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학구열


☆ 공중캠프 presents 알콜토크 vol.31
: 미셸 푸코, <말과 사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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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시: 2020년 10월 13일(화) ~ 10월 27일(화) (매주 화), 11월 5일 ~ (매주 목) (미정) door open 19:00 / alcohol talk 19:45 ~ 21:30
* 장소: 공중캠프
* 회비: 무료 (술/음료 별도 주문)
* 텍스트: 미셸 푸코, <말과 사물> (민음사, 2012)


[참가신청 방법] 

(신청 기간)

2020년 10월 5일(월) 낮 12:00 ~ 


(신청 양식)

알콜토크 참여를 원하시는 분은 아래 참가 신청 양식을 작성해 주시기 바랍니다. 응답 내용 확인 후 메일을 통해 참여 가능 여부 등을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https://forms.gle/9mnoaBh6HjmrX6hEA 



[주차별 계획]

1주차 (10/13) : 1장 시녀들 (pp.24~44)

2주차 (10/20) : 2장 세계의 산문 - 1 네 가지 유사성 / 2 표징 (pp.45~63)

3주차 (10/27) : 2장 세계의 산문 - 3 세계의 한계 / 4 사물의 문자 / 5 언어의 존재 (pp.63~84)

4주차 (11/05) : 3장 재현하기 - 1 돈키호테 / 2 질서 (pp.85~102)

5주차 (11/12) : 3장 재현하기 - 3 기호의 재현 (pp.102~109) + AI 101

6주차 (11/19) : 3장 재현하기 - 4 이중화된 재현 / 5 닮음의 상상력 / 6 ‘마테시스’와 ‘탁시노미아’ (pp.109~128)

7주차 (11/26) : 4장 말하기 - 1 비평과 주석 / 2 일반 문법 / 3 동사의 이론 (pp.129~156)

8주차 (12/03) : 4장 말하기 - 4 분절 / 5 지칭 / 6 파생 / 7 언어의 사변형 (pp.156~190)

9주차 (12/10) : 5장 분류하기 - 1 역사가들이 말하는 것 / 2 자연사 / 3 구조 / 4 특징 (pp.191~219)

10주차 (12/17) : 5장 분류하기 - 5 연속과 파국 / 6 기형과 화석 / 7 자연의 담론 (pp.219~242)

11주차 (12/31) : 6장 교환하기 - 1 부의 분석 / 2 화폐와 물가 / 3 중상주의 / 4 담보와 가격 (pp.243~275)

12주차 (01/07) : 6장 교환하기 - 5 가치의 형성 / 6 유용성 / 7 일람표 / 8 욕망과 재현 (pp.276~304)

13주차 (01/14) : 7장 재현의 한계 - 1 역사의 시대 / 2 노동의 척도 / 3 생물의 유기적 구조 (pp.307~327)

14주차 (01/21) : 7장 재현의 한계 - 4 말의 굴절 / 5 관념학과 비판론 / 6 객관적 종합 (pp.328~348)

15주차 (01/28) : 8장 노동, 생명, 언어 - 1 새로운 경험성들 / 2 리카도 / 3 퀴비에 (pp.349~388)

16주차 (02/04) : 8장 노동, 생명, 언어 - 4 보프 / 5 대상이 된 언어 (pp.388~416)

17주차 (02/18) : 9장 인간과 인간의 분신들 - 1 언어의 귀환 / 2 왕의 자리 / 3 유한성의 분석론 / 4 경험적인 것과 선험적인 것 (pp.417~442)

18주차 (02/25) : 9장 인간과 인간의 분신들 - 5 코기토와 사유되지 않은 것 / 6 기원의 후퇴와 회귀 / 7 담론과 인간의 존재 / 8 인간학의 잠 (pp.442~470)

19주차 (03/04) : 10장 인문과학 - 1 지식의 3면체 / 2 인문과학의 형식 / 3 세 가지 모델 (pp.471~500)

20주차 (03/11) : 10장 인문과학 - 4 역사 / 5 정신분석학, 민속학 / 6 결론을 대신하여 (pp.500~526)



* 미셸 푸코 (Michel Foucau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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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6년 10월 15일에 태어나 1984년 6월 25일에 사망했다. 고등사범학교 출신으로 철학과 심리학, 정신병리학 등에 관심을 두고 공부했으며 《광기의 역사》와 《말과 사물》로 대중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젊은 시절 스웨덴에서 파리문화원장을 지내기도 했고 튀니지의 튀니스대학교 등에서 강의하기도 했지만 1970년 이후부터는 줄곧 콜레주드프랑스 교수를 역임하며 '사유 체계의 역사'라는 과목을 가르쳤다. 푸코는 다양한 사회적 기구에 대한 비판, 특히 정신의학, 의학, 감옥의 체계에 대한 비판과 성의 역사에 대한 사상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 또한 권력과 지식의 관계에 대한 이론들과 서양의 지식의 역사에 관한 담론을 다루는 그의 사상은 많은 토론을 불러일으켰다. 국내에는 대부분의 저서(《정신병과 심리학》, 《광기의 역사》, 《말과 사물》, 《지식의 고고학》, 《담론의 질서》, 《감시와 처벌》, 《성의 역사》)와 강연록의 일부(《비판이란 무엇인가?/자기수양》, 《비정상인들》, 《사회를 보호해야 한다》, 《주체의 해석학》, 《생명관리정치의 탄생》, 《안전, 영토, 인구》)가 번역되어 있다.


* <말과 사물> (미셸 푸코, 민음사, 2012, Les mots et les choses (1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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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넓은 박학으로 푸코는 학문 분야들을 가로지르고 17세기로 거슬러 올라가서, 자연의 모든 것을 존재물의 커다란 연쇄로 묶어 내고 하늘의 별과 인간의 용모 사이의 유비를 읽어 낸 고전주의적 지식 체계가 어떻게 근대 과학(생물학, 문헌학, 정치경제학)에 자리를 내주고 물러났는가를 보여 준다. 유구한 의미의 격자를 밝혀내고 우리가 일반적으로 인정하는 진리의 충격적인 자의성을 드러내는 과학의 고고학이 유감없이 발휘된 결과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으로 푸코는 사르트르 이후 가장 중요한 프랑스 사상가로 확고하게 자리매김되었다. 이 책에서 그는 ‘인간’, 과학적 지식의 주체로서의 인간이 기껏해야 최근의 발견물, 우리의 문화에서 일어난 근본적인 변화의 결과라는 아주 놀라운 주장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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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 Vino Veritas! (술 속에 진리가!)" [알콜토크]는 맥주 한 잔 하면서, 느슨하고 흐릿한 기분으로 특정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비정기 프리 토크 이벤트입니다. 입과 귀, 앎과 삶이 분리된 강의/세미나, 수동적이고 일방적인 내용과 과정, 학연/가방끈주의자들의 허세와 먹물질 등을 지양합니다. 쉽게 바뀌지 않는 오래된 습관에 절망하면서, 새로운 리추얼의 가능성과 한계를 함께 고민하는 자리입니다. (물론, 술을 원하지 않는 분은 소프트 드링크(Non-Alcoholic Drinks)를 마셔도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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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ef History of "알콜토크"]

vol.1 2013.03.09 - 후쿠시마와 우리
vol.4 2014.03.08 - 후쿠시마와 밀양
vol.5 2015.05.02 - 세월호와 우리
vol.8 2016.01.31 - <옥상자국>
vol.12 2016.03.11 - <맨발의 겐>
vol.20 2017.03.11 - <핵의 나라 2>
vol.21 2017.07.28 - <전공투>
vol.27 2020.03.07 - <실록 연합적군>
vol.28 2020.03.26 - 사르트르, <닫힌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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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리듬을 믿고(この胸のリズムを信じて)", "우리는 걷는다 단지 그뿐(ぼくらは步く ただそんだ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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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캠프

