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할 곳 없는 천사(free board)


[끄적] local minima

조회 수 976 추천 수 0 2016.09.09 23:19:48

1.

 

메갈과 이대투쟁과 ㅈㅋ.

개인적으로 올 여름 가장 고민이었던 사건/주제였던 것 같다.

 

어쨌든, 

 

지긋지긋 했던 프로젝트도 마무리 했고,

잠깐 도쿄에 가서 휘시만즈도 보고 왔고,

이사한 집 첫손님으로 츠기마츠도 다녀갔고,

우이도도 오랜만에 별일 없었고,

보노보도 예상대로 순조롭게(=낮은 예매로) 진행 중이고,

캠프도 언제나처럼 실망과 기대와 실무와 한숨과 저주가 뒤죽박죽인 채로,

 

또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왔다.

 

굳이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아 조용히 끄덕일 때가 많았지만,

땀이 별로 없고 더위를 잘 타지 않는 체질 덕분에, 

이번 여름도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너무 뜨거워 힘들다고 할 때도 

"아 오늘은 좀 더 따뜻하네" 정도로 지나갔던 것 같다.

 

2.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친구들과 술 약속이라도 없는 날엔

대부분의 시간을 방에 누워 보내고 있다.

 

스포츠 채널을 들락거리거나 

케이블 월정액 프로모션으로 철 지난 영화들을 보거나

눈을 뜨고 있는 게 피곤하면 랜덤하게 음악을 틀어놓는다. 

 

끈적거리면 샤워를 하고,

배가 고프면 누룽지를 끓이고,

배가 아프면 비데 위에 앉고.

 

게다가 올 여름엔 CDJ와 (USB out이 있는) 턴테이블도 장만했다.

 

요컨대, 템퍼+테레비+전축+샤워기+누룽지+비데만으로 충분한 생활인 것이다.

 

사람을 만나는 것도 점점 좁아지고,

"마음이 흔들리는 순간"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3.

 

그래도 언제나 이 맘때 - 추석 즈음이 제일 좋았다.

 

어릴 적 옥상에 올라가 소원을 비는 것도,

동네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병나발을 불 때도,

친구들에게 닭살 돋는 삐삐 음성 메시지를 남기던 것도,

'날씨가 좋아서' 사표를 떤졌을 때도,

달을 보며 고등동 언덕길을 오르거나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한바퀴 돌아 집으로 돌아오는 길도.

 

왠지 이 무렵의 공기와 바람과 하늘이 그래도 괜찮다고, 기나긴 영면 전에 잠깐 동안의 생기를 주는 것 같았다.

 

4.

 

말하자면, 진동과 안정 사이의 딜레마 중에 '안정'을 좀 더 키우고, '진동'을 대폭 줄인 것이다.

 

그런만큼 local minima에 빠질 위험이 늘어나고, 

삶은 조금 심심해 지겠지만, 

뭐 그러든지 말든지 상관없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바람 좋은 패밀리데이 금요일 저녁에 이러고 있는 건...

 

자, 오늘은 마시자!

(하지만 역시 귀찮다;)

 

5.

 

모쪼록, 한 줌도 되지 않는 작은 별들이 더욱 커지기 보다는,

스스로 반짝이는 작은 별들이 무수히 많아지길...

 

그 방법 밖에 없다.

 

 

201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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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002년 가을 동물원(악어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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