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을 만지작거리다가 간밤에 저장해둔 메모를 발견했습니다.
'이장님도미애에일리언결혼'
이 암호같은 문장을 묵묵히 바라보다가 지난 밤의 꿈이 번떠억! 하고 생각이 났습니다. 그렇습니다, 저 메모는, 자다가 잠깐 깬 제가 그 꿈을 잊지않으려고 저장해둔 꿈의 기록이었던 것이죠. 사실 정확하게 어떤 맥락이었고 어떻게 전개되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습니다만, 한 장면만은 아주 강렬해서 금치산자수준의 기억력을 가진 제가 지금 이시간까지 기억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뭔가, 키린지의 공연이었어요. 야외공연, 게다가 무슨 인디언 부족마을 같은 분위기의 장소였구요. 그들은 에일리언을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도입부, 띵 디딩 딩디딩딩, "관객 여러분 중 한분이 같이 불러주셔야 해요" 라고 말하는 호리고메형제(중 형이었는지 동생이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때 봉숭아학당의 맹구처럼 열성적으로 손을 드는 이는 바로 도미애. 앞머리를 뒤로 넘긴 헤어스타일을 하고 무대(라곤 해도 커다란 장작더미에서 불이 타오르고 있는 샤머니즘적 벌판의 중간지점이지만)로 나아간 그녀는 호리고메 형제와 쑥덕쑥덕 이야기를 나누더니, 노래를 부르며 함께 춤을 추기 시작했어요. 에일리언, 에 맞춰서 말이죠.
위로 손을 올려 반짝반짝, 아래로 내리고 크로스하며 반짝반짝, 머리를 흔들흔들, 어깨는 들썩들썩. 정말 열심히 춤을 추는 도미애와 호리고메형제.(네, 이 장면이 절대로 잊혀지지 않아요, 팔다리가 모두 크로스되던 도미애의...) 그 광란의 자리가 끝나자 관객 모두 힘차게 박수를 쳤고, 무대는 후지락페같은 야외무대로 바뀌었습니다.
무대 중앙에 마이크를 잡고 서 있는 이는 다름아닌 이오. 조용하며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당신은 이제 합격입니다. 결혼 축하해요." 그리고 이오의 사회로 진행된 라형과 도미애의 결혼식. 모든 관객의 축하를 받는 멋지고(크게읽어주시고)기이한(작게읽어주세요) 결혼식이었습니다. 이오의 합격발표가 조금 찜찜하긴 해도..
왜 제가 이런 꿈을 꾸었는지 모르겠어요. 키린지 노래를 듣고 잔것도 아니고, 형님과 술잔을 나눈 밤도 아닌데. 형님의 생신을 같이 축하하지 못해서 그런건지, 지난 캠프데이에 도미애의 가죽바지가 강렬해서인지.
그래서... 생각해봤는데.
저 이거 태몽같아요, 형님형수님. 누가 물어보면 너무 긴이야기에 어쩌면 창피할 수도 있으니까 "태몽은 키린지"였다고 말하면 되지 않을까요? 되게 있어보이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