2020.10.08 12:07:10
*.223.39.182

[페이스북 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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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캠프

2020.11.03 16:2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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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이 책의 탄생 장소는 보르헤스의 텍스트이다. ... 존재물의 무질서한 우글거림을 완화해 주는 정돈된 표면과 평면을 모조리 흩어뜨리고 ... 동일자와 타자의 원리에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을 오래도록 불러일으키고 ... 사유의 친숙성을 깡그리 뒤흔들어 놓는 웃음이다. (7)

보르헤스의 텍스트에 인용된 “어떤 중국 백과사전”에는 “동물이 a) 황제에게 속하는 것, b) 향기로운 것, c) 길들여진 것, d) 식용 젖먹이 돼지, e) 인어(人魚), f) 신화에 나오는 것, g) 풀려나 싸대는 개, h) 지금의 분류에 포함된 것, i) 미친 듯이 나부대는 것, j) 수없이 많은 것, k) 아주 가느다란 낙타털 붓으로 그린 것, l) 기타, m) 방금 항아리를 깨뜨린 것, n) 멀리 파리처럼 보이는 것”으로 분류되어 있다는 것이다. (7)

우리 사유가 갖는 한계, 즉 그것을 사유할 수 없다는 적나라한 사실이다. / 도대체 무엇을 사유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어떤 불가능성이 문제일까? (7-8)

보르헤스의 열거에 감도는 기괴성은 항목들을 서로 연결할 공통의 바탕(공통의 장소, 공존의 궁전) 자체가 무너져 있다는 점에서 비롯한다. 불가능한 것은 사물들의 근접이 아니라, 사물들이 인접할 수 있을 장소이다. ... 언어의 비-장소, 사유할 수 없는 공간 (9-10)

테이블, 수술대, 사유로 하여금 존재물의 정돈과 종류별 분할, 존재물의 유사점과 차이점이 지정되는 명목적인 분류를 실행하게 해 주는 도표(tabula)이다. (11)

공통의 장소, 유토피아, 질서, 언어, 파불라의 차원 / 헤테로토피아, 불안, 화제를 메마르게 하고 말문을 막고 문법의 가능성을 그 뿌리에서부터 와해하고 신화를 해체하고 문장의 서정성을 아예 없애 버린다. (11-12)

어떤 실어증 환자들은 탁자 위에 올려놓은 다양한 색깔의 털실 타래들을 일관성 있게 분류하지 못한다고들 한다. 마치 장방형의 평탄한 탁자가 동질의 객관적 공간으로 구실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데, 동질의 객관적 공간에서라면 사물은 동일성이나 차이의 연속된 질서와 명칭의 의미 장(場)을 동시에 드러내게 될 것이다. 그들은 사물이 정상적으로 분류되고 명명되는 고른 공간을 다수의 덩어리진 단편적 소(小)영역으로 나누어 생각하고, 이에 따라 사물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유사점에 의거하여 불연속적인 작은 섬들에 들러붙는다. (12)

보르헤스를 읽을 때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거북함/불편함은 아마 언어가 손상된 사람의 깊은 불안과 유사할 것이다. 다시 말해 장소(공간)와 이름(언어)의 “공통성”을 상실한 탓일 것이다. 아토피아(무장소, 실소증), 아파지아(실어증). (12-13)

중국(유토피아 저장고, 가공의 나라), 중국 문화(장성, 넓이의 순수한 전개), 중국 문자(사물 자체의 이미지가 수직으로 세워짐), 중국 백과사전의 공간 없는 사유, 의지할 데 없는 말과 범주는 사실상 복잡한 모양, 뒤얽힌 길, 이상한 지형, 비밀 통로, 뜻밖의 소통으로 넘치는 장엄한 공간에 기초를 두고 있다. ... 이 문화에서 존재물이 확산되고 배치되는 공간은, 명명하고 말하고 사유하는 것이 우리에게 가능한 공간들 중의 어떤 것과도 동일하지 않을지 모른다. (13)

우리가 하나의 숙고된 분류를 정립할 때, 고양이와 개가 비록 둘 다 애완용으로 길들여진다 해도, 미친 듯이 달린다 해도, 방금 항아리를 깨뜨렸다 해도, 두 마리의 그레이하운드보다는 서로 덜 닮았다고 우리가 말할 때, 이를 사실로 확증하게 해 주는 토대는 무엇일까? 어떤 “도표” 위에, 어떤 동일성, 유사성, 유비의 공간에 따라, 우리는 서로 다르고 비슷한 그토록 많은 사물을 관례적으로 배치하게 되었을까? 선험적이고 필연적인 연쇄에 의해 결정되지도 않고 직접적으로 감지될 수 있는 내용에 의해 부과되지도 않는 이 일관성은 무엇일까? (14)

아무리 단순한 것일지라도 질서를 확립하는 데에는 ‘요소들의 체계’가 필수 불가결하다. 가령 유사성과 차이가 나타날 수 있는 선분의 규정, 이 선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변이의 유형, 끝으로 위로는 차이가 있고 아래로는 유사성이 있게 되는 문턱이 절대로 필요하다. 질서는 사물들 사이에 사물들의 내적 법칙으로 주어지는 것이자, 사물들을 이를테면 서로 마주보게 하는 은밀한 망이고, 이와 동시에 시선, 관심, 언어의 격자를 통해서만 존재할 뿐인 것이며, 오직 이 격자의 빈칸들에서만 표명의 순간을 말없이 기다리면서 이미 거기에 존재하는 듯이 심층적으로 드러난다. (14)

순수한 질서의 존재, 어떤 문화에서건 질서 확립의 코드라 불릴 수 있을 것과 질서에 관한 성찰 사이에는 질서와 질서의 존재 양태에 대한 맨 경험이 존재한다. (15-16)

이 연구에서 우리가 분석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이 경험이다. 이 연구는 16세기부터 우리의 것과 같은 문화의 한가운데에서 이 경험이 어떻게 변화할 수 있었는가를 보여 주려는 것이다. 가령 말해진 그대로의 언어, 지각되고 분류되는 그대로의 자연, 실행된 그대로의 교환을 마치 흐름에 역행하기라도 하는 듯이 거슬러 올라가면서, 질서가 존재한다는 것을, 그리고 교환의 법칙, 생물의 규칙성, 말의 연쇄와 말이 갖는 재현의 가치가 질서의 양태에서 유래한다는 것을 우리의 문화는 어떤 방식으로 드러냈는가, 질서의 어떤 양태가 인정되고 상정되고 공간 및 시간과 엮였길래, 문법과 문헌학에서, 자연사와 생물학에서, 부에 관한 연구와 정치경제학에서 전개되는 그러한 인식의 실증적 기반이 형성되었는가를 보여 주려는 것이 이 연구의 목적이다. 이와 같은 분석은 알다시피 사상사나 과학사의 영역에 속하지 않는다. 오히려 무엇으로부터 인식과 이론이 가능했는가, 어떤 질서의 공간에 따라 지식이 구성되었는가, 역사상의 어떤 선험적 여건을 바탕으로, 어떤 실증성의 조건 속에서 사상이 출현하고 과학이 구성되고 경험이 철학에 반영되고 합리성이 형성되고는 아마 오래지 않아서일 터이지만 뒤이어 해체되고 사라질 수 있었는가를 찾아내려는 연구이다. (16-17)

