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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어려운 문제'에 대한 대답

vol.027 조회 수 9286 추천 수 0 2014.03.31 17:00:12
[단상] '어려운 문제'에 대한 대답

고엄마(공중캠프 스태프)


1.

공중캠프는 (실내정숙이 의무인) 학교 도서관이나 (대형 멀티플렉스 같은) 극장이 아니다. 그럴 능력도, 욕망도 없다. 특히, '스바라시끄떼 나이스 쵸이스(SNC)' 이벤트의 경우, (물론 그럴 때도 있지만) 숨 죽이고 조용히 앉아 공연을 보기 위한 자리가 아니다. 공중캠프에게 이 이벤트는 일종의 잔치/페스티벌이다. 잔치에 온 사람이 환호성을 지르고 싱어롱을 한다고 컴플레인을 하는 건 이상한 일이다. 입장료를 냈다고 그런 권리가 저절로 생기는 건 아니다. 오히려 입장료 정도로 다른 사람의 기분을 망칠 권리는 없다. 정중히 요청하거나 제안할 수는 있겠지만, 정색을 하고 짜증을 내면서 강요할 수는 없다(물론 정중히 부탁한다고 해서 조용히 있을 사람들도 아니다-_-). 

예컨대, 얼마 전 대관 공연 때는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한 꽐라 한 분이 공연 중에 두어 번 병을 깼다. 그런 행위는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공연에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자제를 부탁하거나 주의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생각만 하고 조용히 깨진 병을 치웠다). 바닥에 재를 터는 사람에게 재털이에 털어 달라고 부탁하는 것이다. 2009년 11월, 일본에서 온 이쿠코 팬이 꽐라가 되어 "아, 소우~"를 연발할 때처럼, 큰 민폐를 끼치는 게 아니고 아티스트도 괜찮다고 한 경우는 굳이 제지하지 않았다(오히려 그 사건을 계기로 일본 mixi에 ASO라는 커뮤니티가 생기기도 했다). 기껏 가끔씩 환호성을 지르거나 아리가또를 외치거나 싱어롱을 하는 정도라면, 얼마든지 허용하고 환영할 수 있어야 한다. 오히려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입장료' 대신 '회비'나 '서포트'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 이 이벤트에 오는 사람들을 '관객'이 아니라 이벤트 '참여자'라고 부르는 것, 공연 전에 이런저런 안내 말씀을 드리는 이유 역시, 아티스트와 공간, 우리 스스로에 대한 리스펙트를 당부하고, 이 이벤트의 취지와 목적에 동의를 구하기 위해서이다.

이런 일은 처음이라 공연 중에, 그리고 공연이 끝난 후 이틀 동안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다. (지난 삼각관계 이벤트 때, 막차 시간 때문에 공연을 끝까지 못봤다며 메일을 주신 분은 있었지만, 공연 중에 조용히 해달라고 짜증섞인 컴플레인을 한 경우는 처음이었다. 오래 전(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에, 모 밴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공연 중 흡연에 대한 이슈가 있었는데, 그 후 회의를 통해 공연 중에는 실내 금연을 하고 있다.) 그제는 좀 더 고민해 보겠다고, '어려운 문제'인 것 같다고 말씀드렸지만,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그 분의 논리와 불편/불쾌함, 사랑하는 방식에 동의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공연이 끝난 뒤 잠깐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 분께서는 돈 내고 온 관객의 입장에서 조용히 공연을 감상할 권리가 있다며, 스태프의 지나친 호응이 아트스트와 관객을 방해한다, 밴드의 호응은 관객이 해야 한다는 등의 주장을 하신 것으로 기억한다. 컴플레인을 하는 태도에 대한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우선 그 분이 실수한 것은 상대를 잘못 골랐다는 것이다. 처음 시비를 건 분은 스태프가 아니라 "돈을 내고 온 관객"이었고, "밴드에 호응을 할 수 있는 권리가 있"었던 사람이었다. 그 분의 의견대로, 돈을 내는 것에 비례하여 그런 권리가 주어진다면, 몇몇 스태프는 청천벽력과 같은 샤우팅을 공연 내내 질러도 부족할 것이다. 

