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할 곳 없는 천사(free board)


[후기] 感謝(涙)

조회 수 1146 추천 수 0 2004.10.03 14:25:21





2002년 이른 봄이었나요? 남양주로 소풍을 가기 위해 청량리 시계탑 밑에서 어린이들을 기다리고 있는데, 동생한테 삐삐가 왔어요. 다급한 목소리로 할머니가 돌아가셨다고, 빨리 집으로 오라고 하는 메세지였죠. 하얗게 멍해졌어요.

캠프에 처음 온 혁과 아메가 있었고, 어렵게 소풍을 준비한 물곡도 있었고, 라디오형과 예라도 있었고... 모두에게 어떻게 말을 하면 좋을까, 괜히 분위기만 망치지 않을까 망설이다가 통일호를 타고, 미술관에도 가고, 장도 보고, 다시 택시를 타고 축령산 민박집까지 갔어요. 안절부절 멍한 상태로... 고기도 구워먹고 옆방사람들이 남겨놓은 불씨로 캠프화이어도 하고, 후발대로 민치,도로시,우철,상병,영남이 오고, 계속 '어떻게 말을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결국 한숨도 못자고 다들 잠든 사이에 아침 일찍 민박집을 나왔죠. 그날 아침의 기분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거에요. 할머니와 가족들에게는 또 어떻게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생각하다가 눈물이 왈칵 쏟아졌어요. 그제서야 정신이 들고, 캠프 친구들에게도, 할머니에게도, 가족에게도, 자신에게도 잘못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어제는 4시쯤 도착했어요. 숨호흡을 한번하고 불을 켜고 의자를 옮기고 프로젝터를 틀어놓고 5시에 맞춰 [blue]를 틀었다가 혼자 보기엔 조금 아까우니까 시작 시간을 6시로 바꿔적고 캠프월도 한번씩 눌러주고 가져온 물건들을 정리하고 있는데 우영이에게 전화가 왔어요. Rockers를 먼저 틀지 말라고. '응, 걱정안해도 돼. =)'

엔도가 울고 있는 키리시마를 쓰다듬어 주고 있는데, (훨씬 멋있어진) 미환이 오고, 어제 많이 피곤해서 조금 늦었다고 멋적게 웃는 스테키가 오고, 이오는 2,500원짜리 시집에 99,999원이라고 스티커를 붙이고 있고(크크). 그때 이미 '이걸로 충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계속계속 반가운 사람들이 왔어요. 지현양, 민성(+담요기타와 친구들), 대욱, 에레나, 원열, 경탁(+JH드럼)이 오고, 도로시(+고등학교 친구), 혜임(과 동료들), 민섭, 규영, 달콤한 비누, (지난주에 5번이나 왔다는) 4번테이블... [24HPP]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인, 하시엔다를 돈으로 팔아넘기지 않고 그곳을 사랑해주었던 사람들에게 돌려줄 때 쯔음에, 시린, 양갱, 혜성, 라디오형, 소닉(+친구), 후이, 미선(+친구), 사당, 도미애, 영남, 우철, 아리송, 벙굴... 이 왔어요. 오랜만에 테이블을 4개나 붙이고 술도 먹고 얘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위닝도 하고 군가+찬바람이불면도 부르고. =) 몸이 좋지 않아서 술은 마시지 못했지만(물을 한 7리터쯤 마신것 같아요-_-) 정말 오랜만에, 언제나처럼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우리 처음 만날때도 했던 말 같지만, 정말 살아있어서, 알게 되어서 고마워요.

사실, 다들 느끼고 있겠지만, 세상이 점점 알수 없게 되고 혹은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툴들(메신져나 미니홈피나)이 생겨나고 캠프사람들에게도 저마다 여러가지 일들이 많아져서 예전보다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뜸해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그런 때일수록 더욱 투명하게 대화하고, 새로운 사람/사건들도 만나고, 문제가 있으면 원인을 찾아보고 해결책도 제시해 보고 하는 시간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

그럼 다음에 다시 즐거운 모습으로 만나요!
안녕, 고마운 사람들.
 


해임

2004.10.04 10:43:59

나는 혜임이 아니라 해임이긴 해... 다시 가는건가 음... 정말로 건강해지기를 정말로 바래... 안녕~

아게하

2004.10.05 19:37:13

아- 좋은 글이네요. ^^ 일 때문에 못 갔지만, 늦게라도 갈 걸 그랬나... 괴로운 일 있어도 안녕히.. :)

후이

2004.10.05 19:39:28

군가를 그렇게도 좋아하다니! .. 안녕-

2004.10.05 23:47:30

영남

2004.10.06 01:07:41

응. 나도 그런 시간 너무 오랫만이어서 눈물 찔끔. 사실 나는 지난 2년간 뭐가 어떻게 된건지 아무것도 모르니까..

eo

2004.10.06 15:41:39

모쪼록, 앞으로도 좋은 시간들을 함께했으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좋을까요? 함께 얼굴을 맞대고 "투명하게" 얘기해보아요!

수택

2004.10.09 09:39:04

아 기억력도 조아라!
(위닝전적도 적었으면 좋았을껄^^)

2004.10.09 13:08:13

위닝전적이 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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