인식을 위한 가능 조건의 역사가 드러나는 에피스테메, 지식의 공간에서 경험적 인식의 다양한 형태를 야기한 지형, 우리의 시도는 전통적인 의미에서 역사라기보다는 오히려 ‘고고학’이다. (17)

두 차례의 중대한 불연속, 하나는 (대략 17세기 중엽에) 고전주의 시대의 막을 여는 불연속이고, 다른 하나는 19세기 초엽에 우리의 근대성의 문턱을 가리키는 불연속이다. 아무리 우리가 르네상스 시대에서 오늘날까지 유럽적 라티오의 거의 끊임없는 움직임을 감지하더라도, (린네의 분류법, 콩디야크의 가치론과 19세기의 한계효용설, 캉티용의 분석과 케인즈의 분석, 포르루아얄의 일반문법과 오늘날의 언어학 등), 사상과 주제의 차원에 속하는 이 모든 준연속성은 아마 표면효과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 이는 이성이 진보를 거듭했기 때문이 아니라, 사물의 존재 양태와 사물을 분류하고 지식의 대상으로 정립하는 질서의 존재 양태가 크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투른포르, 린네, 뷔퐁의 자연사가 외부의 다른 것과 관계가 있다 해도, 이때의 다른 것이란 생물학이나 퀴비에의 비교해부학 또는 다윈의 진화론이 아니라 보제의 일반 문법, 화폐와 부에 대한 로나 베롱 드 포르보네 또는 튀르고의 분석이다. 동시성의 체계들 (17-19)

이처럼 우리의 분석은 고전주의 시대를 가로질러 재현의 이론과 언어, 자연계의 범주, 부 및 가치의 이론 사이에 존재하는 일관성을 보여 줄 수 있었다. 19세기부터 완전히 변하는 것은 바로 이 지형인데, 모든 가능한 영역의 토대로 작용한 재현의 이론이 사라지고, 그러자 사물에 대한 자연발생적인 도표 겸 최초의 격자이자 재현과 존재물 사이의 필수적인 중계 지점으로 간주된 언어가 자취를 감추고, 깊은 역사성이 사물의 중심으로 침투하고 사물을 분리하고 사물을 고유한 일관성에 따라 규정하고 시간의 연속성에 함축되어 있는 질서의 형태를 사물에 부과하고, 교환과 화폐의 분석이 생산에 대한 연구로 대체되고, 유기체의 분석이 분류학상의 특징에 관한 탐구보다 우세해지고, 특히 언어가 특권적인 지위를 상실하고는 어김없이 두터운 과거를 지닌 일관성 있는 역사의 형상이 된다. (20)

그러나 사물에 대한 이해 가능성의 원리가 사물의 생성에서만 모색되고, 사물이 재현의 공간을 떠나 버리면서, 사물이 오그라듦에 따라, 이번에는 서양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인간이 지식의 영역으로 들어온다. 기이하게도 인간은 순진한 시각으로 보자면 소크라테스이래 가장 유구한 탐구의 대상으로 간주되지만, 아마 사물의 질서에 생겨난 어떤 균열, 어쨌든 지식의 영역에서 최근에 사물의 질서가 새롭게 배치되면서 모습을 드러낸 형상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인본주의, 인간학, 인간은 최근의 발견물, 우리의 지식이 새로운 형태를 띠자마자 인간은 사라질 것이다. (20-21)

고전주의 시대의 광기의 역사와 시대 구분이 동일, 르네상스 시대 말기 ~ 19세기, 광기의 역사는 하나의 문화를 한정하는 차이가 이 문화에 의해 전반적인 덩어리의 형태로 설정될 수 있는 방식의 검토였던 반면에, 이 연구는 하나의 문화가 사물들의 근접을 터득하는, 사물들의 친근성에 관한 도표와 이 친근성을 검토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질서의 확립 방식을 관찰하려는 것이다. 요컨대 이 연구는 닮음의 역사이다. 어떤 조건에서 고전주의적 사유는 말, 분류, 교환의 근거이자 이것들을 밑받침하는 유사 또는 동등 관계를 사물들 사이에 반영할 수 있었을까? 흐릿하고 막연하고 정체불명이고 사소한 것 같은 차이들의 바탕 위에 확립되는 동일성의 광범위한 격자를 규정하는 것은 역사상의 어떤 선험적 여건으로부터 가능했을까? (21)

광기의 역사는 타자의 역사, 하나의 문화에 대해 내부적이고 동시에 생소한 것, 따라서 (내부의 위험을 몰아내기 위해) 배제해야 하지만 (타자성을 축소하기 위해) 감금해야 하는 것의 역사라고 한다면, 사물의 질서에 관한 역사는 동일자의 역사, 하나의 문화에서 분산되고 동시에 서로 유사한 것, 따라서 표지에 의해 식별해야 하고 동일성을 특기해야 하는 것의 역사일지 모른다. (21)

고고학적 분석의 대상이 되는 것은 ... 고전주의적 사유로부터 분리하고 우리의 근대성을 구성하는 문턱이다. 인간이라 불리면서 인문과학의 고유한 공간을 열어 놓은 이 기이한 지식의 형상은 근대성의 문턱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출현했다. 서양 문화의 가장 깊은 지층을 파헤치려는 우리의 시도는 바로 잠잠하고 겉보기에는 움직이지 않는 듯한 우리의 밑바탕에 단절, 불안정성, 균열을 되돌려주는 것인데, 우리의 발아래에서 다시 뒤흔들리는 것은 바로 이 밑바탕이다. (22)

공중캠프

2020.11.03 17:06:25
*.223.32.221

1부

1장 시녀들

1

그런데 거울은 그림 자체가 재현하는 것을 전혀 보여 주지 않는다. ... 이 거울은 가시적인 대상들을 중심으로 돌기는커녕, 재현의 영역에서 포착할 수 있는 것을 무시하면서, 재현의 영역 전체를 가로지르고, 모든 시선의 바깥에 머물러 있는 것에 가시성을 되돌려준다. ... 유화가 더 앞쪽으로 연장되고 밑단이 더 아래로 내려와서 화가에게 모델의 구실을 하는 인물들이 그림에 포함되기에 이르면, 누구나 거울 속에 비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화가와 그의 작업실만이 보이는 데서 유화가 끝나므로, 유화가 그림인 한, 다시 말해 어떤 관람자에게건 그림이 어떤 것을 묘사하는 선과 색으로 이루어진 직사각형 조각으로 간주되는 한, 거울 속에 비치는 것은 그림 바깥에 있는 것이다. 방의 안쪽에 모두가 무시하고 있는 이 뜻밖의 거울은 화가(작업 중인 화가라는 재현된 객관적 실체로서의 화가)가 바라보는 얼굴(왕)뿐 아니라 (선과 색으로 캔버스 위에 구현된 물질적 실체로서의) 화가를 바라보는 얼굴(관람자)을 반짝이게 한다. 이 두 가지 범주의 얼굴은 다 같이 접근 불가능하지만 접근 불가능한 이유가 서로 다르다. 전자의 경우에는 그림의 고유한 구성 효과 때문이고, 후자의 경우에는 모든 그림 일반의 존재 자체를 주재하는 법칙 때문이다. (33)

“이미지는 액자의 경계를 넘어서야 한다.”