또한, 그 분은 본인도 오래 전부터 캠프에 왔었고, 캠프가 어떻게 유지되는지 잘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 또한 의심스럽다. 캠프의 중요한 원칙 중 하나는 사용자-노동자-'소비자(고객)'를, 스태프-아티스트-'관객'의 지위와 역할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경계를 흐릿하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캠프에는 손님('고객')과 스태프, 스태프와 아티스트, 아티스트와 '관객'의 경계가 불분명하다. 시샵이나 웹마스터, 사장이나 대표도 없다. 서비스 정신 만땅으로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스태프, 좋아하는 밴드가 눈앞에서 공연을 하는데 영혼 없이 일만 하는 스태프는 '공중캠프 스태프'가 될 수 없다. 자아도취와 허세에 쩔어 세상이 자기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는 아티스트, 공간과 스태프에 무례하고 '관객'을 머릿수로 세는 아티스트는 캠프의 무대에 설 수 없다. 스스로를 왕이라고 생각하는 '손님', 돈만 내면 그런 권리가 자동적으로 주어진다고 생각하는 '관객'은 캠프의 친구가 될 수 없다. 그 어느 곳 보다 돈과 사람이 부족한 곳이지만, 그런 돈과 사람은 흔쾌히 사양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문제 해결은 간단하다. 앞으로는 캠프가 아닌 다른 곳에서, 본인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방식으로 공연을 즐기시면 된다. 입장료는 언제라도 돌려드릴 수 있으니, 철부지 취객들의 경거망동이라거나 "돈을 낸 관객의 권리"라는 논리로, 공중캠프 스태프들과 이벤트 참여자들을 모독하고, 공중캠프가 오랜시간 가꿔온 삶/공간/사랑을 손쉽게 훼손하지 말아주시길 부탁 드린다. (예매 기간 중에 이미 캠프에 대한 혐오를 트위터에 남기셨던 것으로 알고 있다.) 오랫동안 기다려온, 여러 사람들의 배려와 애정으로 만들어진 '기적의 순간'에 환호하고, 최고의 연주를 들려준 멤버의 이름을 연호하며, "最高!", "아리가또!"라고 외치는 것을, '친분과시' 혹은 '시끄럽다'고 불쾌해 하는 사랑의 방식에 동의할 수 없다. 스태프는 관객을 방해하지 말고 조용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과는 함께 노래하고 나란히 걷고 싶지 않다. (실제로 아티스트들의 경우, 그런 적극적인 피드백과 즉각적인 반응 덕분에 더욱 편하게 연주할 수 있었다고 말하고, 이벤트 참여자들의 경우, 좋아하는 마음을 마음껏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서 좋았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학교에 붙어 있는 대자보를 훼손한 어떤 애국 학생이, 등록금 내고 다니는 사랑하는 학교에, 내 소중한 책상 위에 함부로 커피를 쏟지 말라고, 그래서 자보를 찢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고 주장하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캠프는 당신의 학교도, 책상도 아니다. 등록금을 냈다는 이유로 대자보를 찢고 커피를 들이붓는 건 바로 당신이다. 당신의 행동은 이를 테면, 무대 위에서 쿵푸댄스를 추고 있는 사토 신지에게, 내가 사랑하는 Fishmans는 그런 게 아니니까, 돈 내고 온 관객들을 생각해서 오버하지 말고 조용히 노래나 부르라고 불평하는 것처럼 보인다. 

[참고링크] Fishmans - 土曜日の夜 (1997.12.12 Live at liquid room)
http://youtu.be/FTjx1yWyKWw


2014.3.17 처음 쓰고,
2015.3.23 조금 수정


(노파심에 말씀드리지만, 이 글은 공중캠프 스태프의 한 사람으로서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다음 스탭회의 때 이 문제를 정식 안건으로 제안할 생각입니다.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에 대해서는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부디 앞날의 건강과 행운을 기원합니다.)



ps.

물론, 좋아하는 아티스트, 좋아하는 노래를 다른 사람의 방해 없이 듣고 싶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사실, (SNC 이벤트를 제외한) 공중캠프의 대부분 공연 역시, 그런 상태로 진행된다. 오히려 민폐를 끼치지 않을까 주위 눈치를 보는 때가 많고, 사람이 적거나 호응이 없어 서로 민망한 공연이 훨씬 일반적이다. 만약, 주위의 싱얼롱이 불편하다거나 그 밖에 다른 상황이 있는 경우에는 공중캠프 스태프에게 먼저 말씀해 주시길 부탁 드린다. 덧붙여, 앞으로는 SNC 이벤트 공지나 홍보 문구 등에 공연 중 싱얼롱이 있을 수 있다는 내용을 추가할 예정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일을 계기로 event(사건)와 Live Act(리얼타임 퍼포먼스)로서의 공연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삶의 매 순간이 그렇듯, '라이브' (생방송이든 연극이든 사랑을 고백하는 순간이든 학교/회사에서의 프리젠테이션이든) 공연 중에는 여러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자주 발생하게 된다. 이번 사건(?)처럼, 조용히 듣고 싶은 욕망과 따라 부르고 싶은 욕망이 충돌하기도 하고, 공연하는 장소와 시간, 악기와 음향 장비, 아티스트와 이벤트 참여자(관객), 그 날의 컨디션과 날씨 등 무수한 요인들에 의해 실시간으로 영향을 주고 받는다.

기본적으로 아티스트와 스태프의 경우, 주어진 환경/조건/자원에서 최적의 라이브 공연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처음 이벤트를 기획하고 세부 사항들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뿐 아니라 공연 전에 리허설을 하고 실제 공연이 진행되는 중에도 그때 그때의 상황에 맞게 가장 적합한 사운드와 퍼포먼스를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그 시간과 공간에 몸이 와있어야만 경험할 수 있는 공연, 일회적이고 즉흥적인 사건(이벤트)으로서의 Live Act가 어떻게 전개될 지, 아티스트와 이벤트 참여자들에게 어떤 순간/의미/기분/기억으로 남게 될 지는 예측하기 어렵고, 누구에게나 서로 다를 수 밖에 없다.

아티스트나 이벤트(사건) 자체가 특정 가치와 의미를 일방적으로 '선사'해 준다기 보다는, 그 시간과 공간에 우연히 모인 제각각의 사람들과 사운드와 공기감과 혈중 알콜 농도 따위가 모두 뒤섞여, 살아 움직이는(live) 공연(公演)을 함께 만들어 가게 된다. 그 때, 그 곳에서만 가능한, 단 한 번 뿐인 사건(event)을 공동으로 펼친다(共演)는 관점에서,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존중과 배려라고 생각한다.



댓글 '1'

공중캠프

2017.03.08 10:43:51
*.7.55.123

[참고/후기] SNC.1 - HANAREGUMI (杉山敦)
http://kuchu-camp.net/xe/65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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