군가풍의 투쟁가나 발라드와 트로트가 오묘하게 혼합되어 있는 서정적인 노래들로만 채워져 있던 집회 현장의 민중가요에 하나의 새로운
대안으로 여겨진다. 반복적인 다짐같은 후렴구와 자유스러움을 한껏 추구한 리듬, 쉬운 멜로디는 여느 집회 현장에서 맘껏 소리치고 부를 수 있는 문화적인 경험이 만들어지기에 충분한 요소들을 갖추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미 너무나 식상한 노래들로 채워져 있는 현장에서 문화적인 선입관을 바꾸고 새로운 노래들을 체험해보는 건 아직까지 어려운 일일까?



돈도 없고, 빽도 없고, 그렇다고 더더욱 상업적인 이윤을 추구하는 대중음악과는 거리를 두고 있는 사람이 자신의 음악을 대중들에게 알린 다는 건 우리나라에서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하지만, 정.윤.경.은 애초에 기획하고 후원하기로 했던 민음협의 "까치호랑이" 레이블이 중도에 하차하는 어려움 속에서도 결코 적지않은 투자로 자신의 결과물을 내놓았다. 소시민의 안락한 삶도
없었고, 돈 안되는(?) 노동자 노래패와 7년의 동거를 한 경력으로 보건데 그의 들풀같은 생명력과 음악이 앞으로도 이 음반을 신호탄으로 삼아 좋은 작품을 많이 선보일 것을 기대해 본다.



한 가지만 더 이야기 하자면, 우리가 이런 민중가요의 몇 안되는 음악적인 가지들을 놓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은 뭘까? 일단 음반을 사는!!! 것이 될테고, 집회 현장이나 대학가에 이런 사람들을 많이 불러주는 것도 방법이 될 터이다. 물론 여러분들은 여러분들의 음악을 선택할 권리가 있고, 반대로 좋아하지 않는 음악을 듣지 않을 권리도 있겠다. 나 나름의 평가로는 민중가요권에서는 드물게 포크적인 감수성을 기본으로 자연스럽고 솔직한 가사와 리듬감을 가지고 있는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여러분들에게도 좋은 일이 될 것이다는 생각이 들어서 없는 글 실력에 자세하게 음반을 소개하려고 했고 또 여러분의 구매도 부탁하고 싶었다. 조만간 mp3파일을 구하면 자료실에 올려놓겠다. 광고하는 것 같아서 더 안 쓰려고 했는데 여러분이 괜찮다고 생각한다면 꼭 구매했으면 좋겠다. 그 다음의 한 걸음을 위해서...


노동자 노래패 "들무새"


이 앨범은 조만간 '노동문화센타'에서 공식발매가 될 예정입니다.

구입을 원하시는 분은 노동문화가게(go LCSHOP)로 확인하시기 바라며

더욱 빠른 구입을 원하시는 분은 직접 연락을 주시면 방법을 모색하겠습니다.


(연락처)

들무새 송상철
참세상id 과객
e-mail ssc9340@hanmail.net

(199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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