2

캔버스에 스며든 심연과 캔버스의 허구적 깊이, 그리고 캔버스가 전방으로 투사되는 입체적 공간 속에서도, 재현하는 대가와 재현되는 군주를 순전히 이미지의 행운에 힘입어 확연하게 제시하는 것은 결코 가능하지 않다. (43)

벨라스케스의 이 그림에는 아마도 고전주의적 재현의 재현 같은 것, 그리고 고전주의적 재현에 의해 열리는 공간의 정의가 들어 있을 것이다. 실제로 재현은 여기에서 자체의 모든 요소, 자체의 이미지들, 가령 재현이 제공되는 시선들, 재현에 의해 가시적이게 되는 얼굴들, 재현을 탄생시키는 몸짓들로 스스로를 재현하고자 한다. 그러나 재현이 모으고 동시에 펼쳐 놓는 이 분산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본질적인 공백이 뚜렷이 드러난다. 즉 재현에 근거를 제공하는 것, 달리 말하자면 재현과 닮은 사람, 그리고 재현이 닮음으로만 비치는 사람의 필연적인 사라짐. 이 주체 자체, 즉 동일 존재는 사라졌다(고전주의 시대에 이르러 재현이 닮음의 관점에서 이해되지 않게 된다는 것(순수 재현의 출현)). 그리고 재현은 얽매어 있던 이 이해 방식으로부터 마침내 풀려나 순수 재현으로 주어질 수 있다. (43)

공중캠프

2020.11.04 12:3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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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세계의 산문

1 네 가지 유사성

16세기 말엽까지 서양 문화에서 닮음의 역할은 지식을 구축하는 것이었다. ... 세계는 안으로 접혀 포개어졌다. 대지는 하늘을 반영했고 별에는 얼굴이 비치었으며 풀의 줄기에는 인간에게 유용할 비밀이 숨어 있었다. 회화는 공간을 모방했다. 그리고 재현은 축제이건 지식이건 간에 반복으로, 즉 삶의 무대 또는 세계의 거울로 설정되었다. 재현은 바로 모든 언어의 호칭, 언어가 말해지고 언어의 말할 권리가 표명되는 방식이었다. (45)

16세기 말엽과 17세기 초엽에 유사성은 어떻게 사유되었을까? 어떻게 유사성은 지식의 형상들을 체계적으로 배치할 수 있었을까? 그리고 서로 닮은 사물들의 수가 무한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적어도 사물들이 어떤 양상에 따라 서로 유사할 수 있었는지 확증할 수 있을까? (45-46)

1) 콘베니엔티아(부합) : 장소들의 인접, 결합, 적응

양 극단(신과 물질) 사이의 거리가 유지되는 가운데, 전능한 신의 의지가 가장 활기 없는 구석까지 스며들도록 양 극단이 근접하면서 고리에서 고리로 유사성이 이어진다. (48)

2) 아이물라티오(경합) : 부동의 상태로 거리를 두고 작용, 반영, 거울, 쌍둥이

경합으로 인해 사물들은 우주의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연쇄도 근접도 없이 서로 닮을 수 있다. 세계에 고유한 간격은 거울 속에서의 중복에 의해 사라지고, 이를 통해 세계의 각 사물은 자신에게 주어지는 장소를 넘어선다. (49)

3) 유비 : 가역성, 다면성

피에르 블롱, 인간의 골격과 새의 골격 (53)

4) 감응/공감 : 심층, 운동성, 동화, 변형, 반감, 고립, 차이,

감응과 반감의 균형은 사물들이 증대하고 성장하고 서로 뒤섞이고 사라지면서도 끝없이 재발견된다는 사실, 요컨대 (경계도 반복도 유사성의 안식처도 없는) 공간과 (그렇지만 동일한 형상, 동일한 종류, 동일한 요소의 무한한 재출현을 허용하는) 시간이 있다는 사실의 이유가 된다. 물, 불, 공기, 대지 (56)

세계의 부피 전체, 부합의 모든 인접, 경합의 모든 반향, 유비의 모든 연쇄는, 사물들을 근접시키고 사물들 사이의 거리를 유지하는 감응과 반감의 공간에 의해 지탱되고 유지되며 두 겹이 된다. 이 상호 작용 때문에 세계는 동일한 모습을 유지한다. 유사한 것들은 계속 현재의 모습을 유지하고 서로 닮아 간다. 동일한 것은 여전히 동일한 것으로 남고, 외부에 대해 빗장을 지른 채 자기에게로 틀어박힌다. (57)


2 표징

유사성이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유사성을 알아볼 수 있는지, 어떤 표지로 유사성을 식별할 수 있는지에 관해서는 말해 주지 않는다. (58)

바꽃 - 안질의 치유, 호두 - 두통

묻혀 있는 유사성이 사물의 표면에 표시되어야 한다. 비가시적 유비에 대한 가시적 표지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 표징 없는 닮음은 없다. 유사한 것들의 세계는 표시가 있는 세계일 수밖에 없다. ... “설령 신이 어떤 것들을 감추었다 해도, 보물을 땅속에 파묻은 사람이 나중에 다시 찾을 수 있도록 보물의 위치를 표시하듯, 신도 역시 모든 것에 특별한 표지를 해 두어 눈에 보이는 외부 표적을 남겨 놓았다.” 유사성에 대한 지식은 이러한 표징의 발견(기호학)과 해독(해석학)에 근거한다. (58-59)

이 비가시적인 형태를 밝히기 위해서는 그것을 깊은 비가시성에서 끌어낼 가시적 형상이 필요하다. ... “대지의 내장에서 생겨나는 모든 풀, 초목, 나무 등이 그만큼의 신기한 책과 기호라는 것은 사실 아닌가.” ... “지성의 비밀스러운 움직임이 목소리에 의해 겉으로 드러나듯, 풀도 자연의 침묵이라는 장막 아래 감춘 내부의 효력을 ...... 호기심 많은 의사에게 드러내면서, 그에게 표징을 통해 말하는 것 같지 않는가.” (59-60)

16세기에는 기호학과 해석학이 유사성의 형태 속에 겹쳐 있었다. 의미를 찾아낸다는 것은 서로 닮은 것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기호의 법칙을 찾아낸다는 것은 유사한 사물을 발견한다는 것이다. 존재물의 문법은 존재물의 주석이다. 그리고 존재물이 말하는 언어는 존재물들을 연결하는 통사법 이외의 다른 어떤 것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사물들의 본성, 사물들의 공존, 사물들을 연결하고 서로 소통하게 하는 연쇄는 사물들의 닮음과 다르지 않다. 그리고 닮음은 세계를 끝에서 끝까지 가로지르는 기호들의 망 속에서만 나타날 뿐이다. ‘자연’은 기호학과 해석학이 겹쳐 있는 얇은 두께 사이에 붙들려 있다. 오직 닮음들의 경미한 간격이 반드시 이 중첩에 수반됨에 따라서만, 자연은 불가해하고 가려져 있으며, 때로는 인식을 엉뚱한 방향으로 이끌어 가면서도 인식의 대상이 된다. 따라서 격자는 분명하지 않고, 투명성은 처음부터 흐려져 있다. 점차적으로 밝혀야 할 어두운 공간이 출현한다. ‘자연’은 바로 그곳에 존재하고, 인식하고자 해야 하는 것은 바로 이 사실이다. 만일 닮음의 해석학과 표징의 기호학이 그야말로 정확히 일치한다면 모든 것은 직접적이고 명백할 것이다. 그러나 표기 기호를 형성하는 유사성과 담론을 형성하는 유사성 사이에 ‘골’이 있기 때문에, 거기에서 무한하고 고된 지식의 작업은 고유한 공간을 부여받는다. 따라서 무한히 구불구불한 경로를 따라 유사한 것에서 또 그것과 유사한 것으로 나아가면서 이 간격을 누빌 필요가 있게 된다. (62-63)


3 세계의 한계

이러한 지식의 과다하고 동시에 절대적으로 궁핍한 성격이 있다. 무한하므로 과다하다. (63)

소우주, 세계관, 사유의 범주, 자연의 일반적 지형, 한계를 설정, 완벽하게 닫힌 공간 안에서 유사성들이 서로 의존하고 상호적으로 강화된다. 자연은 기호화 닮음의 상호 작용으로서, 우주의 이중화된 형상에 따라 스스로 다시 닫힌다. (65)

16세기 지식의 핵심에는 어떤 필요가 자리하고 있었다. 즉, 기호와 기호의 의미 사이에 제3항으로서 도입된 닮음의 무한한 풍요로움, 그리고 닮음의 동일한 마름질을 의미하는 것과 이것이 가리키는 것에 부과하는 단조로움을 조정할 필요가 있었다. (65)

“우리 인간은 산에 감춰져 있는 모든 것을 기호와 외부의 상응에 의해 발견할 것이고, 바로 이러한 방식으로 풀의 모든 속성과 돌 속에 있는 모든 것을 찾아낼 것이다. 깊은 바다나 높은 창공에서 인간이 발견하지 못할 것이란 하나도 없다. 아무리 광활한 산악이라도 그 안에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건 인간의 시선에서 벗어날 수 없다. 어떤 것이건 상응하는 기호를 통해 인간의 시선에 드러난다.”

마법과 박학을 동일한 차원으로 ... 점술은 인식과 경쟁하는 형태가 아니라, 인식 자체와 일체를 이룬다. ... 마법의 형태는 인식의 방식에 내재했다. (66-67)

박학의 경우 ... 실제로 고대부터 전해진 보고에서 언어는 사물의 기호로서 가치가 있다. 신이 우리로 하여금 대지 내부의 비밀을 알아내도록 하기 위해 대지의 표면에 새겨 놓은 가시적 표지와 숭고한 빛에 의해 계시된 성서 또는 고대의 현자들 덕분으로 전승에 의해 보전된 책들에 기록된 읽어서 이해할 수 있는 말 사이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 텍스트에 대한 이해 방식은 사물에 대한 이해 방식과 본질적으로 동일하다. 양자의 경우에서 다 같이 발견되어야 하는 기호이다. (67-68)


4 사물의 문자(에크리튀르, 사유의 재현)

16세기에 순수한 역사적 실체로서의 언어는 자의적 체계가 아니다. 사물 자체가 언어처럼 수수께끼를 감추고 드러내기 때문에, 이와 동시에 말이 해독해야 할 사물로 제시되기 때문에, 언어는 세계 속에 자리하고 세계의 일부분을 이룬다. (70)

언어는 유사성과 표징의 광범위한 배치 가운데 일부를 이룬다. 따라서 언어는 자연물처럼 연구되어야 한다. ... 언어는 파묻힌 계시임과 동시에 점증하는 빛 속에서 조금씩 다시 드러나는 계시이다. (70-71)

신이 인간에게 언어를 주었을 때 본디 언어는 사물과 유사했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확실하고 투명한 사물의 기호였다. ... 이러한 투명성은 인간에 대한 징벌의 일환으로 바벨탑에서 파기되었다. 히브리어, 하느님, 아담, 그리고 최초로 창조된 대지의 동물에게 공통된 언어 (71-72)

언어의 상징적 기능, 백과사전, 세계의 질서 자체를 말의 연쇄와 그 공간적 배치로 재구성하려는 기획, 문자의 특권 (74-75)

언어 자체에 내적 증식의 원리가 있다. (78)

텍스트 - 주석, 자연에 관한 지식이 닮음에서 항상 새로운 기호를 발견하는 것과 마찬가지 (79)


5 언어의 존재

서양 세계에서 기호들의 체계는 스토아 철학 이래 3원적이었다. 왜냐하면 누구나 기호들의 체계에서 의미하는 것, 의미되는 것, 그리고 ‘상황’(유사성)을 가려 보았기 때문이다. 반면에 17세기부터 기호들의 배치는 2원적이게 된다. 왜냐하면 포르루아얄에 힘입어 의미하는 것과 의미되는 것의 결합에 의해 기호들의 배치가 정의되기에 이르기 때문이다. (80)

언어가 사물에 대한 물질적 문자로 존재하지 않고, 재현 기호들의 일반 체계에서만 언어의 공간이 발견되기에 이르기 때문이다. (81)

16세기까지는 실제로 하나의 기호가 의미하는 바를 그 기호가 가리킨다는 것을 어떻게 인정할 것인가가 문제였으나, 17세기부터 문제시되는 것은 어떻게 기호가 스스로 의미하는 것과 연결될 수 있을 것인가이다. 이 문제에 고전주의 시대는 재현의 분석을 통해 대답하게 되고, 근대적 사유는 의미와 의미 작용의 분석을 통해 대답하게 된다. 그러나 이로 말미암아 언어는 (고전주의 작가들에게는) 재현 또는 (우리에게는) 의미 작용의 특별한 경우에 지나지 않게 된다. 이로써 언어와 세계의 깊은 귀속 관계가 흐트러지고, 문자의 우위가 유보된다. 보이는 것과 읽히는 것, 가시적인 것과 언술할 수 있는 것이 무한히 교차하는 균일한 지층도 사라진다. 사물과 말이 서로 떨어지게 된다. 눈은 보는 것, 오직 보는 데에만 쓰이고 귀는 오직 듣는 데에만 쓰이게 된다. 담론의 임무는 존재하는 것을 말하는 데 있게 되지만, 담론은 자신이 말하는 것에 지나지 않게 된다. (81)

근대의 문턱, 문학, 17세기와 18세기에는 언어의 고유한 존재 방식, 즉 세계에 새겨지는 유구하고 견고한 사물로서의 언어가 재현의 기능 속으로 사라졌고 모든 언어가 담론으로서만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 어떤 것을 의미하고 ... 기호를 배열하는 방식, 문채, 화려한 수사, / 그런데 19세기에서 오늘날까지, 훨덜린에서 말라르메, 앙토냉 아르토까지 문학은 자율적으로 존재했으며, 일종의 ‘대항 담론’을 형성함으로써, 그리고 이러한 방식으로 언어의 재현하는 기능 또는 의미하는 기능에서 16세기 이래로 잊힌 순수한 언어의 존재로 거슬러 올라감으로써만 깊은 균열에 의해 다른 모든 언어와 분리되었다. (82)

근대에 이르러 문학은 언어의 의미작용을 (확증하는 것이 아니라) 보충하는 것이다. 언어의 존재는 서양 문화의 한계와 핵심부에서 문학을 통해 또다시 반짝인다. 실제로 16세기부터 언어의 존재는 서양 문화에 가장 낯선 것이면서도, 서양 문화가 은폐한 것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 문학을 기의(문학이 뜻하는 것, 문학에 나타난 ‘사상’이나 문학이 약속하거나 촉구하는 것)의 츢면에서 분석하느냐, (언어학이나 정신분석학에서 차용한 도식의 도움으로) 기표의 측면에서 분석하느냐 하는 문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 이제 언어는 오래지 않아 시작도 끝도 약속도 없이 증식하게 된다. 문학 텍스트가 나날이 더듬는 것은 바로 이 공허하고 근본적인 공간의 행로이다. (82-83)

공중캠프

2020.11.04 23: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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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재현하기

1 돈키호테

돈키호테의 모험은 구불구불 이어지면서 한계를 긋는다. 돈키호테의 모험에서는 닮음과 기호가 오랜 상호 작용을 끝내고 벌써 새로운 관계를 맺는다. 돈키호테는 상궤를 벗어난 사람이 아니라 오히려 유사성의 모든 표지 앞에 멈춰 서는 세심한 순례자이다. 그는 동일자의 영웅이다. ... 그는 분명한 차이의 경계를 넘지도, 동일성의 핵심으로 돌아가지도 못한 채, 이 평원을 끝없이 돌아다닌다. 그런데 돈키호테 자신이 기호의 형상을 띠고 있다. 살며시 펼쳐진 책에서 방금 벗어난 그는 하나의 문자처럼 길고 가느다란 표기 기호의 모습이다. 그의 존재 전체는 언어, 텍스트, 인쇄된 용지, 이미 전사된 이야기일 뿐이다. 그는 서로 엮이는 말로 이루어져 있고, 세계에서 서로 닮은 사물들 사이를 편력하는 문자이다. (85)

그렇지만 전적으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왜냐하면 가련한 스페인 귀족인 그로서는 근본 원리를 표명하는 유구한 서사시를 따름으로써만 기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은 그의 생활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그의 의무이다. ... 그가 겪는 모든 일화, 그의 모든 결정과 공훈은 돈키호테와 그가 충실히 좇은 그 모든 기호가 실제로 유사하다는 징후가 된다. (85-86)

그가 모든 기호와 유사하고자 하는 이유는 그가 그 모든 기호를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읽어서 이해할 수 있는) 기호가 이미 (눈에 보이는) 존재물과 더 이상 유사하지 않기 때문이다. ... 텍스트의 증인, 대표자, 유사한 실재인 돈키호테는 텍스트를 닮음으로써, 텍스트가 진실을 말한다는 것, 텍스트가 정말로 세계의 언어라는 것에 대한 증거와 의심할 여지 없는 표지를 제시해야 한다. 책의 약속을 실현하는 것이 그의 몫이다. ... 서사시는 약속된 기억이라 할 수 있는 실제의 공훈을 이야기한(이야기한다고 주장한) 반면에, 돈키호테는 이야기의 내용 없는 기호를 현실로 가득 채워야 한다. 그의 모험은 세계에 대한 독해, 즉 책이 진실을 말하고 있음을 입증하는 형상을 온 세상에서 찾아내려는 세심한 행로가 된다. ... 공훈은 정말로 승리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징후로, 즉 언어의 기호가 사물 자체와 정확히 일치한다는 징후로 변화시키는 데 있고, 그래서 승리하는 것은 사실상 중요하지 않다. 돈키호테는 책의 내용을 증명하기 위해 세계를 읽는다. 그리고 닮음의 번쩍거림만을 증거로 여긴다. (84-87)

『돈키호테』는 르네상스 세계의 음화를 보여 주고, 문자는 세계의 산문이기를 멈추었고, 닮음과 기호의 오랜 일치는 무너졌고, 유사성은 기만하고 망상과 정신착란으로 바뀌고, 사물은 가소로운 동일성 속에 끈질기게 머물러 있고, 사물은 가소로운 동일성 속에 끈질기게 머물러 있고, 즉 이제는 현재의 모습일 뿐이고, 말은 채울 내용도 닮음도 없이 이리저리 옮겨 가고, 더 이상 사물을 나타내지 않으며, 먼지에 덮인 책의 지면들 사이에 잠들어 있다. 기호 아래 은밀한 닮음을 발견함으로써 세계에 대한 독해를 가능하게 한 마법은 이제 왜 유비가 언제나 어긋나는지를 비상식적인 방식으로 설명하는 데에만 소용될 뿐이다. 예전에 자연과 책을 단일한 텍스트로 읽어 낸 박학은 공상으로 치부되고, 즉 책의 누런 지면으로 가라앉고, 언어의 기호가 갖는 가치는 기호가 재현하는 것의 빈약한 허구일 뿐이다. 문자와 사물은 더 이상 유사하지 않다. 문자와 사물 사이에서 돈키호테는 발길 닿는 대로 떠돌아다닌다. (87)

그렇지만 언어가 완전히 무력해지지는 않았다. 이제 언어는 새로운 힘을 지니게 되는데, 이 힘은 언어에 고유한 것이다. 이 소설의 2부에서 돈키호테는 1부를 읽은 인물들을 만나고, 그들은 실재 인물 돈키호테를 책의 주인공으로 알아본다. ... 모험의 2부에서는 초반에 기사도 소설이 맡았던 역할을 1부가 수행한다. 돈키호테는 실제로 책이 되었고, 따라서 자기 자신으로서의 책에 충실해야 한다. ... 영웅적 무훈들의 기만적인 허구는 언어의 재현력이 되었다. 말이 이제 막 기호로서의 성격만을 갖게 된 것이다. (88)

『돈키호테』는 최초의 근대적 작품이다. 왜냐하면 이 작품에서는 기호와 유사성이 동일성과 차이의 엄정한 근거에 의해 끊임없이 무시되고, 언어가 사물과의 오랜 친화력을 잃고서 고고한 상태에 처하는데, 이 이후로 언어는 오직 문학이 됨으로써만 고립된 처지를 벗어나 생경한 모습으로 재출현하게 되기 때문이며, 닮음의 관점에서 보자면 비이성과 상상력의 시대인 그런 시대로 닮음이 들어서기 때문이다. (89)

18세기 말엽까지 광인에 대해 지녔던 문화적 인식에 다르면, 광인은 차이를 인식하지 못하는 범위 내에서만 다른 존재이고, 도처에서 닮음과 닮음의 기호만을 보는 자이며, 광인에게는 모든 기호가 서로 유사하고 모든 닮음이 기호와 같은 가치를 갖는다. ... 시인은 명명되고 언제나 미리 규정된 차이 아래 파묻힌 사물들의 친근성, 흩어져 있는 사물들의 유사성을 다시 찾아내는 사람이다. ... 시인은 말이 사물의 보편적 닮음 속에서 반짝이던 시대를 상기시키는 더 근원적인 또 다른 담론을 듣는다. 시인의 언어에서는 그토록 표명하기 어려운 동일자의 절대성으로 인해 기호들이 특권을 지닐 수 없다. (89)

시와 광기의 대면, ... 존재, 기호, 유사성을 분리하는 어떤 지식의 여백에서 광인은 마치 이 지식의 힘을 제한하기 위해서인 듯, 동일 의미 내용(homosémantisme)의 기능을 확보한다. 광인은 모든 기호를 모으고 모든 기호 사이에 닮음을 끊임없이 확산시킨다. 시인은 이와 대칭적인 기능을 확보하고, 알레고리(다르게 말하기)의 역할을 맡으며, 기호들의 언어와 기호들의 아주 뚜렷한 특권의 작용 아래에서 ‘다른 언어’에, 말도 담론도 없는 닮음의 언어에 귀를 기울인다. 시인은 유사성을 말해 주는 기호에까지 유사성을 이르게 하고, 광인은 모든 기호를 결국 없애 버리는 닮음으로 모든 기호를 가득 채운다. (89-90)

광인과 시인 사이에서 어떤 지식의 공간이 열렸는데, 이 공간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이제 서양 세계에서의 본질적인 단절 때문에 유사성이 아니라 동일성과 차이이다. (90)


2 질서

일반 역사에서 불연속성의 지위는 확정하기가 쉽지 않다. 사유의 역사에서는 아마 더욱 쉽지 않을 것이다. 분할선을 긋고들 싶은가? 어쩌면 모든 경계는 끊임없이 변동하는 전체에서 제멋대로 생겨난 균열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시기를 구분하고들 싶은가? ... 단일한 연속 체계의 존속과 소멸은 어떤 방식을 따르는 것일까? ... 어떻게 하나의 사유가 다른 사유 앞에서 사라질 수 있을까? (90-91)

불연속(때때로 몇 년 사이에 하나의 문화가 그때까지의 방식으로 사유하기를 그치고 다른 것을 다른 방식으로 사유하기 시작한다는 사실)은 아마 바깥으로부터의 침식으로, 사유에 대해 다른 쪽에 있지만 처음부터 사유가 사유하기를 그치지 않은 바깥은 공간으로 열려 있을 것이다. ... 어떻게 사유는 세계의 공간에 자리를 차지하고 기원 같은 것을 내포하며 여기저기에서 끊임없이 새롭게 시작되는 것일까? ... 지금으로서는 불연속성이 주어지는 명백하고 동시에 모호한 경험의 영역에서 불연속성을 검토하는 것으로 만족하자. (91)

17세기 초엽, 다시 말해 옳건 틀리건 바로크라고 불린 시대에는, 사유가 더 이상 닮음의 원리에 따라 진행되진 않는다. 유사성은 이제 지식의 형식이 아니라, 오히려 오류의 계기이자, 누구라도 불충분하게 밝혀진 혼란의 장소를 조사하지 않을 때 직면하는 위험이다. ... 이제 유사한 것의 시대는 재미있는 오락만을 뒤에 남길 뿐이다. (92)

베이컨, 착각, 오인, 경험의 비판, 유사성은 우상이다. 동굴의 우상, 극장의 우상, 부족의 우상, 시장의 우상, “자연에는 예외와 차이가 가득한데도, 도처에서 조화, 일치, 유사성을 발견하려 한다.” (92-93)

데카르트의 비판은 ... 닮음을 동일성과 차이, 크기와 순서의 견지에서 분석해야 하는 불명료한 혼합물이라고 비난하는 고전주의적 사유이다. 비교 행위를 보편화, 치수(크기 또는 수량, 연속 또는 불연속)의 비교(측정, 나누기, 공통 단위)와 순서의 비교, 모든 측정은 순서/계열화로 귀착, 순서는 (사유와 관련해서는) 필연적이고 자연스러운 것임과 동시에 (사물과 관련해서는) 자의적인 것일 수 있다. (93-96)

오랫동안 지식의 기본 범주(인식의 형식이자 내용)였던 유사한 것이 동일성과 차이의 관점에서 분석되면서 해체되기에 이르고, 게다가 비교는 측정의 매개에 의해 ... 질서와 관련이 있으며, 마침내 비교는 이제 세계의 정연한 배치를 밝히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유의 명령에 따라 당연하게도 단순한 것에서 복잡한 것으로 나아가는 식으로 이루어진다. 이로 말미암아 서양 문화에서 에피스테메 전체의 기본 배치가 변한다. 특히 16세기의 인간이 관찰한 바처럼 친근성과 닮음 그리고 친화력이 여전히 하나의 매듭으로 묶여 있고 언어와 사물이 끝없이 교차한 경험의 영역, 이 광범위한 영역 전체가 새로운 지형을 띠게 된다. 원한다면 이 새로운 지형을 ‘합리주의’라는 이름으로 지칭할 수 있고, 머릿속에 기성의 개념들밖에 없는 경우라면 17세기에야 비로소 미신적이거나 마술적인 낡은 믿음이 사라졌고 마침내 자연이 과학의 영역에 포함되기에 이르렀다고 말할 수 있다. (96)

지식 자체를 변질시킨 변화, ① 유비에 근거한 위계가 분석으로 대체된다. ... 모든 닮음은 치수, 공통의 단위, 또는 더 근본적으로 질서, 동일성, 차이의 계열에 의해 일단 발견되고 나서야 받아들여지게 된다. ② 완전한 열거 ③ 완벽한 확실성, 필연적 이행 ④ 정신의 활동은 ... (유사한) 모든 것을 찾아 떠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식별하는 것, 다시 말해 동일성을 확립하고 이후 동일성에서 멀어지는 모든 단계에서 일어나는 변화의 필연성을 밝히는 것이 된다. ... 식별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단순한 비교를 넘어 차이가 탐색되어야 한다. 직관에 의해 사물이 분명하게 재현되어야 하고, 계열의 한 요소에서 바로 다음 요소로 넘어가는 필연적인 이행이 명확하게 파악되어야 한다. ⑤ 끝으로, 역사와 과학은 서로 별개의 것이 된다. ... 말은 이제 진실의 표지일 권리가 없다. 언어는 존재물들의 한가운데에서 뒤로 물러나 투명성과 중립성의 시대로 접어든다. (96-98)

17세기 문화에서 일반적인 현상 ① 기계론 : 의학, 생리학 등 ② 경험적인 것을 수학적으로 처리하고자 하는 노력 : 물리학, 천문학 등의 가능성과 한계 ③ 마테시스 : 고전주의적 지식 전체와 크기 및 질서에 관한 보편 과학 ... 사상사가들은 ‘데카르트의 영향’이니 ‘뉴턴의 모델’이니 하는 막연히 주술적이고 공허한 말에 현혹되어, 이 세 가지 사항을 뒤섞고 자연을 기계적이고 계산 가능한 것으로 만들려는 경향을 고전주의적 합리주의로 규정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 어중간한 재주를 지닌 다른 사상사가들은 이 합리주의 아래에서 ‘상반되는 힘들’의 상호 작용, 즉 대수학으로도 운동물리학으로도 귀착하지 않고 고전주의의 바탕에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으로 남아 있는 자연과 생명의 작용을 찾아내려고 애쓴다. 이 두 가지 유형의 분석은 모두 불충분하다. 실제로 고전주의 시대의 에피스테메에서 근본적인 것은 기계론의 성공이나 실패, 자연에 대한 수학적 설명의 권리나 불가능성이 아니라, 바로 18세기 말엽까지 변함없이 지속되는 마테시스에 대한 이해 방식이다. 두 가지 본질적인 특성 ① 존재물들 사이의 관계가 질서와 크기의 형식 아래 사유된다, 질적 질서의 수학을 확립하는 것 ② 그때까지 형성되지도 정의되지도 않았던 여러 가지 경험의 영역이 나타나는데, ... 이 영역들의 특별한 도구는 대수학적 방법이 아니라 기호들의 체계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말, 존재물, 필요의 영역에서 일반 문법, 자연사, 부의 분석이라는 질서의 과학이 출현했다. ... (이것들의 연대기적 지표는 랑스로와 보프, 레이와 퀴비에, 페티와 리카도인데, 앞의 세 사람은 1660년 무렵에, 뒤의 세 사람은 1800년부터 1810년까지 저술 활동을 한다.) (98-100)

해석에 대한 이해 방식이 르네상스 시대에 본질적이었던 만큼이나 질서에 대한 이와 같은 이해 방식은 고전주의 시대에 본질적이다. 그리고 해석학에 기호학이 겹치는 16세기의 해석이 본질적으로 유사성의 인식이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기호에 의한 정돈으로 인해 모든 경험적 지식은 동일성과 차이에 관한 지식이 된다. 무한하면서 닫혀 있고, 완전하면서 동어 반복적인 닮음의 세계는 해체되고 한가운데가 벌어진 듯하다. (101)

한편에는 분석의 수단, 동일성과 차이의 표지, 정돈의 원리, 분류를 위한 실마리로 작용하는 기호가 있게 되고, 다른 한편에는 사물들의 경험적이고 소곤거리는 듯한 닮음, 사유 아래에서 분할과 배치의 무한한 동기를 제공하는 은밀한 유사성이 있게 된다. 한편에는 기호, 구분, 분류의 일반 이론이, 다른 한편에는 직접적인 닮음, 상상력의 자율적 움직임, 자연의 반복이 있게 된다. 그리고 이 양자 사이의 열려 있는 간격에 새로운 지식의 공간이 자리를 잡는다. (101)


3 기호의 재현

고전주의에 의하면 기호는 세 가지 변수에 의해 규정된다. ① 우선 관계의 기원에 의해서이다. 기호는 (거울 속의 반영이 거울에 비치는 것을 가리키듯이) 자연적이거나 (인간 집단에서 한 낱말이 하나의 관념을 의미할 수 있듯이) 관습적일 수 있다. ② 다음으로 관계의 유형에 의해서이다. 기호는 (좋은 안색이 건강하다는 표시이면서 건강의 일부분을 이루듯이) 지시 대상에 속하거나 지시 대상으로부터 분리될 수 있다. ③ 끝으로 관계의 확실성에 의해서이다. 기호는 매우 일정해서 누구나 그 충실성을 확신할 수 있지만, (바로 이런 식으로 호흡은 생명을 나타낸다.) (창백함이 임신에 대해 그렇듯이) 그저 개연적일 수도 있다. 이러한 관계의 양상들 중 어떤 것도 유사성을 필연적으로 내포하지는 않으며, 자연적인 기호 자체도 유사성을 요구하지 않는다. ... 이 세 가지 변수는 경험적 인식의 영역에서 닮음을 대신하여 기호의 실효성을 결정한다. (102-103)

③ 기호는 언제나 확실하거나 개연적이므로, 인식의 내부에 놓이게 되어 있다. 16세기에는 ... 기호는 인식되지 않을 경우에도 존재했다. 즉 기호가 침묵하고 아무도 기호를 알아보지 못해도 기호는 전혀 흔들리지 않고 꿋꿋하게 존재했다. 기호의 의미 기능을 정립하는 것은 인식이 아니라 사물의 언어 자체였다. 17세기부터 기호의 영역 전체는 확실한 것과 개연적인 것 사이에 놓인다. ... 기호는 자신을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이 오기를 조용히 기다리지 않는다. 기호는 오직 인식 행위에 의해서만 구성된다. (103)

② 기호가 의미하는 것과 기호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의 형태. 16세기의 유사성에서는 공간과 시간이 부합과 경합과 특히 감응의 작용에 의해 극복되었다. ... 반면에 고전주의가 도래하면서부터는 본질적 분산(분리/분할)이 기호를 특징짓는다. 한 점으로 모이는(결합) 기호들의 순환적 세계가 무한한 전개로 대체된다. ... 기호는 구성 요소로서 기호에 의해 지시되는 것의 일부분을 이루거나, 기호에 의해 지시되는 것과 실제로 그리고 현실적으로 분리되거나 한다. ... 기호는 분석의 결과이자 분석의 수단(격자의 역할)이다. 정신이 분석하기 때문에 기호가 출현한다. 정신이 기호를 사용하기 때문에 분석이 끊임없이 계속된다. (105-106)

기호의 책무가 고전주의 시대에는 세계를 기호와 유사하고 기호의 형태와 불가분의 것으로 만드는 데 있지 않고, 반대로 세계를 늘어놓고, 한없이 열린 표면을 따라 세계를 나란히 놓고, 세계에 대한 사유를 매개하는 대체물의 끝없는 전개를 세계로부터 추구하는 데 있다.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세계는 분석과 동시에 조합의 대상이 되며 처음부터 끝까지 정연하게 배열될 수 있게 된다. 고전주의적 사유에서 기호는 간격을 지우지 않고 시간을 없애지 않는다. ... 기호에 의해 사물들은 개별적이게 되고 동일성을 유지하고 서로 나뉘고 또 관계를 맺는다. (106-107)

① 자연과 관습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띨 수 있는 변수. 16세기에 인위적인 기호의 작용력은 자연적인 기호에 대한 충실성으로부터만 생겨났을 뿐이다. 17세기부터는 자연과 관습에 반대의 의미가 부여된다. 자연적인 기호는 사물에서 추출된 하나의 요소에 불과할 뿐이며, 인식에 의해 기호로 성립되는 것이다. 따라서 자연적인 기호는 고정된 것이고 탄력성이 없으며 비실용적이다. 그리고 정신은 자연적인 기호를 뜻대로 지배할 수 없다. 반대로 관습적인 기호가 확립될 경우에는, 기호가 단순하고 상기하기 쉽고 무한한 요소에 적용되고 분할되고 합성될 수 있도록, 기호를 선택하는 일이 언제나 가능하다. 인위적인 기호는 완전하게 작용하는 기호이다. 인간과 동물이 나뉘는 것은 바로 인위적인 기호에 의해서이다. ... 자연적인 기호는 이 관습적인 기호의 불완전한 실마리, 자의성의 정립에 의해서만 완성될 막연한 소묘일 뿐이다. (107)

자의적인 기호 체계는 틀림없이 사물을 가장 단순한 요소들로 분석하게 해 줄 것이고, 기원까지도 분해할 것이고, 이 요소들의 조합이 어떻게 가능한가를 또한 보여 줄 것이고, 사물들의 복잡성에 대한 관념의 생성을 허용할 것이다. ‘자의적’이라는 용어는 기호가 확립된 방식(기원)을 지칭하고자 할 경우에만 ‘자연적’이라는 용어와 대립한다. 기원의 탐색과 집합의 계산이 양립, 분석하고 조합하는 언어로서 실질적으로 계산의 언어 (107-108)

이제 우리는 기호들의 체계가 고전주의적 사유에 할당하는 도구를 명확하게 규명할 수 있다. 개연성, 분석과 조합, 체계의 당연한 자의성을 인식 속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바로 기호들의 체계이다. 기호들의 체계는 기원의 탐구와 동시에 계산 가능성, 가능한 구성을 결정하는 도표의 설정, 가장 단순한 요소에 입각한 발생의 복원을 유발하고, 모든 지식을 언어에 접근시키며, 모든 언어를 인위적인 상징 체계와 논리적인 성격의 연산 체계로 대체하고자 한다. (109)

공중캠프

2020.11.24 10:19:22
*.7.47.96

(11/24~)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말과 사물> 세미나를 잠시 중단합니다. 재개 시 다시 공지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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